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거대 석유기업 ‘엑손모빌’이 인도네시아 아체주 주민 11명과 20여 년간 법정 다툼 끝에 합의했다. 양측은 금전적 합의 관련 세부 사항은 공개하진 않았다.
엑손모빌은 1990년대 인도네시아 아체주 북부에서 가스전 개발 산업에 뛰어들었다. 그 과정에서 군인들을 고용했는데, 아체주 주민들은 이들 군인이 자신들을 상대로 고문, 성폭행, 구타 등의 인권 유린 행위를 일삼았다고 주장하며 지난 20여 년간 길고 긴 법정 싸움을 이어왔다.
엑손모빌 측은 “인도네시아 군을 상대로 제기된 이번 사건 중 모든 내용을 포함해” 이러한 모든 인권 유린 행위를 비난한다고 밝혔다.
한편 아체주 주민들은 수많은 범죄가 자행됐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사랑하는 이가 총에 맞는 모습을 눈앞에서 목격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주민들에 따르면 임신한 여성들은 계속 뛰도록 강요당한 뒤 성폭행까지 당했으며, 남성들은 전기충격기, 칼, 불 등으로 고문당했다고 한다.
한편 엑손모빌 측은 성명서를 통해 “자사 직원이 원고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입혔다는 주장은 없었으나, 이번 합의를 통해 마무리를 지을 수 있다”고 밝혔다.
“엑손모빌은 이번 사건과 관련된 모든 이들과 그 가족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이러한 잔혹 행위가 자행된 곳으로 추정되는 지역은 세계에서 큰 천연가스전 중 하나인 아체주 아룬필드 지역이다. “엑손모빌의 왕관 보석”이라고 불릴 정도로 매장량이 상당하다.
한편 소송이 이어졌던 지난 20여 년간 엑손모빌은 대부분 엄청난 이익을 기록했다.
당초 미 워싱턴에서 이번 달 말 재판이 열릴 예정이었으나, 양측이 합의에 이르면서 재판은 종결됐다.
신변 보호를 위해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원고들은 이번 결과에 만족한다고 밝혔다.

어느 현지 주민은 “그 어떤 것도 내 남편을 돌려줄 순 없겠지만, 이번 승리는 지난 20년간 투쟁해 온 우리에게 정의를 실현해주며, 나와 내 가족의 삶을 바꿔 놓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원고 측 변호사 아그니즈카 프라이즈만은 무려 20여 년간 글로벌 석유 대기업을 상대로 싸움을 이어온 주민들의 용기를 높이 샀다.
‘국제 권리 옹호 단체’의 설립자이자 지난 2001년 해당 사건을 제기한 변호사 테런스 콜링스워스는 이번 합의 소식이 전해진 이후 “마을 사람들이 평화를 되찾을 수 있어 기쁘다”는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책임 소재를 밝히고자 20년이 넘게 노력한 이들의 헌신과 노력은 우리에게 깊은 영감을 준다”고도 덧붙였다
한편 이번 사건과 관련 없는, 미 컬럼비아 로스쿨 소속 미셸 파라디스 강사는 이번 합의 결과는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고 설명했다.
“엑슨모빌 측은 (원고들을 향해) 최대한 할 수 있는 모든 공격을 다 해봤으나, 원고들은 이를 이겨냈습니다. 그리고 이번 합의 도출은 단순히 이들의 인내심을 보여주는 증거를 넘어 이들이 추구하는 대의가 정당함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원고와 원고 측 변호사들은 자신들이 당한 일에 대한 책임 소재를 밝히는 데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기업의 운영 방식 변화에 기여했다는 사실에 무척 자랑스러워 해야 합니다. 이는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반복되지 않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한편 정확한 합의금 규모 등 세부 사항은 원고들의 안전을 위해 공개되지 않았다.
이렇듯 금전적 합의를 통해 법적 절차는 마무리됐지만, 인도네시아의 인권 운동가들은 피해자들이 견뎌야만 했던 깊은 심리적 트라우마를 해결하는 데는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이러한 합의를 통해 당시 인도네시아에서 어떤 잔혹 행위가 벌어졌는지 전 세계가 주목하게 됐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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