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유럽우주국(ESA)은 신체적 장애를 지닌 이들이 우주에서 살며 일할 수 있을지 연구하고자 최초로 장애인 우주비행사 후보를 선발했다.
그 주인공이 바로 영국 패럴림픽 육상 선수 출신 존 맥폴이다.
BBC는 맥폴의 첫 무중력 비행 훈련에 함께했다.
비행기 바닥에 누워있던 맥폴은 갑자기 누워있는 자세 그대로 천장을 향해 둥둥 떠오르기 시작했다.
맥폴은 놀란 듯한 표정이었다. 이 신기한 비행에 참여한 모든 이들이 그랬다. 모두가 천천히 공중으로 떠오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더 이상 중력에 의해 발이 묶이지 않는, 무중력의 상태라는 건 특별한 느낌이다.
몸이 완전히 통제 불능인 듯한 느낌이다. 아니, 실제로 통제할 수 없다. 단단한 물체에 조금이라도 닿으면 선실 주위를 따라 떠다니며 사람과 사물에 부딪혀 튕겨 나가게 된다.
마치 느리게 움직이는 핀볼 기계에 들어있는 느낌이다.
맥폴은 작게 미소 짓더니 이내 “멋지다, 놀랍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다가 갑자기 무중력 상태가 사라지면서 맥폴은 땅으로 떨어졌다.

맥폴은 특별한 우주비행사 후보다. 절단 장애가 있기 때문이다.
19살 때 오토바이 사고로 다리 한쪽을 절단한 맥폴은 현재 최첨단 의족을 착용하고 신체적 장애를 지닌 이들의 우주 비행 접근성을 평가하는 ESA의 획기적인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신체적 장애를 지닌 우주비행사 후보를 찾고 있다는 ESA의 공고를 봤다”는 맥폴은 “어떤 조건을 원하는지 살펴보면서 ‘와, 저건 나인데? 한번 해보고 싶다’라고 생각하게 됐다”며 참여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사실 맥폴은 자기 자신을 극한으로 몰아붙이는 데 익숙하다.
다리를 잃고 의족으로 다시 걷기 연습부터 시작한 맥폴은 달리기에도 도전했다. 처음엔 재미로 시작했으나, 점점 경쟁심이 생겼다.
그렇게 결국 2008년 베이징 패럴림픽 100m 달리기에 나가 동메달까지 땄다.
그의 도전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의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품고 도전해 현재 영국 햄프셔주에서 트라우마 및 정형외과 수련의로 일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의사로서의 꿈은 잠시 중단했다. ESA와 함께 일할 수 있는, 차마 포기할 수 없는 좋은 기회가 찾아왔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나는 내 심장이 원하는 일을, 내 호기심이 끌리는 일을 한다”는 맥폴은 “과학과 삶에 대한 열정을 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BBC 취재진 또한 포물선 비행을 위해 특별 개조된 비행기에 함께 탑승했다.
비행기가 급상승할 때면 평소보다 약 2배 정도 강한 중력이 느껴진다. 마치 몸이 바닥을 향해 눌리는 듯한 기분이다.
그리고서 비행기가 급강하 준비에 들어가면서 약 20초간 무중력 상태가 된다.
물론 실제 중력이 사라진 게 아니라 자유 낙하 상태인 것으로 여전히 물리 법칙을 따르는 상태다.
하지만 이로 인해 무중력과 같은 상태가 재현되는데, 이 비행기는 포물선을 그리듯 이 과정을 계속 반복한다.
우주 환경 연구를 위한 이러한 포물선 비행에 “구토 혜성”이라는 별명이 붙은 건 다 이유가 있다. 마치 공중에서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멀미가 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타고난 우주비행사라고 말할 순 없는 정도였다. 통제 불능의 상태로 구르고 비명을 지르며, 이내 내려오게 해달라고 도움을 청했다. 그러다 무중력 훈련이 끝나기 전까지 천장에 고정된 상태로 있었다.
그러다 무중력 상태가 갑자기 멈추자 마치 감자 포대처럼 바닥에 널브러졌다. 다행히 이 바닥은 푹신푹신했다.
한편 이렇듯 BBC 취재진이 발버둥 치고 있는 동안 맥폴은 “무중력” 훈련 내내 주변을 날아다니며 자신감을 얻고, 훨씬 더 발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맥폴이 착용한 의족은 마이크로프로세서, 유압 장치, 자이로스코프, 가속도계, 에너지 센서 등 여러 기술을 종합적으로 결합한 복잡한 장치다.
“이를 통해 우주에 나갔을 때 무릎은 어디에 있는지, 얼마나 빨리 구부리거나 펼 수 있는지 측정한다”는 설명이다.
맥폴 또한 이 특이한 환경에서 자신의 의족이 얼마나 잘 작동하는지 평가한다.
“아마 난 다리를 곧게 펴고 떠다닐 것”이라는 맥폴은 “중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래서 회전하기 어렵습니다. 다리를 굽히기 쉽지 않거든요. 그래서 이에 적응해 무중력 상태에서 더 빨리 몸을 움직일 방법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무중력 상태가 시작할 때마다 하나씩 배워나가는 중이죠.”
맥폴은 자신이 현재 착용한 의족이 무중력 환경에서 살아가기엔 너무 최첨단 기술일 수도 있다며, 좀 더 단순한 의족이 더 나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 점이 바로 ESA와 맥폴이 진행하는 프로젝트의 핵심이다. 장애인이 우주 공간에 있기 위해선 정확히 무엇이 필요하며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맥폴은 사전 훈련에서부터 우주선 내 장애인에게 필요한 보조 장치는 무엇인지 등 모든 부분을 함께할 예정이다.

하지만 맥폴은 거의 무중력에 가까운 환경에서의 일상생활이 어떨지는 아직 모르는 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만약 우주에 나갔다고 가정한다면) 전 의족을 착용하고 있을까요? 만약 착용했다면 제 절단된 다리의 부피가 변하면서 이에 맞게 의족을 착용할 수 있도록 무언가 도구가 필요할까요?”
“전 우주에서 러닝머신을 뛸 수 있을까요? 장애인 비행사의 우주 유영을 위해 우주복을 개조해야 할까요? 만약 그렇다면 어떤 식으로 개조해야 할까요?”
맥폴은 이러한 궁금증을 던지며 “아직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맥폴 또한 자신이 지닌 장애로 일반화할 수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에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이를 줄곧 염두에 두고 있다.
“저는 척추 부상도, 뇌성마비도, 척추갈림증도 없습니다. 그렇기에 이러한 우주 환경이 다른 장애엔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합니다. (각기 다른 장애이지만) 이러한 연구를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더 넓은 목적도 있다. 맥폴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신체적 장애인의 능력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가 바뀌길 바란다.

훈련이 끝나가는 순간에도 맥폴은 계속해서 무중력에서의 노하우를 익히고 있었다. 그 결과 이제 쉽게 움직이고 심지어 서 있는 상태로 바닥에 착지하기까지 했다.
물론 그러는 동안 BBC 취재진은 계속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한편 이번 프로젝트가 끝나고 맥폴이 반드시 우주로 향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비행기가 착륙 준비를 시작할 무렵 BBC는 맥폴에게 이번 경험이 우주에 대한 욕구를 자극했는지, 아니면 이번 일을 다시 생각해보게 됐는지 물었다.
이에 맥폴은 활짝 웃으며 “(잠시 우주 환경을 맛보며) 더 많은 갈증이 느껴진다. 흥분된다”며 “정말 멋지다. 기다릴 수 없다”고 답했다.
제작: 앨리슨 프랜시스
영상: 토니 졸리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