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udanese flag placed above the muzzle of a machine gun covered with an ammunition belt of the Rapid Support Forces (RSF) paramilitaries before a rally for supporters of Sudan's ruling military council in Abraq village - 22 June 2019

AFP

수단의 수도 하르툼에서 평온이 사라지고 전투가 지속되는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은 사우디 제다에 모인 군벌 양측에 휴전 회담을 촉구했다. 그러나 수단 전문가 알렉스 드 발은, 이번 회담이 단기적 긴급 조치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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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재에 나선 국가들은 난제를 맞닥뜨렸다. 긴급 회담의 형식과 의제가 앞으로 수단의 평화 정착 과정을 좌우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과 사우디 외교관들은 총성을 잠재우기 위해 양측 군벌에서 제다에 각각 3명씩 파견한 협상팀을 대상으로만 논의할 예정이다.

논의될 의제는 인도주의적 휴전, 모니터링 방식, 구호 지원 통로다. 정치적 합의를 위한 협상은 양측 모두 원치 않는다.

4년 전 비폭력 시위를 통해 장기 집권자 오마르 알바시르의 독재 정권을 무너뜨린 민간 정당과 지역 항거 조직들이 참관할 예정이다.

어떤 식으로 든 두 장군이 휴전에 동의하게 만드는 길은 험난할 것이다.

수단의 군부지도자 압델 파타 부르한 장군은 본인이 적법한 정부를 대표한다고 주장할 것이고, “헤메티”로 더 유명한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 사령관을 반군으로 간주할 것이다.

한편, 이번 분쟁 직전까지 사실상 부르한 장군의 대리인이었던 헤메티는 양측의 동등한 지위를 요구할 것이다.

헤메티는 현재 상태를 유지한 뒤 본인이 이끄는 준군사조직 신속지원군(RSF) 병력이 하르툼의 대부분을 통제하길 원할 것이고, 부르한 장군은 충돌이 시작되기 이전 상태로 되돌리길 요구할 것이다.

타협점을 찾으려면 양측 장군들과 힘든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

중재자들은 양측의 신뢰를 얻고, 지금 한발 물러서더라도 취약한 상태에 노출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줘야 한다.

문제는, 전쟁 당사자 양측이 정치적 회담의 주도권을 원하고 각자의 이익에 부합하는 의제를 요구할 것이라는 점이다.

부르한과 헤메티, 그리고 아랍 이웃 국가들이 한 가지 동의하는 부분이 있다면, 분쟁 시작 전에 논의되던 민주 정부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양 군벌은 바시르를 축출한 2019년부터 국가를 운영해 왔고 민정 이양을 거부해 왔다.

결국 2019년 바시르 축출을 돕고 선거와 민주 정부를 원했던 국민들이 뼈아픈 좌절을 맛봐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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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2019년 바시르 축출을 돕고 선거와 민주 정부를 원했던 국민들이 뼈아픈 좌절을 맛봐야 했다

또 다른 타협점은 전쟁 범죄 사면일 것이다.

군벌이 주도하는 협상은 전리품을 나눠 갖는 평화 협정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민주주의 정착을 수년은 후퇴시킬 것이다.

그러나 전투가 곧 중단되지 않으면 수단은 국가 붕괴에 직면하게 된다.

2021년 군부 쿠데타로 실권한 압달라 함독 전 수단 총리는 이번 전쟁이 시리아나 예멘 내전보다 심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쩌면 다르푸르 분쟁보다도 심각할 것이라고 덧붙였을지도 모른다.

최전선의 지원군

수단 내전의 전개에 대해 암울한 시나리오가 있다.

개전 초기에는 정부군 및 반군을 이끄는 군 지휘관들이 상대에게 일격을 가하겠다며 분노에 찬 결의를 다진다.

양측이 공격에 집중하면서 전투는 치열해지고, 누가 어느 편에 섰는지, 누가 중립을 지키는지 쉽게 파악된다.

RSF는 다르푸르에 뿌리를 둔다. 국제형사재판소는 다르푸르 분쟁에서 대량학살이 발생했다고 판단하며, 일부 병력이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다

AFP
RSF는 다르푸르에 뿌리를 둔다. 국제형사재판소는 다르푸르 분쟁에서 대량학살이 발생했다고 판단하며, 일부 병력이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전개는 1983년 수단 내전에서 확인됐고, 20년 후 다르푸르에서 재연됐다. 그리고 2011년 남수단이 분리될 당시 남북 국경에 인접한 아비에이, 헤글리그, 누바 산맥의 분쟁에서도 목격됐다.

2013년 남수단 내전의 첫 충돌도 비슷했다.

4월 15일, 정부군과 RSF 사이에 전투가 벌어지자, 양측은 서로 상대를 무너뜨리겠다고 호언했다.

도시와 주민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히면서도 수도의 전략적 요충지에 화력을 집중했다

과거를 돌이켜 보면, 전투를 신속히 중단하지 않을 경우 남은 길은 격화되고 심화되는 것뿐이다.

양측은 지원군을 최전선에 투입하고, 아직 중립을 지키던 현지 무장세력을 확보하기 위해 조건을 내걸고, 우호적인 외국 세력에게 도움을 청한다. 지금이 바로 그 단계다.

일반적인 분쟁 시나리오에 따르면, 적대 세력은 결속을 오래 유지하지 못할 것이다. 각자 무기·물자·자금이 부족해져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해 거래에 나서게 된다.

각 연합에서는 내부 균열이 나타나고 다른 무장 단체들이 전투에 가담할 것이다.

지역사회는 방어를 위해 무장에 나서고 외부 세력이 얽혀들게 된다.

이 모든 상황이 이미 진행되고 있다. 헤메티의 고향인 다르푸르에서 진척이 가장 빠르며, 이미 주변이 화염으로 휩싸였다.

아직까지는 민간인이 민족 정체성을 이유로 조직적인 표적이 되는 경우는 없었다.

그러나 앞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중대한 위험으로 자리한다. 한 쪽에서 대규모 잔혹 행위를 저지르는 순간, 적대감이 폭발할 것이다.

그다음 단계는 분쟁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지역 분쟁을 촉발하는 것이다.

무장 단체는 도로·공항·금광·구호품 배급 센터와 같이 돈이 들어올 위치를 두고 싸우면서 분열과 통합을 반복할 것이다.

다르푸르 지역은 2003~2004년의 치열했던 전투와 학살 이후 무정부 상태에 빠졌다.

아프리카 연합과 유엔(UN) 합동 작전의 책임자는 이를 “만인에 대한 만인의 전쟁”이라고 불렀다.

헤메티는 자금력과 폭력으로 권력 기반을 구축하며 무법천지의 정치 시장에서 위세를 떨쳤다.

수단 전체가 다르푸르를 닮아가는 시나리오가 너무도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필요한 순간에 버림받다’

미국과 사우디에서는 고위급이 중재에 나섰고 공평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집트는 부르한을 지지하고 아랍에미리트는 헤메티와 끈끈하지만, 다른 아랍 국가들과 달리 리야드는 중립에 서 있다.

미국은 제재를 내세우고 있지만, 양측을 단념시키는 못할 것이다. 수단은 1989년부터 미국의 제재를 받아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 소유 기업들이 번성해 왔다.

부르한 장군(우측)과 헤메티(좌측)이 한 가지 동의하는 점이 있다면, 어느 쪽도 민정 이양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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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한 장군(우측)과 헤메티(좌측)이 한 가지 동의하는 점이 있다면, 어느 쪽도 민정 이양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효과적인 압박을 위해서는 국제적 합의가 필요하다. 중국과 러시아를 비롯해 모든 국가가 이번 전투가 재앙이라는 데 동의한다.

유엔 의정서에 따르면, 아프리카 회원국들은 안보리에 이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아무런 행동이 없었고 아프리카 연합이 평화안보이사회를 소집하지도 않았다.

그러는 동안 하루하루가 지났고 전쟁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지금 총성을 잠재우는 것은 물론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수십 개로 나뉜 무장 단체가 협상 테이블에서 저마다 자리를 주장하고 나서면 훨씬 더 어려워질 것이다.

작금의 무력 충돌이 이례적인 것은 하르툼이 전장이 됐다는 점이다.

이는 지난 수십 년 동안 구호 활동가들이 겪어온 시골 지역의 난민·빈곤과는 전혀 다른 맥락에서 인도주의적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도심에 갇힌 민간인들은 전통적인 식량 수송 방식에 기댈 수 있지만 전기·수도·통신 등 인프라도 필요하다. 그리고 현금이 절실하다.

중앙은행이 불타고 지방은행 지점들이 폐쇄되면서 일부는 휴대폰 뱅킹 서비스에 의존하고 다른 사람들은 무일푼이 됐다.

유엔과 대부분의 외국 구호 요원들이 대피한 가운데, 지역 항거 조직들은 공백을 메우기 위해 필수 지원을 제공하고 민간인이 탈출할 수 있는 안전한 통로를 마련하고 있다.

휴전이 지켜지지 않는 상황에서 민간인이 도심에 갇혀 있다

Reuters
휴전이 지켜지지 않는 상황에서 민간인이 도심에 갇혀 있다

많은 수단 국민들은 국제사회가 도움이 필요한 순간에 손을 놓아버렸다고 느끼며, 현지 민간단체가 구호 활동의 핵심에 서길 바라고 있다.

굶주림은 전쟁의 무기가 될 수 있고, 원조는 군벌이 휘두르는 자원이 될 수 있다.

구호기관은 이를 잘 피해서 민간인을 직접 도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수단의 충돌 격화에 대한 간단한 해결책은 없다. 상황이 나아지기 전까지, 훨씬 악화되는 시기가 이어질 수도 있다.

그리고 휴전 회담에서 누가, 어떤 조건으로, 어떤 의제를 가지고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가 향후 수년간 수단의 미래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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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드 발은 미국 터프츠 대학교 플레처 법외교대학원 세계평화재단에서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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