미국 국빈 방문을 위해 출국한 윤석열 대통령이 현지시간 24일 오후 미국에 도착해 5박7일간의 공식 일정에 들어갔다.

이번 방미는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조 바이든 대통령의 초청으로 성사됐다. 한국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은 2011년 이명박 대통령 이후 12년 만이다.

한국 대통령실은 이번 방미 의의로 △한미 연합방위 태세 공고화 및 확장억제 강화 △경제안보협력의 구체화 △양국 미래세대 교류 지원 △글로벌 이슈 공조 강화 등을 꼽았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70년 동맹의 시작과 과정, 그리고 우리의 모든 현재의 모습은 한미 가치동맹에 기반하고 있다라는 것을 재확인하는 동맹 정상회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관계 도약을 포함해 경제 외교 및 경제 안보, 북핵 문제 역시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가 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특히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을 자처한 윤 대통령이 이번 방미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회장 등 대규모 경제사절단과 동행하는 만큼 괄목할 만한 경제 성과를 끌어 낼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한미관계 도약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 간 정상회담은 지난해 5월 서울에서의 첫 회담 이후 두 번째다. 하지만 앞서 두 정상은 이미 서울을 비롯해 마드리드와 런던, 뉴욕, 프놈펜 등에서 다섯 차례 만남을 가졌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이번 국빈 방문 키워드는 ‘한미동맹 70년의 역사'”라고 밝혔다. 지난 70년의 역사를 돌아보면서 향후 70년 동맹은 어떻게 가야 하는지 역사적 맥락이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그동안 축적해온 한미 정상간 신뢰와 우정을 바탕으로 이번 회담에서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 내용과 폭이 더욱 확장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상회담이 끝난 뒤에는 바이든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빈 만찬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70년 간 축적된 한미동맹의 성과를 축하하고 미래 동맹 발전 방향에 대해 심도 있는 의견이 교환될 것이라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BBC에 “한미동맹 70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이번 정상회담의 상징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지난 70년간 13명의 미국 대통령과 15명의 한국 대통령을 거치며 전반적으로 역사적 상황이 초기보다 훨씬 더 나아졌다는 얘기다. 특히 한국의 경우 5공화국에서 독재 체제, 민주화에 이르기까지 동맹관계가 유지돼 왔고 오히려 더 강화되는 추세라는 것.

김 연구위원은 “1953년 한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 67달러에서 시작해 지난해 3만 2661달러를 기록했다”며 “미국의 영향력이 나쁘지만은 않았다는 점 그리고 새로운 도전에 직면한 관계 강화를 위한 양국의 노력 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 입장에서도 한국은 매우 중요한 동맹이고 공을 많이 들여온 것도 사실”이라면서 “한미 관계가 다른 국가들에게도 좋은 사례로 남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역시 “미국이 대표하고 있는 자유주의 진영에서 한국이 자유주의 동맹의 핵심 국가이고 미국의 포괄적 전략동맹이라는 점을 공고히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제외교

윤 대통령은 현지시간 25일 첫 방문지인 미국 워싱턴에서 4개의 경제관련 행사를 소화할 예정이다. 투자 신고식과 한미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 한미 첨단산업 포럼, 미국 항공우주국(NASA) 고다드 우주센터 방문, 글로벌 영상콘텐츠리더십포럼 등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SK, 현대차, LG, 롯데, 한화를 비롯해 미국의 퀄컴과 보잉, 록히드마틴, GE, GM, 모더나, 바이오젠 등 양국 주요 기업의 CEO가 참석하는 ‘한미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에서는 양국 간 첨단과학기술 분야 협력을 독려한다는 방침이다.

키워드 역시 공급망, 첨단과학기술, 주요기업 투자유치 등에 대한 한미 양국의 협력 강화다.

반도체와 배터리, 전기차, 바이오, 우주, 양자, 인공지능(AI), 콘텐츠, 로봇, IT, 소프트웨어(SW), 방위산업 등에서 협력을 가속화 하겠다는 의지로, 양국 정부와 기업 간 수십건 업무협약(MOU) 체결도 준비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윤 대통령은 “정부의 모든 외교의 중심은 경제”라고 밝혔는데, 이번 국빈방문 일정에도 이러한 기조가 반영됐다는 해석이다.

윤석열 한국 대통령과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CEO)

Reuters
윤석열 대통령은 현지시간 24일 미국 국빈 방문 첫 공식 일정으로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CEO)를 접견했다. 서랜도스 CEO는 향후 4년간 한국 드라마와 영화, 리얼리티쇼 등 K-콘텐츠에 25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이번 국빈 방문에 동행하는 경제 사절단은 122명으로, 윤 정부 출범 후 최대 규모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 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구광모 LG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등 주요 그룹 대표들과 6대 경제단체 회장도 동행한다.

제임스 김 연구위원은 “경제적 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부문은 원자력 에너지 수출을 비롯해 신재생에너지, 우주산업, 방위산업 협력 등”이라며 특히 “에너지와 바이노테크놀로지 분야에서 서로 뭔가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윤 정부가 꽤나 많은 노력을 해왔고 지난해 5월 이후 한미 두 나라가 인텔 전략에 상당히 적극적이었다”며 “국빈 방문에 이렇듯 대규모 경제사절단을 동행하는 만큼 새로운 관련 딜이 발표된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물론 논란이 일고 있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나 반도체지원법 등에서 나타나듯 미국의 보호무역 성향과 자국 중심주의가 짙어지는 가운데, 한국의 경제적 이익을 얼마나 지켜낼지도 정상회담의 중요한 이슈다.

김 연구위원은 “IRA는 미국 내 정치 관련 사항이지, 대외 관계를 염두에 두고 추진한 법안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어디까지나 바이든 정부가 지난 대선에서 공약으로 내세웠던 이슈들을 이행한 것이라는 얘기다.

물론 대외적인 함의는 있지만 법안을 살펴보면 행정부 내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다는 점에서 돌파구에 대한 기대 자체는 가질 필요가 없다고 그는 설명했다.

따라서 “반도체나 새롭게 논의되고 있는 데이터 규제 등에 있어 한미가 같이 계속 상의하면서 이행해 나가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고 김 연구위원은 진단했다.

이와 관련해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비서관은 지난 19일 “실제로 정상회담에서 논의될지는 현장에 가봐야 안다”며 “이 분야에 대해서는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되고 있지만, 큰 틀에서 어떤 포괄적인 협력 방안에 대해 필요하다면 정상 간 논의는 있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한편 윤 대통령은 방미 첫 공식 일정으로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25억 달러(3조3000억원)의 투자유치를 발표했다.

서랜도스 CEO는 이 자리에서 “향후 4년간 한국 드라마와 영화, 리얼리티쇼 등 K-콘텐츠에 25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넷플릭스가 한국에 진출한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투자한 총금액의 2배에 달하는 규모다.

서랜도스 CEO는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것은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사업과 한류에 대한 윤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는 물론 한국 창작 업계에 대한 믿음 그리고 한국이 멋진 이야기를 계속 들려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넷플릭스 히트작인 ‘오징어게임’, ‘더 글로리’, ‘피지컬:100’ 등 한국의 문화, 한국의 창작물들이 전 세계로 뻗어나가는 것을 보는 것은 아주 환상적인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서랜도스 대표가 넷플릭스와 한국 콘텐츠 기업의 관계가 마치 한미 동맹과 같다고 말했는데, 100% 공감한다”며 “한미 동맹은 자유를 수호하는 가치 동맹인데, 자유를 지키고 확장하기 위해서는 문화가 필수 요건”이라고 화답했다.

북핵 문제

이번 한미 정상회담 핵심 의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역시 북핵 관련 한국에 대한 미국의 확장 억제 강화 방안이다.

대통령실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통해 미 본토를 핵으로 공격할 수 있다고 위협하는 상황에서, 한국 국민이 미국의 핵우산이 한국 방어를 위해 확실히 작동할 것이라고 느낄 수 있도록 실효적이고 구체적인 방안을 백악관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미 백악관 역시 현지시간 25일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이 확장억제 강화를 위한 추가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확인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탄두를 시찰하는 모습

Reuters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2023년 3월 2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비공개 장소에서 핵탄두를 시찰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국무부 외신기자클럽(FPC) 간담회에서 “확장억제가 회담 의제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그는 “한미 양국이 현재 북한에 대한 우려를 공유하고 있다”며 “미국은 북한과 전제 조건 없이 대화에 나설 것을 꾸준히 요청하고 있고 또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미국의 궁극적 목표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강조했다.

한미 정보동맹 강화와 관련해서는 “미국과 동맹의 방위를 위한 노력의 강화 차원에서 한국과 정보 공유를 증진할 것”이라면서 “미국은 이미 동맹과 정보 공유를 위한 강력한 체계를 가지고 있으며 북한의 도발이 이어지며 이를 향상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에 따라 확장억제 실행력을 끌어올릴 구체적인 방안 도출과 공동 문서에 담길 내용 등에 관심이 쏠린다.

확장억제는 한국이 핵 공격 위협을 받을 시 미국이 핵우산, 미사일 방어 체계 등을 동원해 미 본토 수준의 억제력을 제공한다는 개념이다.

앞서 미 국방부는 현지시간 18일 만약 북한이 핵으로 공격하면 핵으로 보복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김재천 교수는 “북한에 관한 별도의 성명이 나오거나, 공동선언문에 한반도 평화통일에 대한 지지 내용이 포함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과 관련된 대만 문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현재 바이든 정부의 외교정책에서 북한 문제가 후순위로 밀리는 게 사실”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윤 정부가 현재 한반도 평화통일에 대한 담론을 새로 만들기 위해 고심하고 있는 만큼 이번 기회에 한반도 평화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형중 통일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현재 북한의 핵 위협, 특히 전술 핵전쟁 위협이 고도화되는 상황에서 기본적인 원칙에 대한 한미의 입장 천명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 중 앞서 미 국방부가 밝힌 ‘북한 핵 공격에 미국도 핵으로 보복한다’는 식의 의제도 포함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그는 “북한을 대응하는 데 있어 한미뿐 아니라 한미일이 긴밀하게 협력하는 방안 역시 중요한 의제가 될 것”이라며 “일본이 특히 정보 계통, 잠수함 추적 등에서 탁월한 독자적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대북 공조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앞서 존 커비 조정관은 한미일 삼각 공조와 관련해 “일본과 함께 훌륭한 대화를 이어왔으며, 군사적 역량 측면에서 이는 한층 심화하고 발전하고 있다”며 “이번 정상회담에서 삼각동맹 강화 문제도 물론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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