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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자라는 이유로 함정에 빠져 협박당한 나이지리아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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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하메드는 익명을 조건으로 BBC와의 인터뷰에 동의했다

BBC
모하메드는 익명을 조건으로 BBC와의 인터뷰에 동의했다

나이지리아가 아프리카에서 가장 강력한 반동성애법을 통과시켰을 때, 성소수자 커뮤니티는 다른 사람과 더 안전하게 소통할 공간을 인터넷에서 찾았다. 하지만, 범죄 조직도 디지털화되기 시작했다. BBC 아프리카 아이(Africa Eye)는 인기 데이트 앱에서 잠재적 데이트 상대를 사칭해 금품을 갈취하고, 구타하고, 심지어 납치까지 하는 협박범들의 행태를 조사했다.

경고: 이 기사에는 자살에 대한 언급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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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나이지리아에서 비밀리에 동성애자로 살아가는 것은 모하메드에게 위험한 일이었다.

모하메드는 누군가를 만날 계획을 세울 때 항상 조심했지만, 한 번의 만남이 그의 삶을 영원히 무너뜨렸다.

세 아이의 아버지 모하메드는 온라인에서 자말을 만났다. 한동안 온라인으로 대화를 나눈 뒤 직접 만나기로 결정했다. 모하메드는 자말을 좋아하게 됐고 심지어 신뢰하게 됐다고 한다. 그래서 어느 날 오후, 시내에서 자말을 만나 그의 집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것은 함정이었다.

모하메드가 샤워를 하려고 옷을 벗자마자 한 무리의 남자들이 들이닥쳐 모하메드를 구타하고 돈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자말과 남자들은 모하메드가 알몸으로 풀어달라고 애원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었다.

모하메드는 동영상이 온라인에 공개되어 삶이 무너졌다고 말했다.

“믿었던 사람이 내게 그런 짓을 할 수 있다니 상상도 못 했습니다.”

모하메드는 성 정체성을 숨겨왔다. 겉으로는 가족을 부양하는 평범한 유부남이었다.

‘아들이 나를 구했다’

모하메드는 하얀 후드를 머리에 쓰고 마스크로 얼굴을 감춘 뒤 익명성을 보장하는 조건으로 BBC와의 인터뷰에 동의했다.

“울고 있었어요. 죽고 싶었습니다.”

모하메드는 모든 것을 끝내려 했지만 아들과의 전화 한 통으로 구원받은 순간을 설명했다.

“아이들 중 세 명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아들이 아버지를 사랑한다고 말했어요. 아버지가 동성애자라 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하더군요.”

“아들이 제가 [자살]해서는 안 되는 이유를 만들어 줬습니다.”

모하메드는 이 대목에서 울음을 터뜨리며 흰색 후드를 벗고 일어나 얼굴을 가린 채 울기 시작했다. 그에게 일어났던 일을 되새기는 것이 너무도 고통스러웠던 것이다.

나이지리아에서 성소수자 커뮤니티와 함께 일하는 활동가 그룹에 따르면, 매주 약 15~20명이 모하메드와 비슷한 사연을 가지고 연락을 해온다고 한다.

성소수자가 당하는 이런 종류의 협박은 나이지리아의 동성애자 커뮤니티에서 “키토”(kito)라고 부른다. 이 용어의 정확한 기원은 불분명하다. BBC 아프리카 아이는 “키토” 경험자 21명을 인터뷰했다.

라고스에는 동성애자들이 찾는 지하 시설이 있지만 모이는 사람들은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BBC
라고스에는 동성애자들이 찾는 지하 시설이 있지만 모이는 사람들은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에마뉘엘(익명)은 한 친구와 온라인 채팅을 시작했는데 친구의 계정이 도용된 사실을 몰랐다고 한다. 친구를 만나기로 나간 장소에서, 5명가량의 괴한에게 습격을 당했다.

“남자들이 제 영상을 찍고 이상한 질문을 했습니다.”

에마뉘엘은 “그들이 ‘어느 학교에 다니냐, 어디서 왔냐, 부모님 이름이 뭐냐’고 물어봤는데, 이 영상으로 협박하겠구나 싶어서 잘못된 정보를 줬다”고 말했다.

괴한들은 온라인에 영상을 올리지 않았지만, 계좌에서 50만나이라(약 134만원)를 인출하도록 강요하고 다리미로 고문을 가했다.

에마뉘엘은 손을 들어 엄지손가락 밑에 남은 고문 흔적을 보여줬다. 괴한들은 돈을 나눠 가진 후 에마뉘엘을 풀어줬다.

“정신적으로 큰 상처를 받았어요. 아무도 못 믿겠어요. 그냥 불안해요.”

2014년 나이지리아에서는 동성 결혼 (금지)법이 제정됐고, 동성 결혼을 하거나 시민 결합을 맺은 사람에게 14년의 징역형을 내리하도록 했다.

또한 동성 커플 간의 공개적인 애정 표현을 범죄로 규정하고 “동성 간의 애정 관계를 직간접적으로 공개하는” 자에게 10년의 징역형을 내리도록 했다.

이 법은 동성애자 클럽을 금지하고 동성애자 클럽·사회·단체와 관련하여 등록·운영·참여하는 자(해당 단체의 지지자를 포함)에게 10년의 징역형을 내리하도록 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 법안이 통과되면서 나이지리아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엄격한 동성애 금지법을 갖게 됐다. 북부 12개 주에서는 이미 샤리아(이슬람 율법)에 따라 동성애 행위에 연루된 자에게 사형을 선고할 수 있었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 보고서에 따르면, 이 새로운 법이 “성소수자 탄압을 공식 승인해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고 한다.

2014년에는 성소수자에 대한 폭력, 군중 재판, 갈취에 대한 언론 보도가 빈번했다. 활동가들은 그 이후 ‘키토’ 사건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말한다.

우야에두 익페-에팀은 일부 사람들이 성소수자 공격을 환영한다고 말한다

BBC
우야에두 익페-에팀은 일부 사람들이 성소수자 공격을 환영한다고 말한다

나이지리아에서 동성애자 여성임을 공개하고 살아가는 영화 제작자 우야에두 익페-에팀은 성소수자에 대한 협박이 “만연하다”고 말한다.

“이틀에 한 번씩 인터넷에 이런 이야기가 올라오죠. 폭행을 당해 죽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나이지리아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 거의 축하하는 분위기입니다. ‘오, 잘 됐네, 죽였네. 저런 놈들이 밖으로 나오면 안 되지’ 그런 식이에요. 정의는 어디에도 없죠.”

에팀은 피해자들이 체포되거나 공격당할까 봐 경찰 신고를 주저하는 것이 더 힘들다고 말한다.

“그냥 정말 슬픈 일이죠.”

또한 에팀은 동성애자 커뮤니티가 거의 온라인에서만 소통해야 하는데, 여기에서도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이성애자처럼 거리나 식당에서 이성에게 다가가 ‘전화번호 좀 줄래요?’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일부 법 집행관들은 인권 단체와 협력해 협박범을 막고 있다.

BBC 아프리카 아이는 나이지리아 보안·민방위대(NSCDC)의 한 장교와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온라인에서 파트너를 찾는 성소수자로 위장해 인권 단체와 함께 일한다. 협박범들을 속이는 것이 목표다.

그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익명을 요구한 뒤 “내가 생각할 때, 나이지리아에서 법보다 위에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협박은 매우 악질적이고 큰 범죄”라고 말했다.

“누군가가 동성애자 협박 사건을 제게 가져오면, 놈들을 꼭 찾아낼 겁니다.”

WATCH: The moment Nigeria’s police catch a ‘kito’

피해자들은 인권 단체에 협박범의 이름과 사진을 제공한다. 인권 단체가 해당 정보를 나이지리아 NSCDC에 보내면 수사 절차가 시작된다.

“나이지리아 그 어디에도 협박범이 숨을 곳은 없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이들이 직면한 문제는 피해자들이 법정에서 증언하도록 설득하는 것이다. 동성애자라는 이유만으로 감옥에 갈 수 있는 나이지리아에서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솔직하게 밝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즉, 협박범이 기소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뜻이다.

그리고 피해자에게 위안이 되는 것도 거의 없다.

BBC 아프리카 아이가 인터뷰한 사람들 중 상당수는 협박 동영상이 온라인에 공개된 뒤 일자리를 잃었다. 집에서 쫓겨난 사람도 있고, 가족과 소원해진 사람도 있다. 이들 모두 정신 건강이 피폐해진 상태다.

스스로 목숨을 끊을 생각까지 했다는 모하메드는 자신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 온라인에 계속 남아 있어 수치심을 느끼고 있다.

모하메드는 “사람들이 여전히 그 영상을 본다는 걸 안다”고 말했다.

CP-2022-0043@fastview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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