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튀르키예의 ‘스트롱맨’이자 20년간 집권 중인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현 대통령이 지난 14일(현지시간) 열린 대선에서 박빙의 승부 끝에 과반 확보에 실패했다.
튀르키예 최고선거관리위원회는 에르도안 대통령과 케말 클르츠다로울루 야권 공동 후보가 오는 28일로 예정된 결선 투표에서 붙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위원회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득표율 49.51%를 차지해 1차 투표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에 따라 득표율 44.88%를 기록한 클르츠다로울루 후보를 앞질렀으나, 과반을 확보한 후보가 나오지 않아 결국 결선 투표까지 가게 됐다.
결선 투표에선 에르도안 대통령의 당선이 유력한 상황이다.
한편 최고선거위원회의 발표가 나오기 직전 클르츠다로울루 후보는 지지자들에게 “절망하지 말고” 함께 맞서 선거에 임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클르츠다로울루 후보를 필두로 한 야권연합이 불과 2주 만에 거의 5% 차이를 좁힐 수 있을진 확실하지 않다.
게다가 1차 투표에서 득표율 5.17%를 기록해 3위를 차지한 극단적인 민족주의자 시난 오안 승리당 소속 후보를 택했던 유권자들이 모두 중도좌파계열의 야당으로 전환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2003년 총리로 취임한 이후 2014년부터 줄곧 대통령으로 재임하며 20년간 장기 집권 중인 인물이다. 지난 2016년엔 에르도안 대통령에 반대하는 군사 쿠데타가 일어나긴 했으나 이내 진압된 바 있다.
대선 전 클르츠다로울루 후보의 우세를 점쳤던 각종 여론 조사 결과와 정반대의 상황이 펼쳐지자 에르도안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밤늦게까지 수도 앙카라에 자리한 정의개발당 당사 밖에서 축하 파티를 벌였다.
발코니에 나온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지자들을 향해 자신이 클르츠다로울루 후보에 비해 260만 표를 더 확보했다고 연설했다.
한편 튀르키예 야당들은 클르츠다로울루 후보를 야권 단일 후보로 내세우면서까지 이번 대선을 비로소 에르도안을 권좌에서 끌어내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생각했다. 이들은 치솟는 물가와 막강한 권력으로 대표되는 에르도안 체제에 마침표를 찍고자 했다.
그러나 1차 투표 결과의 윤곽이 잡히면서 야권연합의 승리에 대한 자신감은 이내 실망감으로 바뀌었다. 클르츠다로울루 후보는 “2차전에선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며 지지 세력을 결집하고자 안간힘을 썼다.

한편 1차 투표 당일인 14일 아흐메트 예너 최고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은 모든 투표함이 개봉됐으며, 전국적으로 투표율 88.92%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몇몇 재외 투표함은 집계 결과에 반영되지 않은 상태였다.
선거 감시단인 ‘유럽안보협력기구(OSCE)’는 OSCE는 에르도안 대통령과 여당이 “정당하지 않게 이점”을 누렸다고 비판하며, 이번 선거의 몇 가지 결함을 지적했다.
OSCE는 높은 투표 참여율 등에는 높은 점수를 줬으나, 투표의 공정성을 해치는 요소가 존재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인권 운동가이자 자선 사업가인 오스만 카발라 투옥과 더불어 셀라하틴 데미르타스 쿠르드 정당 대표 투옥 등 친쿠르드 정당 탄압 및 “편향적인 언론 보도”를 비판했다.
또한 지난 2월 튀르키예 동남부를 뒤흔든 대지진 생존자들의 투표권을 보장하기 위한 도움이 제한적이었다고도 지적했다.

5만 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대지진 당시 에르도안 대통령은 국가 차원의 늑장 대응으로 크게 비난받은 바 있다.
그러나 이는 이후 열린 5월 총선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지진 발생 지역에서도 여당인 정의개발당은 우세 지역인 8개 도시의 의석수를 확보했다. 이 중 7개 도시에서의 에르도안 대통령 지지율 또한 여전히 60% 이상이다. 가지안테프지역에서만 59%로 떨어졌을 뿐이다.
한편 대선 1차 투표가 열렸던 14일엔 대국민의회 선거도 함께 진행됐다.
해당 선거에서도 정의개발당은 총 600석 중 약 317석의 과반 의석 확보를 향해 승승장구했다.
한편 결선 투표행이 확정된 지금, 이제 관심은 오안 승리당 소속 후보에게 향했던 279만 표심의 행보에 쏠리고 있다.
오안 후보는 BBC 터키어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출마하지 않았더라면 1차 투표에서 결정이 났을 것이라며, 에르도안 대통령이 1차 투표 만에 최종 승리했으리라는 뜻을 내비쳤다.
오안 후보는 여당이 경제 문제부터 지진, 20년간 이어진 에르도안 대통령의 집권 등 무수히 많은 문제를 안고 있을 때도 승리하지 못한 야권을 향한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냈다.
그러나 오안 후보가 특정 후보를 지지해 킹메이커 역할을 자처한다고 해도 1차 투표에서 오안 후보를 선택한 유권자들이 결선 투표에서도 그의 뜻을 따를지는 장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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