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년 간의 길고 긴 법정 다툼 끝에 캐나다인 필 디머스는 아끼는 바다코끼리 ‘스무쉬’를 캐나다에서 가장 유명한 해양 동물 테마파크에서 구출하는 데 성공했다.
스무쉬는 현재 1만1000km 멀리 떨어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새로운 삶을 살고 있으며, 테마파크 ‘마린랜드’는 동물 학대 의혹을 받고 있다.
디머스와 스무쉬의 독특한 유대관계와 이 둘의 사연에 대해 유명한 TV 프로그램 진행자 지미 키멜은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야기”라고 묘사했으며, ‘인사이드 에디션’지는 “첫눈에 반한 사랑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마린랜드의 사육사로 일하던 디머스가 스무쉬를 처음 만난 건 지난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스무쉬는 태어난 지 18개월 된 어린 바다코끼리로, 러시아에서 막 캐나다에 이송된 상태였다
스무쉬는 당시 마린랜드 측에서 새로 사들인 몇 안 되는 바다코끼리 중 하나였다. 마린랜드는 ‘모두가 마린랜드를 사랑해요’라는 중독성 있는 유명 TV 광고 음악으로도 잘 알려진, 캐나다 내에서 가장 유명한 해양 동물 테마파크이다.
1961년 온타리오주에 세워진 이 테마파크는 영화 ‘프리윌리(1993년 작)’의 주인공 범고래인 ‘케이코’가 1980년대 초 무렵 처음 공연을 시작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캐나다 현지 ‘토론토 스타’지의 보도에 따르면 마린랜드는 지난 수년간 여러 의혹에 휩싸인 바 있다. 일례로 1977년엔 마린랜드 설립자가 멕시코만에서 불법으로 포획한 큰돌고래 6마리가 ‘미국 어류 및 야생동물관리국’에 의해 적발되기도 했다.
이에 마린랜드에선 동물권 운동가들이 번번이 시위를 벌이고 있으며, 캐나다 지역 경찰, 미 정부, 온타리오 동물 복지국 등의 조사 대상에 올랐다. 이 중에서도 미 정부와 온타리오 동물 복지국의 조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게다가 마린랜드에서 사육 중인 동물들이 열악한 수질로 고통받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최근 발표되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마린랜드 측은 즉각 반박하며 지난 수년간 동물들을 제대로 사육하지 못했던 적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22살 생일을 조금 앞두고 처음 마린랜드에서 사육사로 일하기 시작했던 디머스는 이에 대해 별로 걱정하지 않았다.
디머스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과거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 나 또한 다른 모든 사회초년생과 같았다”면서 “모든 일을 다 알고 있는 듯한 상사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고 싶어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내 디머스는 마린랜드의 동물 사육 방식에 문제가 있음을 느끼게 됐다고 한다.
그와 동시에 바다코끼리 스무쉬와 각별히 친해지기 시작했다. 스무쉬가 의료진의 치료를 받는 동안 디머스는 스무쉬를 진정시키려고 애썼는데, 이때 스무쉬가 디머스에게 “각인”하게 된 것이다.
디머스가 어미라고 생각한 스무쉬는 가는 곳마다 디머스를 졸졸 따라다니기 시작했다.
그렇게 이 둘은 뗄래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됐고, 청년 사육사 디머스는 스무쉬에 대해 더 깊게 알아가게 된다.
“스무쉬는 유머 감각이 정말 좋다”는 디머스는 때론 자신의 반응을 보고자 장난을 치곤 한다고 덧붙였다.
“스무쉬는 모든 사람과 주변 환경에 대해 잘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스무쉬가 언제 어디서 장난을 칠지 몰랐기에 우리는 언제나 긴장하고 있었죠.”
그러면서 디머스는 마린랜드의 동물 방치 행위에 점점 더 불만을 품게 됐고, 특히 스무쉬의 생활 환경에 걱정하기 시작했다.
이에 2012년 마린랜드에서 사직한 디머스는 스무쉬를 구하기 위한 작전에 착수하게 된다.

한편 BBC는 이에 대한 마린랜드 측의 의견을 듣고자 여러 번 연락했으나,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마린랜드는 사육 중인 동물의 주거 환경과 치료와 관련해 그 어떠한 위법 행위도 없었다며 지속해서 부인하고 있다. 그러면서 “급진적인 동물권 운동” 단체가 자신들을 상대로 거짓된 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자신들의 해양 동물 전시는 교육적인 목적을 위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마린랜드는 디머스의 사직 직후 디머스를 상대로 법정 소송을 제기했다. 디머스가 마린랜드에 불법적으로 침입해 무게 363kg에 달하는 바다코끼리 스무쉬를 훔치려고 했다는 것이다.
디머스는 이러한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마린랜드를 명예훼손으로 맞고소하며 맞섰다.
그렇게 25만캐나다달러(약 2억4000만원)를 들여 10년간 이어진 기나긴 법정 다툼 끝에 스무쉬를 돕겠다는 디머스의 꿈은 현실이 됐다.
지난해 마린랜드 측은 소송 취하에 동의하는 한편, 성명서를 통해 “이들 바다코끼리에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며 스무쉬와 스무쉬의 새끼 ‘카육’에게 새로운 집을 마련 해주는 데도 동의했다.
물론 디머스는 여전히 마린랜드에 접근할 수 없지만, 마린랜드 측은 합의의 일환으로 디머스와 스무쉬의 감동적인 재회도 허용했다. 물론 이들은 밧줄과 난간에 가로막혀 제대로 상봉할 순 없었다.
이에 대해 디머스는 “스무쉬가 내게 다가오고자 (난간을) 오르기 시작했고, 나 또한 다가가고자 했다”면서 “그러자 (마린랜드 측이) 스무쉬를 다시 데려갔다”고 설명했다.

한편 스무쉬와 카육은 이후 아랍에미리트 수도 아부다비에 새롭게 개장한 ‘씨월드’로 이송됐다. 오는 23일 개장을 앞두고 있는 곳이다.
이제 우편집배원이자 동물 권리 운동가로 변신한 디머스는 동물 포획에 반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비록 스무쉬가 저 멀리 1만1000km 이상 떨어져 있긴 하지만, 마침내 마린랜드를 벗어나 기쁘다고 덧붙였다.
한편 미 워싱턴DC의 ‘동물 복지 연구소’에서 해양 포유류를 연구하는 노애미 로즈 박사 또한 바다코끼리를 시설에 가두는 것에 반대하지만, 스무쉬와 카육에겐 씨월드가 더 좋은 보금자리일 것이라고 말했다.
“마린랜드는 여러모로 너무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로즈 박사는 “그래서 동물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게 제한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로즈 박사는 멸종위기종인 바다코끼리는 일반적으로 북극과 북극해 근처에서 서식하기에 스무쉬는 일 년 내내 기온이 통제되는 실내 환경에서 머물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아부다비에선 가장 더운 달이면 평균 기온이 무려 35.5°C까지 치솟는다.
또 다른 해양 포유류 전문가 숀 노렌 박사는 바다코끼리를 사육할 경우 적절한 영양 공급 및 수의학적 관리뿐만 아니라 훈련과 사회 활동 등도 충분히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난감이나 새롭게 배워야 할 도전 과제 등이 주어질 것이다. 이를 통해 뇌가 계속 깨어 있게 되는데 이는 바다코끼리와 같은 사회적 동물들에겐 정말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씨월드는 BBC에 보낸 성명서를 통해 전 세계 동물원 및 수족관에서 출발한 바다코끼리들이 “안전하게 도착”했다면서, 이들이 “편안하게 새집에 정착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스무쉬가 “바다코끼리를 위해 특별히 설계된”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다른 바다코끼리들과 함께 살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스무쉬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나가면서 디머스 또한 언제 스무쉬를 방문하면 좋을지 고민 중이다. 디머스는 최근 씨월드 측에서 보내온 스무쉬 영상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나는 방해꾼이 되고 싶지 않다”는 디머스는 “그저 씨월드에서 스무쉬가 더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싶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디머스는 스무쉬를 만나면 끌어안고 싶다는 소망을 전하며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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