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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선거: 프아타이당의 압승은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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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의 선거 포스터 - 이번 투표는 태국의 미래를 좌우할 중대한 선택이다

BBC
방콕의 선거 포스터 – 이번 투표는 태국의 미래를 좌우할 중대한 선택이다

14일 총선을 앞두고 선두를 달리는 프아타이당의 선거 유세 트럭에서 귀에 감기는 노래가 흘러나왔다. 이 노래는 지난 몇 주 동안 태국 전역을 가득 채웠다.

“모든 지역에서 프아타이당이 압승해야 국민의 삶이 더 나아질 수 있다”며 유권자에게 프아타이당을 향해 압도적 지지를 촉구하는 내용이었다.

프아타이당은 ‘태국인을 위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현재 프아타이당이 모든 경쟁 정당을 훨씬 앞선다는 사실은 놀랍고도 흥미롭다. 지난 17년 동안 프아타이당을 약화시키려는 온갖 노력이 있었고, 1998년 프아타이당의 전신 타이락타이당을 창당한 통신 재벌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영향력을 지우기 위해 수많은 시도가 있었지만, 소용이 없었던 모양이다.

탁신 정권은 2006년 군사 쿠데타로 실각했고, 타이락타이당도 해산됐다. 탁신 전 총리는 정치 보복성 기소를 당한 후 망명 생활 중이다. 2008년에는 후계 정당도 법원에서 해산시켰고, 그 해에만 총리 2명이 자격을 박탈당했다.

탁신의 여동생 잉락이 2011년 선거에서 압도적 승리를 거뒀지만, 이후 역시 법원에서 자격을 박탈당했고 잉락 정부는 두 번째 쿠데타의 결과 축출됐다. 현재는 잉락 또한 망명 생활 중이다.

프아타이당은 2019년 마지막 선거에서 다른 어떤 정당보다 훨씬 많은 의석을 차지했지만 정권을 잡지 못했다.

패통탄 친나왓은 태국에 쿠데타보다 나은 솔루션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BBC
패통탄 친나왓은 태국에 쿠데타보다 나은 솔루션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현재는 여론조사 결과 프아타이당이 다시 한번 승리에 가까워지는 듯하다. 친나왓 일가는 탁신의 막내딸 패통탄을 선대위원장으로 내세웠다. 패통탄은 출산이 임박한 상황에서도 선거운동을 이끌며 감탄과 지지를 불러일으켰다.

이들은 유권자에게 매력적인 공약을 제시하며 다시 한번 매끄럽고 매력적인 선거 운동을 진행했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부터 모든 성인에게 1만밧(약 39만원)의 디지털 지갑을 지급해 지역 화폐로 활성화한다는 약속까지 다양한 공약이 나왔다.

패통탄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8년이 지난 지금, 국민들이 더 나은 정치와 국가를 위해 쿠데타보다 더 좋은 해결책을 원하고 있다”며 “국민들은 삶에 도움이 될 정책을 원한다”고 말했다.

패통탄은 5월 1일 출산 후 며칠 만에 선거운동에 복귀했다

Getty Images
패통탄은 5월 1일 출산 후 며칠 만에 선거운동에 복귀했다

쭐라롱껀 대학의 정치학자 시리판 노그수안 사왓디는 프아타이당의 매력을 연구해왔다. 그는 “수년 동안 정책 제안, 카리스마, 국민과의 직접 소통이라는 관점에서 프아타이당을 대체할 만한 정치 세력은 없었다”고 말한다.

또한, “지난 쿠데타로 탄생한 군사 정권 2곳이 경제 성장과 코로나19 팬데믹 대응에 처절히 실패한 만큼, 제1야당 프아타이당의 인기가 여전히 높다”고 설명했다.

시리판은 태국 내 정치 성공의 3가지 열쇠로 정책, 인물의 매력과 후원 네트워크, 정치적 가치관을 꼽았다.

프아타이당은 항상 첫 번째 열쇠에 매우 강했다. 타이락타이당은 태국에서 현대적인 공약 중심 선거운동을 펼친 선구자적 존재로, 2001년 첫 선거에서 그 힘을 발휘했다. 보편적 의료 서비스나 지역 기반 소액 대출 제도 등을 제시해 농촌과 저소득층에 직접적인 혜택을 제공했다. 그 결과 친나왓 세력은 태국 최대의 표밭에서 흔들림 없는 지지를 받으며 승리할 수 있었다.

두 번째 열쇠의 경우, 프아타이당은 지역 유지들과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이들은 프아타이당의 인기 유지와 표심 확보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지난 쿠데타의 주역인 쁘라윳 짠오차 현 총리와 그의 측근들이 결성한 대형 보수 정당 2곳은 비교적 신생 정당이며, 강력한 지역 기반이 없다.

셋째, 프아타이당은 선거를 통해 소시민을 돌보고 민주주의를 지킨다는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전달해 왔다. 그리고 그 이미지가 현재 선거운동의 핵심이다. 보수적인 친 군부 통치를 끝내고 싶다면, 프아타이가 최선이라는 것이다.

다만, 이번에는 태국의 권력 구조에 근본적 변화를 요구하는 더 급진적이고 젊은 정당 ‘전진당'(Move Forward)이 등장해, 정치적 가치관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들은 군부의 정치 개입을 막고, 군부 예산을 제한하고, 징병제를 폐지하고, 왕실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까지 논의하려 한다. 전진당은 군부와 관련된 정당과는 연정을 구성하지 않겠다고 약속해, 이 부분을 얼버무리는 프아타이당의 태도를 부각시켰다.

일부 관측통들은 전진당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프아타이당의 표를 잠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젊은 정당 전진당의 지지 세력은 특정 지역이 아닌 전국에 퍼져 있어, 의석 중 80%를 최다 득표자가 가져가는 제도에서 불리할 수 있다.

프아타이당은 정책적 우위 또한 잃고 있다. 거의 모든 주요 정당이 유권자에게 선심성 지원책을 내놓으면서 탁신 장기 집권의 핵심이었던 포퓰리즘이 무력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쭐라롱껀 대학의 시리판은 “특히 젊은 세대는 탁신의 정책적 유산에 공감하지 않는다”며 “그리고 이번 선거에서 처음 투표하는 유권자가 400만 명에 달한다. 반군부 정당이라는 프아타이당의 기본 이미지는 전진당이 던진 큰 도전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다만, “하지만 여전히 프아타이당이 큰 차이로 승리할 것이라고 믿는다. 프아타이당은 북부 및 북동부 지역 후보를 통해 앞서 언급한 후원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신생 정당인 전진당에는 이런 인맥이 없다”고 덧붙였다.

여론조사 예측대로 프아타이당과 전진당이 하원 500석 중 압도적 과반을 확보해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이들이 정부를 구성할 수 있을지가 가장 큰 관건이다.

군부가 초안을 작성한 헌법에 따르면 상원의원 250명이 차기 총리 선출에 투표할 수 있다. 그리고 이들은 모두 2014년 정권을 장악한 군부가 임명한 인물들이다. 군부는 개혁 정당 중 하나 또는 둘 모두를 해산시키기 위해 다시 한번 법원을 꼭두각시처럼 움직일 수 있다.

그러면 태국은 생각해야 한다. 집권자를 결정할 때 선거 결과를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여기던 독재 정권의 낡은 시나리오를 이어갈 것인지, 아니면 지난 20년간 태국을 괴롭혀온 쿠데타, 정당 해산, 거리 폭력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것인지. 큰 선택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CP-2022-0043@fastview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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