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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비큐 핫플레이스’가 된 중국의 공업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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쯔보의 바비큐 거리

Getty Images
현지 ‘바비큐 협회’에 따르면 쯔보시에서 영업 중인 바비큐 가게는 1270개 이상이다

중국 동부 산둥성 쯔보시는 인구 470만 명이 모여 사는, 언뜻 보기엔 별로 특색 없는 공업 도시일 뿐 일반적으로 유명한 관광지는 아니다.

그렇기에 쯔보시 출신인 장씨는 지난달 결혼식을 치르고자 고향을 방문했을 때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몰려든 관광객 규모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장씨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지금껏 고향으로 가는 차표를 구하기 어려웠던 적이 없었지만 “이번엔 하객들을 위한 바비큐 식당을 찾기는커녕 고속 열차를 구하거나 호텔 객실을 예약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쯔보는 중국 정부가 지난 1월 엄격했던 코로나19 관련 규제를 전면 해제한 이후 몰아닥친 SNS 광풍의 중심에 서 있는 지역이다.

SNS 인플루언서들의 홍보 및 봉쇄로 지친 마음을 여행으로 풀고 싶은 욕구가 결합하면서 중국인 국내 관광객 수백만 명이 이전엔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도시 쯔보에 몰려들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쯔보의 가장 큰 매력은 개당 2위안(약 385원)에 불과한 저렴한 바비큐 꼬치다.

쯔보에서 관광객들이 찍어 올린 사진과 영상을 보면 마음껏 먹고 마시는 사람들과 부산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중국의 SNS 플랫폼 ‘샤오훙수’에 올라온 어느 영상엔 라이트 스틱을 흔드는 사람들과 그 옆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이들이 담겼다.

이 영상을 올린 이는 “(쯔보는) 야외 노래방이 따로 없다. 모두가 열정적으로 먹으며 마음껏 노래를 부르고 있다”고 적었다.

바비큐는 중국에서 사랑받는 요리로, 북부 및 서부 지역에서 즐겨 먹는다. 양념한 고기를 작게 자른 채소와 함께 꼬치에 끼워 숯불에 구워 먹는 형식이다.

그중에서도 쯔보시에선 이렇게 꼬치로 구운 고기를 얇게 부쳐 낸 밀가루 반죽에 파와 함께 싸서 먹는 방식으로 즐긴다.

현지 ‘바비큐 협회’ 회장에 따르면 쯔보시에서 영업 중인 바비큐 가게는 1270개 이상이다. 이곳을 방문한 SNS 인플루언서들이 “중국의 야외 바비큐 중심지”라고 부를 정도다.

바비큐 꼬치를 사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

Getty Images
쯔보에선 10달러(약 13000원)에 꼬치를 36개나 살 수 있다

‘샤오훙수’나 ‘웨이보’와 같은 중국 SNS 플랫폼에서 검색어 ‘쯔보 바비큐’는 지난 3월부터 상위권에 올라와 있다.

그리고 3월부터 쯔보의 인구 또한 2배 이상 늘어났다. 중국 ‘차이신 미디어’에 따르면 4월 29일 쯔보시 기차역에선 들어오고 출발하는 기차가 무려 8만7000대로 역대 기록을 경신했다.

또한 이번 노동절 황금연휴(4월 29일∼5월 3일) 기간 쯔보시의 호텔 객실 점유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이번 연휴 중국의 국내 여행객 수는 2억7400만 명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 이상으로 반등했다. 중국 관광부에 따르면 이는 2019년 대비 거의 20% 증가한 수치다.

한편 관광객 수가 갑작스럽게 증가하자 쯔보시 당국은 이에 신속히 대응하고 있다. 하룻밤 사이에 1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바비큐 거리가 지어졌다. 이곳에선 라이브 밴드 공연도 열린다.

또한 유치원생까지 포함된 지역 자원봉사 단체가 결성돼 기차역에서 관광객을 안내하고 있으며, 박물관 또한 관람 가능 시간을 연장했다. 바비큐 골목까지 다니는 버스와 기차도 마련됐다.

심지어 지역 당국은 숙박비를 50% 이상 올리는 호텔은 처벌하겠다고 나섰다.

그리고 이러한 조치는 관광객 유치에 크게 도움이 되는 모습이다.

대학교 3학년생이라는 어느 관광객은 이곳의 바비큐 요리 방법이 독특하고 맛있다면서 “지역 정부도 관광객을 맞이하고자 신속하게 대응해 추세를 파악하고 있다. 쯔보 지역 주민들도 호감 가고 친절하며 바가지요금을 씌우지 않는다”면서 “관광객에게 진정으로 대해주는 모습이 정말 끌린다”고 말했다.

손님으로 가득 찬 바비큐 식당가

Getty Images
쯔보엔 관광객 수백만 명이 몰린다

한편 쯔보시가 갑작스럽게 주목받게 된 이유에 대해선 몇 가지 가설이 있다.

약 1년 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타 지역 대학생 1만 명이 쯔보시로 격리 이송됐던 사건을 그 계기로 지목하는 이들도 있다.

당시 격리에서 풀려난 이들에게 지역 당국은 바비큐를 대접하면서 “꽃피는 따스한 봄날에” 다시 방문해주길 바란다고 전한 바 있다. 이 중 몇 명이 이 초대를 기억하고 다시 쯔보를 찾아 ‘더우인(중국판 ‘틱톡’)’ 등에 해시태그와 함께 게시물을 올리면서 입소문을 탔다는 설명이다.

또한 쯔보시는 물가가 저렴한 편으로 최소한의 비용으로 알찬 여행 일정을 꾸리고 싶어 하는 학생들의 트렌드에도 부합한다.

대학교 3학년 재학 중인 학생은 “우리는 돈이 많진 않지만 시간은 많다”면서 “(코로나19 팬데믹 봉쇄가) 3년이나 이어진 이후 사람들은 모두 답답함을 호소하며 보복 여행을 꿈꾸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SNS도 쯔보의 인기 상승에 한몫했다. 팔로워 1500만 명을 거느린 유명 음식 블로거 ‘스페셜 울랄라’는 쯔보를 방문해달라는 요청이 많아지면서 지난 3월 직접 이곳을 찾기도 했다.

그로부터 1달 뒤 비양심적인 식당을 폭로하는 것으로 유명한 다른 인플루언서 또한 쯔보를 찾았는데, 어떤 노점에서도 비양심적이거나 나쁜 행위를 하고 있지 않았다고 소개하면서 더욱 인기에 힘을 보탰다.

한편 모든 쯔보 주민들이 몰려드는 관광객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었던 건 아니다.

일례로 식당이 만원인 상황에서 어느 손님이 음식을 받지 못하자 식당 주인이 무릎을 꿇고 해당 손님에게 거듭 고개를 숙이며 “용서해달라”고 사과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웨이보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바비큐 꼬치와 채소를 얇게 부쳐 낸 밀가루 반죽에 싸 먹는 모습

Getty Images
쯔보시에선 이렇게 꼬치로 구운 고기를 얇게 부쳐 낸 밀가루 반죽에 파와 함께 싸서 먹는 방식으로 즐긴다

또한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는 어느 식당 종업원들은 손님의 요구를 충족시키고자 하루에 4시간밖에 자지 못하고 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26일 쯔보시 ‘문화 및 관광국’은 지역 주민들에게 이번 황금연휴에 되도록 쯔보에 있지 말라는 서한을 발표하기도 했다.

“우리 쯔보시의 뜨거운 바비큐 ‘불’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최근 증가한 관광객 규모를 감당하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으나, 여러 문제와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장씨는 바비큐는 여름 한 철 장사라며, 앞으로도 계속 관광객 규모가 이 정도로 유지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관광객 규모 유지는) 쯔보시의 역량에 달려있죠. 인구가 500만 명도 안 되는 이곳에서 관광객 20만 명 수준을 유지하기란 어렵습니다.”

그러면서도 장씨는 고향 도시가 전국적으로 유명해져서 “자랑스럽다”며 고향 사람들도 대부분 늘어난 관광객에 기뻐하며, 이들을 방해하지 않도록 유명 바비큐 가게는 피하고 있다고 마무리했다.

CP-2022-0043@fastview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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