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수 비니시우스 주니오르가 당한 모욕은 스포츠계와 스페인 사회의 인종차별과 관련한 치열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스페인 경찰은 메스타야 스타디움의 발렌시아 관중석에서 비니시우스 주니오르를 향해 ‘원숭이’라고 인종차별적 발언을 한 혐의를 받고 있는 3명을 체포했다. 브라질 출신의 비니시우스는 경기 후 스페인 프로축구 리그가 “인종차별자들의 리그”라고 말했다.
사건이 벌어진 후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파시즘과 인종차별”이 축구 경기장을 지배하도록 용인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고, 브라질 정부는 성명을 통해 스페인 당국의 방관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했다.
22일(현지시간)에는 비니시우스와의 연대를 강조하는 의미에서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거대 예수상 ‘구세주 그리스도상’을 밝히던 조명이 어둡게 낮춰졌다. 이번 사안이 스페인의 국경과 스포츠의 경계를 넘어선 것이다.
스페인 좌파 정부와 스포츠 관계 기관은 축구계의 인종차별을 한목소리로 비난해 왔다. 그러나 21일 사건이 사회에 만연한 인종차별에 기인했는지에 대해서는 찬반양론이 분분했다.
이탈리아 출신의 카를로 안첼로티 레알 마드리드 감독은 경기 후 기자들과 만나 “라리가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비니시우스 주니오르는 더 나아가 “브라질에서 스페인은 인종차별 국가로 유명하다”고 말했다.
하비에르 테바스 라리가 회장은 이를 부인했다. 테바스는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영어로 트윗을 남기며 “스페인도 라리가도 인종차별을 하지 않는다. 이런 발언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라리가 측이 그간 9건의 인종차별 사건에 고발 대응을 진행했으며, 그중 8건이 비니시우스에 대한 모욕이었다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도 비슷한 입장을 취했다. 이번 사건에서 발렌시아는 물론 스페인까지 명예훼손의 피해자라는 것이다.
스페인 야당 국민당(PP)의 알베르토 누녜스 페이호 대표는 인종차별과 스포츠는 “양립할 수 없다”며, 이 논란이 “발렌시아 같은 도시에 대해 왜곡된 이미지”를 주고 있다고 경고했다.
지방 선거를 앞둔 페이호는 21일 유세 자리에서 “스페인은 결코 인종차별 국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발렌시아 지역의 시모 푸이그 사회당 대표는 발렌시아 팬들이 “결코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님”을 주장하면서, 이런 극단적인 태도를 일부 극우파 그룹에 화살을 돌렸다. 즉, 극우 정당이자 스페인 의회에서 세 번째로 큰 ‘복스’ 정당의 탓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푸이그는 비니시우스에게도 일부 책임을 돌리는 것 같았다. 비니시우스는 21일 경기장을 떠나면서 발렌시아 팬들에게 ‘2부 리그로 강등되라’고 해석될 수 있는 도발적인 손짓을 보였다.
푸이그는 “선수들이 프로의식을 가져야 하며, 거들먹거려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들도 비니시우스의 성격을 논쟁에 끌어들였다. 바르셀로나 축구클럽 전 이사회 멤버였던 토니 프레이사는 비니시우스가 “매 경기 도발을 한다”며 왜 레알 마드리드의 다른 흑인 선수들은 같은 방식으로 인종차별 공격을 받지 않는지 의아하지 않냐고 말했다.
그러나 작가이자 사회 평론가인 마누엘 자부아스는 이 발언에 이의를 제기하며 차별 피해자를 비난하는 것부터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자부아스는 “비니시우스는 흑인이기 때문에… ‘원숭이’라고 불리지 않는 이상 태도가 나쁘거나, 화를 내거나, 도발에 대응할 권리가 없는 건가”라고 말했다.
21일 경기의 여파는 2004년 사건을 상기시킨다. 당시 레알 마드리드의 베르나베우 스타디움에 모인 많은 스페인 팬들이 친선 경기 중이던 잉글랜드 팀의 흑인 선수들을 향해 ‘원숭이’라며 야유를 보냈다. 이번 사건을 향한 국제적인 분노는 스페인 축구계에 뿌리 깊은 인종차별에 대해 범국가적 논쟁을 촉발했다.
스페인 일간지 ‘엘파이스’는 브라질 대통령까지 나서서 비판을 한 다음에야 이 문제가 진지하게 논의됐다는 점을 사설을 통해 강조했다. 또한, 라리가와 스페인 축구연맹이 축구계의 인종차별 근절을 위해 더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라리가에는 분명 문제가 있다. 그리고 그 문제는 비니시우스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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