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2021년 카불 공항 폭탄 테러의 주범으로 추정되는 ‘이슬람국가(IS)’ 지도자가 탈레반에 의해 사살됐다고 미 관리들이 밝혔다.
2021년 8월 당시 탈레반 재집권으로 아프가니스탄을 떠날 준비 중이었던 민간인 170명과 미군 13명이 해당 테러로 목숨을 잃었다.
미 관리는 BBC의 파트너인 CBS와의 인터뷰에서 IS 지도자가 살해당한 건 몇 주 전이나, 사망 소식을 최종적으로 확인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사망한 IS 지도자의 이름은 공개되지 않았다.
미 관리들은 첩보 수집 및 지역 감시를 통해 해당 지도자의 사망을 확인했다고 설명하면서도 해당 인물이 폭탄 테러의 배후임을 어떻게 알았는지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미국의 한 고위 관리는 CBS와의 인터뷰에서 “정부 전문가들은 이 인물이 … (폭탄 테러에) 책임이 있는 핵심 인물이었음을 확신한다”고만 설명했다.
미 ‘뉴욕 타임즈’의 보도에 따르면 미 당국이 해당 IS 지도자의 사망을 인지한 건 4월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러나 탈레반의 표적이 된 것인지, 아니면 IS와 탈레반 간 이어지는 교전 과정에서 살해된 것인지는 불분명하다는 설명이다.
한편 미 당국은 24일(현지시간)부터 공항 테러 희생자 유가족들에게 IS 지도자 사망 소식을 전하기 시작했다.
폭발로 사망한 테일러 후버 해병대 하사의 아버지 대린 후버는 25일 CBS와의 인터뷰에서 해병대로부터 이 소식을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아버지 후버는 “해병대는 작전의 자세한 내용까진 설명해줄 수 없었으나, 정보 출처는 매우 신뢰할 수 있으며, 이 인물이 실제로 사망했음을 여러 다른 정보원으로부터 입수했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2021년 8월 26일 당시 IS의 아프간 지부인 ‘이슬람국가 호라산(IS-K)’이 곧장 공항을 테러할 위험이 있다며 서방 정부는 자국민들에게 카불 국제공항에 접근하지 말라고 경고했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몇 시간 만인 오후 6시경 카불 공항 외곽 애비 게이트에서 결국 자살 폭탄 테러가 발생했다.
당시 아프간에서 철수하는 미군 비행기에 탑승하고자 인파가 몰리면서 공항은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영국 정부에 따르면 사상자 가운데 영국 국적자 2명과 영국 국적자의 자녀 1명도 포함됐다.
테러 발생 며칠 뒤 미군은 카불 공항에 대한 추가 테러를 계획하고 있던 IS-K 소속 테러범을 공격하겠다며 카불에서 드론 공습을 감행했다. 그러나 확인 결과 미군의 드론 공격으로 사망한 이들은 어린이 7명을 포함한 민간인 10명이었다고 인정했다.
또한 미군은 IS-K의 수장인 사나울라 가파리와 공항 테러범 관련 정보에 대해 각각 최대 1000만달러(약 130억원)의 현상금을 걸기도 했다.
한편 미국은 2021년 8월 아프간에서 철수하며 미국 역사상 가장 길었던 전쟁의 끝을 맺었다. 미군이 철군하며 미국의 지원으로 20년 동안 유지됐던 아프간 정부 및 정부군은 몰락했으며, 탈레반이 재집권했다.
당시 바이든 행정부는 철수 방식 등과 관련해 국내외 비난을 받았다.
미국이 아프간 정부와 아프간 내 미군 무기를 포기했다며 분노하는 목소리가 컸으며, 테러로 부상당했던 한 미 해병은 공화당 주도로 열린 아프간 철군 청문회에 나타나 철수 작전은 “대참사”였다고 묘사하기도 했다.
공화당 소속 마이클 맥컬 하원의원은 IS 지도자의 사망은 반가운 소식이나, 전사자 유가족을 위한 충분한 정의가 실현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이 보고서가 사실이라면, 테러리스트가 제거된 좋은 날”이라는 맥컬 의원은 “그러나 결국 공항 테러로 이어진 바이든 행정부의 (철수 작전) 실패에 대한 책임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한편 앞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시한 아프간 철수 과정에 대한 광범위한 사후 검토 보고서가 이번 달 초 공개됐다.
해당 보고서에선 지난 2020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아프간에서 미군을 철수하기로 탈레반과 성급하게 합의하는 바람에 바이든 행정부는 선택지가 “심각하게 제한됐던 상황”이라면서 참사의 책임을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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