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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비전 송 콘테스트: Z세대가 열렬한 팬이 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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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67주년을 맞은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는 수준 높은 음악과 즐거움 가득한 팬덤으로 전 세계적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 경연에 매료된 열정적인 젊은 팬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지구상에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이하 유로비전)’와 같은 행사는 없을 것이다. 1956년 유럽 방송 연합(EBU)이 처음 개최한 이래, 유로비전은 코로나19로 취소됐던 2020년만 빼고 매년 경연을 이어오며 국제적인 축제가 됐다.

수십 년에 걸쳐 조금씩 달라진 점은 있지만, 경연 형식은 단순하다. 참가국마다 한 팀씩 대표를 출전시키고, 각국 대표는 3분 이내의 원곡으로 공연을 펼친다. 모든 공연이 끝나면, 각 국가에선 공연에 1점부터 12점까지 점수를 준다. 점수는 두 가지로 집계하는데, 하나는 전문가 점수고 다른 하나는 대중 투표 점수다. 가장 많은 점수를 받은 팀이 우승자다. 역대 최다 득점은 2017년 포르투갈 대표로 나왔던 살바도르 소브랄이다. 살바도르 소브랄은 ‘두 사람을 위한 사랑(Amar Pelos Dois)’이라는 감성 발라드로 758점을 획득했다.

그동안 유로비전은 성소수자(LGBTQ+)에 대한 시대를 앞선 포용성을 보여줬다. 이러한 특징은 이 경연에 대한 열성적인 게이 팬층을 만들어냈고, 최근에는 시청층을 Z세대로 넓히는 바탕이 되고 있다. 유로비전에 출전한 최초의 공개적인 트랜스젠더는 1998년 이스라엘의 다나 인터내셔널이다.

당시 그녀는 클럽 팝 풍의 ‘디바(Diva)’라는 곡으로 1위를 차지하며, 최초의 공개적인 성소수자 우승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그로부터 17년 후, 또 다른 퀴어 아이콘이 유로비전 정상에 올랐다. 오스트리아의 가수이자 드랙퀸, 콘치타 뷔르스트다. 그녀는 우승곡 ‘불사조처럼 일어나(Rise Like a Phoenix)’를 통해 힘있는 보컬 역량을 세계에 과시했다.

2015년 우승자였던 콘치타 부르스트 같은 출연진을 통해, 유로비전은 성소수자에 대한 포용적 태도와 진보성을 세계에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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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우승자였던 콘치타 부르스트 같은 출연진을 통해, 유로비전은 성소수자에 대한 포용적 태도와 진보성을 세계에 알렸다

유로비전의 인기는 북미에서도 늘고 있다. 윌 페렐이 출연한 2020년 넷플릭스 영화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 파이어 사가 스토리’가 이에 기여했다. 하지만 이미 많은 국가에서 유로비전은 세련된 작곡과 창의적인 무대, 모두가 당당할 수 있는 팬덤의 대명사로 통한다.

2018년 영국 대표로 유로비전에 나갔던 싱어송라이터 수리는 “유로비전은 공동체와 친철, 수용, 다양성, 라이브 공연”이라고 했다. “또한 모두가 각자의 기량을 끌어올리고, 최고를 향해 노력하는 건전한 경쟁이 펼쳐집니다.”

2023 유로비전은 영국 리버풀에서 며칠 전 막을 올렸다. 결승전은 토요일에 열린다. 비유럽 국가를 포함해 37개국의 가수들이 참가했다. 유럽 각국의 공영 방송들이 힘을 모아 비용 효율적인 라이브 쇼를 만드는 행사인 터라, 핵심 원칙은 항상 항상 포용성과 협력이다. 지리적 조건이 참가의 걸림돌이 되지 않는 이유다.

자국 공영 방송사가 EBU 회원인 이스라엘은 1973년에 처음 출전해 네 차례 우승했다. 유로비전 인기가 높은 호주는 2015년 유로비전 60주년에 일회성으로 초청받았다가, 줄곧 참여하고 있다. 유로비전의 정신에 열렬히 호응했기 때문에, 호주는 매년 초청받는다.

유로비전엔 음악과 관련된 이색 볼 거리가 가득하다. 오랜 시간에 걸쳐 댄스 디바가 록 밴드와 머리를 맞대고, 랩 아티스트가 발라더와 어우러지는 등 다양한 장르의 ‘스모르가스보드(온갖 음식이 다양하게 나오는 뷔페식 식사)’로 발전해 왔다.

작년에는 우크라이나의 칼루쉬 오케스트라가 우승을 차지했는데, 당시 우승곡 ‘스테파니아’는 힙합과 전통 민속 음악에 중독성 있는 대중 음악 후크를 섞은 곡이었다. 보통 우승자가 나온 국가가 이듬해 대회를 개최하는 것이 관례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끝나지 않아 올해는 2022년 준우승국인 영국이 우크라이나를 대신했다.

유로비전의 역사는 화려하다. 1974년 ‘워털루(Waterloo)’로 우승한 스웨덴의 팝의 전설 아바와 1988년 스위스 대표로 나와 ‘날 두고 떠나지 마(Ne partez pas sans moi)’로 우승한 캐나다의 슈퍼스타 셀린 디온의 국제적인 커리어가 이곳에서 싹텄다.

올리비아 뉴튼 존은 ‘그리스(Grease)’로 시대의 아이콘이 되기 4년 전인 1974년, ‘사랑 만세(Long Live Love)’라는 노래를 들고 영국 대표로 나와 아바의 뒤를 이어 4위를 기록했다. 이처럼 유로비전은 인상적인 과거와 향수에 젖게 할 만한 관록(올해 특별 게스트 중에는 1993년 영국 대표로 출전했던 리버풀 출신의 가수 소니아도 있다)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로비전은 현재진행형이다. 최근 들어 그 어느때보다 뜨거운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 EBU에 따르면 ,작년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린 경연은 시청률 측정 34개 지역 통산 1억 6100만 명이 시청했다. 전년 대비 700만 명 증가한 수치다.

지속적인 성공의 비결

더욱 인상적인 것은 라이브 TV 방송에 익숙하지 않은 Z세대가 유로비전에 열광한다는 점이다. EBU가 조사한 34개 시청권 집계 결과, 작년 결승전 시청자의 56%는 15~24세 시청자였다. 때문에 젊은 층을 공략하는 소셜 미디어 앱, ‘틱톡’이 2년 연속 유로비전의 ‘공식 엔터테인먼트 파트너’로 참여했다. 유로비전을 주제로 한 주간 팟캐스트 ‘유로 트립’을 진행하는 프로듀서, 롭 릴리는 이 경연의 빠르게 진행 방식이 “Z세대에게 매우 친숙하게 느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어떤 노래도 3분을 넘길 수 없으며, 참가자 소개도 40초로 끝난다.

유로비전이 낳은 가장 유명한 우승자, 아바는 거의 무명이던 1974년 '워털루'로 유로비전에서 우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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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비전이 낳은 가장 유명한 우승자, 아바는 거의 무명이던 1974년 ‘워털루’로 유로비전에서 우승했다

릴리는 “시청자의 집중 시간이 점점 짧아지는 요즘, 유로비전에선 항상 시청자의 관심을 끌 만한 일이 벌어진다”고 말했다. 다음 참가자가 준비하거나 투표가 집계되는 동안 펼쳐지는 인터미션 공연, 각 국가가 차례로 원격 투표 결과를 발표하는 것 등이 그 예다.

릴리는 또 이 행사의 다양한 콘텐츠와 생생한 라이브 긴장감 덕에 무대가 끝난 뒤에는 “누가 잘하고 누가 못했는지”를 놓고 열띤 온라인 토론이 벌어지기도 한다고 했다. “유로비전이 생긴지 60년이 훨씬 넘었지만, 마치 어떤 면에서는 소셜 미디어를 염두에 두고 만든 프로그램인 것 같습니다.”

유로비전이 Z세대에게 인기를 끄는 것은 그저 경연 구조의 독특함 때문만은 아니다. 기성세대중에는 이 경연을 ‘조잡하다’거나 ‘노래 실력보다 보여주기로 승부가 갈린다(유로비전에선 이 두 가지는 모두 승부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라는 식으로 평가절하하는 이들도 있다. 반면 많은 젊은 시청자들이 이 경연을 세계적 수준의 플랫폼으로 보고 있다.

BBC에서 유로비전을 취재해온 다니엘 로즈니는 “‘믿고 볼 만한 아티스트들’이 참가할 수 있는 경연으로 변화해 온 것이 유로비전이 지속적으로 성공하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탈리아 밴드 모네스킨이 2021년 록 음악 ‘얌전하게 굴어(Zitti e buoni)’로 유로비전을 우승한 후 “세계를 지배했다”고 덧붙였다. 모네스킨은 유로비전 우승 후, 포시즌스의 ‘애원(Beggin)’을 펑키 스타일로 커버한 곡으로 몇달간 빌보드 핫 100 상위권을 지켰다.

2021년 초, 던컨 로렌스의 잔잔한 발라드 ‘아케이드(Arcade)’가 유로비전에서 선보인 뒤 빌보드 핫 100에 진입했다. 유로비전 경연 곡들 중에는 25년 만에 나온 쾌거다. 로렌스는 2년 전에도 자국 네덜란드 경연에서 우승한 바 있지만, 아케이드의 흥행에는 틱톡 입소문이 큰 몫을 했다.

로즈니는 “틱톡은 과거의 스트리밍 플랫폼처럼 몇 가지 면에서 음악계를 바꿔놓았다”고 말했다. “유로비전 아티스트들이 자신의 노래를 들려줄 수 있는 두 번째 기회가 된 거죠.” 작년에 아르메니아의 로사 린이 유로비전에 선보인 포크송 ‘스냅(Snap)’이 앱에서 인기를 끌면서 전 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한 것이 그 예다. 당시 스냅이 비교적 낮은 순위인 20위로 유로비전을 마쳤기 때문에 린의 성공은 더욱 놀라웠다.

싱어송라이터 다디 프레이르는 2020년 경연에 아이슬란드 대표로 참가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코로나로 경연이 취소됐고, 1년 후 다시 참가자로 선정돼 최종 4위를 차지했다. 유로비전은 그의 커리어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는 유로비전 경연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면, ‘생각해봐(Think About Things)’와 ’10년(10 Years)’을 “그 방식처럼 결코 작곡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로비전은 더 많은 청중에게 자신의 음악을 들려줄 수 있는 큰 기회입니다. 저는 이 점을 잘 알고 있었고, 이 기회를 제 커리어 도약의 발판으로 만들려고 노력했죠.” 전략은 성공했다. 비록 ‘생각해봐’를 유로비전에서 부르지는 못했지만, 프레이어의 따뜻한 마음을 담은 곡은 코로나 봉쇄 속에서 경연을 시청한 팬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 현재 이 곡은 ‘스포티파이’에서 약 1억 3천만 건의 스트리밍을 기록중이다.

작년 대회에서는 우크라이나의 칼루시 오케스트라가 감동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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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대회에서는 우크라이나의 칼루시 오케스트라가 감동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유로비전이 특히 “젊은 세대”에게 통하는 이유로, 프레이르는 “자기 자신이 될 수 있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좋아할 수 있게” 해주는 포용 정신을 꼽았다. 이러한 급진적 포용 정신이 이 경연의 공통분모가 되어, 성소수자와 Z세대 팬층을 하나로 묶어준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올해 대회에 노르웨이 대표로 참가해 자신의 양성애를 당당히 드러낸 테크노 포크곡 ‘퀸 오브 킹스(Queen of Kings)’를 부른 스무 살의 가수 알레산드라도 프레이어의 의견에 동의했다. 그녀는 “이 커뮤니티에서는 자신을 드러내는 매우 쉬운 일이지만, 안타깝게도 사회에서는 항상 그럴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유로비전은 경연, 그 이상입니다. 음악을 통해 다양한 문화와 사람들이 함께 모이죠. 사람들은 무의식 속에서 이런 것을 갈망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유로비전 2023의 주제도 “음악으로 하나되는”이다. 올해 경연의 추최한 영국과 우크라이나의 “특별한 파트너십”을 담았다. 하지만 이 주제는 1956년 첫 경연부터 유로비전을 이끌어 온 단 하나의 주제이기도 하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 점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CP-2022-0043@fastview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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