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를 타기 위해 땅바닥에 앉아 있는 어린 소녀의 모습

Reuters
수도 하르툼을 빠져나가고자 기다리고 있는 소녀의 모습

수단 정규군과 준군사조직인 ‘신속지원군(RSF)’이 24일 자정(현지시간)부터 임시 휴전에 합의한 가운데 현재까지 휴전이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벌써 4번째 휴전 합의로, 앞선 휴전 합의는 단 한 차례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48시간의 협상 끝에 양측이 이번 72시간 휴전에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태로 최소 400명이 사망한 가운데 양측은 각각 이번 휴전 협의를 따르겠다고 발표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UN) 사무총장은 이번 폭력 사태가 아프리카 지역 등 더 넓은 지역을 집어삼킬 “재앙과도 같은 불길”을 일으킬 수 있다며 경고하고 나섰다.

폭력 사태가 발발한 이후 수도 하르툼의 피해가 큰 가운데, 이곳 주민들은 외출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식량과 물 또한 점점 부족해지는 상황이다.

수도관 등 주요 인프라가 공격당하면서 일부 주민들은 나일강에서 직접 물을 길어 마시는 상황이다.

한편 양측이 다시 한번 휴전에 합의하면서 민간인들이 하르툼을 탈출할 수 있다는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각국 정부 또한 휴전 기간에 자국민을 국외로 대피시키고자 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수도 및 인구 밀집 지역에서 교전이 벌어지면서 세계 각국은 외교관과 민간인 등 자국민을 대피시키고자 더욱 서두르고 있다.

영국 정부는 25일 영국 여권 소지자들과 그 직계 가족들을 대피시킬 것이라고 발표했다.

한편 앞서 24일, 블링컨 장관은 시민들을 탈출시키는 과정에서 일부 호송대가 “강도 및 약탈” 무리를 만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수단 내 외교 공관 재개를 잠재적으로 고려하고 있었으나, 현재 상황이 “매우 도전적”이라고 덧붙였다.

네트워크 모니터링 회사 ‘넷블록스’에 따르면 지난 23일 수단에선 교전 중 “인터넷 정전” 사태가 일어났으나, 이후 일부 복구됐다고 한다.

한편 이번 사태로 수단 및 인접국에서 수만 명이 피난길에 오른 것으로 예상된다.

은퇴한 의사인 하산 이브라힘(91)도 이들 중 하나다.

최악의 전투가 벌어졌던 하르툼의 주요 공항 근처에 살고 있던 이브라힘은 이번 사태로 인해 가족들과 함께 이집트를 향한 위험한 피난길에 올랐다.

이브라힘은 BBC 월드 서비스 뉴스아워와의 인터뷰에서 다행히 자신들은 RSF와 정규군 사이 총격전에 휘말리진 않았으나, 뒤에서 달리던 승합차는 총에 맞았다고 설명했다.

이후 이브라힘 가족은 버스로 이동해 12시간을 달려 국경 지역에 도착했으나, 그곳 또한 국경을 넘으려는 “사람들로 바글거리고 혼란”스러웠다고 한다.

“노인, 어린이, 유아와 함께 있는 가족이 많았다”는 이브라힘은 “수단 국민들은 고국을 떠나려고 하고 있다. 슬픈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영국-수단인으로 영국에서 산부인과 의사로 일하는 이만 압 가가는 잠시 아이들을 데리고 하르툼에 체류 중이었다.

그러다 내전이 발발하면서 프랑스군이 조직한 비행편을 이용해 지부티로 대피했다. 가가는 서둘러 떠나야 했기에 병석에 누운 아버지는 물로 어머니와 자매에게 인사하지 못했다.

가가는 BBC 라디오 4 인터뷰에서 “수단은 지금 더럽다. 길거리에 쓰레기가 넘친다”면서 “하수가 넘쳐 악취가 진동한다. 각종 질병과 전염병이 들이닥칠 것인데, 병원이 없다”고 설명했다.

“죽음. 파괴, 빈곤만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한편 아프리카에서 3번째로 큰 국가인 수단을 뒤흔든 이번 사태는 주로 수도 하르툼을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다. 권력을 잡기 위한 군벌 간 유혈 충돌이다.

RSF 대원들이 전국에 재배치되면서 군은 이를 위협으로 간주했고, 그렇게 며칠간 긴장 상황이 이어지다 결국 충돌했다.

수단은 지난 2021년 쿠데타 이후 군에 의해 통치되고 있으며, 이를 이끄는 두 장군이 바로 이번 분쟁의 중심에 있는 압델 파타 알-부르한 장군과 ‘헤메드티’로 더 잘 알려진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 장군이다.

알-부르한 장군이 바로 현 정부군 지도자이며, 다갈로 장군은 RSF를 지휘하고 있다.

이 두 장군은 앞으로 국가가 나아가야 할 방향 및 문민 통치 복귀 등을 두고 의견이 엇갈렸다. 특히 10만 명에 달하는 RSF 요원들을 어떻게 군에 통합시킬지, 또한 그렇게 새롭게 구성된 군은 누가 이끌어야 하는지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 중이다.

다갈로 장군은 알-부르한 장군의 정부를 “급진 이슬람주의자”라고 비난하면서 자신과 RSF는 “오랫동안 갈망해온 민주적인 진보를 보장하고자 수단 인들을 위해 싸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RSF가 지금껏 보여준 잔혹한 행적으로 인해 이를 믿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크다.

한편 알-부르한 장군은 군에 의한 통치가 아닌 문민 통치로의 복귀를 지지하나, 선출된 정부에만 권력을 이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수단에서 탈출한 한국 교민 28명은 공군의 KC-330 ‘시그너스’ 공중 급유기 편으로 25일 오후 서울공항에 도착했다.

교민들은 앞서 23일 오전(현지시간) 수단 수도 하르툼에서 출발해 약 1170㎞를 육상으로 이동해 다음날 수단 북동부 항구도시 포트수단에 도착.

이후 대기 중이던 공군 C-130J ‘슈퍼 허큘리스’ 수송기 편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 도착한 뒤, 이곳에서 시그너스 공중급유기 편으로 25일 오후 4시께 서울공항에 무사히 도착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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