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 당국이 스마트 기술을 사용해 시위 단속에 나서자 소셜미디어 상에서 반발이 커졌다.
이란의 복장 규정은 여성이 머리를 가리고 헐렁한 옷으로 몸을 가리도록 의무화하고 있지만, 여성들은 시위의 일환에서 해당 규정을 공공연히 무시해 왔다.
지난 4월, 이란 당국은 여성에게 히잡 착용을 강제하는 새로운 방침을 발표했다. 앞으로 더 가혹한 처벌을 내리고 스마트 카메라로 규정 위반 여성 운전자를 추적하겠다고 밝혔다.
아마드레자 라단 이란 경찰청장은 “2023년 4월 15일 토요일부터 히잡을 벗은 사람은 스마트 기술을 이용해 특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히잡 착용 의무를 어긴 사람들은 형사 기소 전에 경고를 받게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여성들은 이에 반발해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전국 공공장소에서 찍은 히잡 미착용 사진과 영상을 대거 올렸다.
기술의 부정확성
교통 단속 카메라에 찍힌 이란 여성들은 예전부터 복장 규정 위반에 대해 경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당국이 이들을 처벌하고 차량을 압수하거나 벌금을 부과하겠다고 위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 여성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한 달 전에 여자 친구들과 담한 지역으로 자동차 여행을 다녀왔는데, 차량 번호가 적힌 SMS[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우리는 차에서 히잡을 거의 착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4월부터 비슷한 문자를 받았다는 사람들이 나오고 있다. 모두 문자에 차량 번호가 기재되어 있었다.
해당 문자에는 히잡을 쓰지 않고 다시 공공장소에 나타나면 차를 압수당할 것이라는 경고와 함께, 위반 혐의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웹사이트 링크도 포함되어 있었다.
한 남성은 본인도 비슷한 문자를 받았는데 자신의 차량이 위치했던 날짜와 장소가 들어맞았다고 말했다. 다만, “그 시간, 그 장소에 여성은 없었다”고 밝혔다.
“저는 혼자였습니다. 단속 카메라는 정확하지 않아요.”
익명을 요청한 이 남성은 BBC에 머리가 긴 본인의 사진을 제공했다.
이란의 일부 변호사들은 경찰과 사법부의 이번 조치가 불법이라고 주장한다.
변호사 모흐센 보르하니는 트위터에 “히잡을 안 썼다고 자동차를 압수하는 조치는 헌법에 따른 법적 근거가 없으며 범죄”라고 썼다.
이에 대해 이슬람 공화국 사법부는 “이슬람 형법 638조 제1차 개정안에 따르면 공공장소에서 히잡을 벗는 것은 범죄”라고 반박했다.

4월 발표 이후, 이슬람 공화국 경찰로부터 “시민 여러분, 히잡 법을 존중하고 준수하십시오”라는 문자를 받았다는 사람들이 소셜미디어에 등장했다.
이 문자는 히잡 착용 여부와 관계없이 무차별 발송된 것으로 보인다. 사람들은 빠르게 반응했고 소셜미디어에선 이 문자를 비웃기도 했다. 인스타그램의 한 남성 사용자는 “지금 정부의 이 기술이 ‘스마트’하다는 건가?”라는 글을 남겼다.
‘우리는 잊지 않았다’
한편, 시위대는 협박에도 불구하고 히잡 의무화 반대 투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한다.
셈난 지역에 거주하는 한 Z세대 여성은 “지난 몇 달 동안 너무 많은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이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여성은 이란 정부의 잔혹한 시위 탄압을 언급한 것이다. 이란의 인권운동가통신(HRANA) 보도에 따르면, 71명의 미성년자를 비롯해 530명의 시위대가 세상을 떠났다.
12월 이후 수천 명이 체포됐고, 4명이 처형됐다.
지난 9월, 마흐사 아미니(22)가 도덕경찰에 구금된 상황에서 사망했고, 이후 이란 전역에서 시위가 들불처럼 번졌다. 아미니가 구금된 이유는 히잡을 “부적절하게” 착용한 것이었다.
여성들은 거리로 나와 히잡을 불태우거나 “여성, 생명, 자유”를 외치며 히잡을 위로 흔들었다.
그 이후 이란에서 많은 여성 영화배우와 유명인들이 히잡을 쓰지 않고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 시위를 지지했다.
거의 8개월이 지난 지금, 여전히 수많은 이란 국민들이 사생활과 사회생활을 억압하는 제도를 폐지하기 위해 싸우고 있다.
테헤란에 거주하는 한 여성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슬람은 독재 체제다. 그 중요한 기둥 중 하나가 여성에 대한 억압과 통제이기 때문에 히잡 의무화에 반대하는 투쟁은 이 체제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테헤란의 또 다른 여성은 위협에도 불구하고 복장 의무화에 계속 항의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저는 ‘여성, 생명, 자유’ 운동이 여전히 건재하고 우리가 마흐사 아미니의 죽음을 잊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그래서 시위를 계속합니다.”
‘새로운 위협’
시아파 무슬림의 성지 순례지로 알려진 종교 도시 마슈하드의 한 여성은 “저는 이 나라에서 진행 중인 혁명의 일부가 되고 싶습니다. 그래서 히잡 법을 계속 무시하고 있습니다. 이 사안에 대해 무관심하고 싶지 않습니다”고 말했다.
북부 도시 라슈트 출신의 또 다른 여성은 “히잡 의무화와 싸우는 것은 현 정권과 싸우는 여러 방법 중 하나에 불과하다”며 “그들이 물러서서 법을 바꾸더라도 싸움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시위가 시작된 이후 많은 활동가들이 체포됐다.
현재 보석으로 풀려난 한 페미니스트 활동가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몇 달 동안 지켜본 대로라면 여성들은 항복하지 않을 것이다. 여성들은 새로운 위협에도 동요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활동가는 이란 당국이 난감해하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정권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경찰을 싸움에 끌어들였지만 관할권을 확대하거나 여성들을 상대로 싸울 수 있는 권한을 많이 부여하지는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히잡 미착용 여성에게 서비스를 제공한 쇼핑몰과 상점, 카페, 레스토랑 등이 문을 닫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정권 내부에서도 새 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고위급 사령관을 역임한 호세인 알라이에는 “경찰을 히잡 문제에 개입시키는 것은 국민과 국가 사이의 균열을 악화시킬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 단속 사례를 언급하며 “우리는 도덕 경찰의 활동이 어떻게 반발을 초래하고 히잡 미착용 여성이 늘어나게 만드는지 이미 경험했다”고 덧붙였다.
히잡 의무화를 둘러싼 투쟁은 이슬람 공화국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됐다. 당국이 여성을 통제하려 하면 할수록 여성, 특히 젊은 세대는 더 크게 반발해 끝없는 추격전이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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