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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역경을 극복하고 ‘로큰롤의 여왕’이 된 티나 터너, 83세로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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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중인 티나 터너

Reuters
‘Wildest Dreams’ 음반 발표 이후 1996년 7월 5일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콘서트에서 열창 중인 티나 터너의 모습

허스키한 목소리와 거침없는 무대 매너로 대중을 사로잡으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팝스타 티나 터너가 지난 24일(현지시간) 8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미 테네시주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태어나 불안정한 어린 시절을 보낸 티나에게 세계적인 스타덤에 오르는 과정은 절대 평탄하지 않았다.

학대로 점철된 관계를 끊고 솔로 가수로 자신만의 정체성을 확립했을 당시 나이가 거의 40세에 가까웠다.

그러나 이후 수많은 베스트셀러 앨범을 발표하며 여러 차례 수상하는 등 큰 사랑을 받은 티나는 로큰롤계를 풍미한다.

불안정한 어린 시절

티나 터너(본명 ‘애나 메이 불럭’) 1939년 11월 26일 테네시주 넛부시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플로이드 불럭은 지역 농장 노동자였다.

아이크 터너와 티나가 함께 있는 모습

Getty Images
첫 남편 아이크 터너는 티나를 신체적으로 학대했을 뿐만 아니라 티나의 커리어를 철저히 통제했다

티나의 어린 시절은 혼란스러웠다. 부모님이 군수공장에 일하러 멀리 떠나면서 어린 티나는 언니 에일린과도 어릴 적부터 떨어져 매우 엄격하고 종교적으로 신실했던 친조부모에게 맡겨졌다.

2차 대전이 끝난 후 헤어졌던 불럭 가족이 다시 모여 살기 시작한 시점에 티나는 지역 침례교회의 성가대에서 들게 된다.

그리고 티나가 11살이었을 때 티나의 어머니가 가족을 떠났으며, 그로부터 2년 뒤 아버지가 재혼하면서 티나와 자매들은 테네시주 브라운스빌에 있는 외가로 보내진다.

해당 지역 학교에서 치어리더도 하고 농구도 하며 정신없이 바쁘게 지낸 티나는 1958년 졸업 후 미주리주 세인트 루이스 지역의 어느 병원에서 일하며 간호사가 되고자 노력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언니와 함께 놀러 갔던 어느 나이트클럽에서 밴드 ‘킹스 오브 리듬’ 멤버들과 공연을 펼치고 있는 아이크 터너를 처음 만나게 된다.

일생일대의 기회

당시 아이크는 이미 음악가이자 이미 싱어송라이터이자 연주자로 자리를 잡은 상태였으며, ‘킹스 오브 리듬’ 또한 당시 R&B 클럽에서 가장 인기 있던 밴드였다.

그러다 공연 쉬는 시간 티나는 마이크를 넘겨받아 노래를 부르게 되고 티나의 노래 실력을 인상 깊게 본 아이크는 밴드에서 함께 공연할 것을 제안하게 된다.

당시 티나는 ‘킹스 오브 리듬’의 색소폰 연주자인 레이먼드 힐과 사귀던 중으로, 이들 사이에선 이후 아들 레이먼드가 태어났다.

녹음 중인 아이크 터너와 티나의 모습

Getty Images
티나는 1976년 마침내 첫 남편으로부터 벗어났다

1958년 백싱어로 첫 녹음을 하게 된 티나는 2년 뒤 아이크의 ‘Fool in Love(1960)’라는 곡으로 일생일대의 기회를 얻게 된다.

당시 리드 싱어였던 아트 라시터가 녹음 현장에 나타나지 않자, 티나는 임시로 녹음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게 된다.

원래 티나의 녹음본은 이후 대체될 예정이었으나, 이 데모 녹음본을 들은 DJ가 깊은 감명을 받아 지역 음반사에 그대로 넘기게 된다.

차트 석권

이에 티나의 인기가 높아지자 아이크는 밴드 전면에 세웠으며, 티나를 설득해 이름도 애나 메이에서 티나로 바꾸게 한다.

이후 개명 사유에 대해 아이크는 티나의 전 연인들이 티나를 추적하지 못하게 막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한 바 있다.

티나가 참여한 ‘Fool in Love’는 빌보드 차트 27위에 올랐으며, 후속곡 ‘It’s Gonna Work Out Fine’ 또한 Top 20 차트에 들면서 티나와 아이크 듀오는 그래미상까지 수상하게 된다.

70년대 티나 터너의 모습

Getty Images
날개를 펼친 듯한 티나 터너의 모습

당시 티나는 5번째 아내와 이혼한 상태였던 아이크와 사귀던 중이었는데, 이후 1962년 마침내 이 둘은 결혼하게 된다.

그리고 같은 해 ‘아이크 앤 티나 터너’ 듀오를 결성한 이들은 히트 싱글은 없었으나 3년간 성공적인 시간을 보낸다.

티나는 미 TV 쇼 ‘아메리칸 밴드스탠드’와 ‘신디그’와 같은 쇼에 단독으로 출연하며 인지도를 쌓는다.

그러던 중 프로듀서 필 스펙터가 티나의 목소리에 감명을 받게 되고 티나를 설득해 곡 ‘River Deep, Mountain High (1966)’ 녹음 작업을 진행한다.

워낙 지배적인 성향으로 유명했던 아이크가 녹음 작업을 통제하려 들 수도 있다고 우려한 스펙터는 녹음실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달라고 아이크에게 돈을 줘야만 했다.

마침내 폭력에서 벗어나다

스펙터가 창시한 ‘월 오브 사운드’(‘소리의 벽’이라는 뜻으로 동일한 연주를 겹겹이 쌓음으로써 마치 단단한 소리의 벽을 만드는 듯한 프로듀싱 기법) 기법이 들어간 이 음반은 실제 티나의 목소리만 녹음돼 있으나, 아이크와 티나의 공동 작품인 것으로 인정됐다.

이 앨범은 미국에선 큰 인기를 끌지 못했으나, 영국에서 엄청난 사랑을 받는다.

당시 이미 유명했던 영국의 록밴드 ‘롤링 스톤스’가 이들 듀오에게 영국 투어에서 함께 해달라고 요청할 정도였다. 그렇게 티나와 아이크는 유럽에서 이름을 알린다.

이후 롤링 스톤스의 미국 공연 투어도 함께 하게 된 이들 듀오는 유명 TV 쇼 ‘에드 설리번 쇼’에도 출연해 공연을 펼친다.

티나와 아이크는 2년 뒤인 1971년엔 미국 록밴드 ‘크리던스 클리어워터 리바이벌’의 곡 ‘Proud Mary(1969)’를 커버해 발표했는데, 바로 이 곡이 이들 듀오 커리어 역사상 가장 히트친 싱글이다.

영화 ‘토미’에서 열연 중인 티나의 모습

Getty Images
뮤지컬 영화 ‘토미(1975)’에서 ‘The Acid Queen’ 역할로 출연한 티나의 모습

이후 1973년 티나는 영화 촬영을 위해 영국으로 떠난다. 티나는 피트 타운젠드 등이 속한 영국의 록밴드 ‘더 후’의 앨범을 바탕으로 켄 러셀 감독이 제작해 논쟁을 불러일으킨 뮤지컬 영화 ‘토미(1975)’에서 ‘Acid Queen’ 역할을 맡았다.

같은 해(1973년) 티나와 아이크 듀오는 마지막 히트곡이 된 ‘Nutbush City Limits’를 발표하며 또 한 번 사랑받았으나, 이들 부부의 관계는 삐걱거리고 있었다.

아이크는 70년대 중반까지 술과 코카인에 빠져 살았으며, 아내 티나의 인생과 커리어를 통제하려는 태도는 점차 육체적인 폭력으로도 번졌다. 아이크는 임신한 티나를 둔기로 때리거나 뜨거운 커피를 부어 다치게 하기도 했다.

이에 1976년 7월 결국 티나는 동전 몇 푼을 지갑에 넣은 채 도망쳤으며, 아이크와 이혼 소송을 벌이는 몇 달간 친구들의 집을 전전하며 숨어 지낸다.

자택에서 사진 포즈를 취하고 있는 티나의 모습

Getty Images
80년대 자택에서 촬영한 사진

이후 티나를 지지하는 어느 음반사 임원의 재정 지원으로, 티나는 솔로 공연에 나서며 솔로 가수로서의 입지를 다지게 된다.

그러나 처음부터 쉬웠던 건 아니었다.

티나는 과거 ‘독일 보그지’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많은 이들이 티나 터너는 이제 한물간 역사라고 생각했다”면서 “(나라는 솔로 가수가 아닌) 아이크와 티나 듀오로 알고 있던 대중은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난 나 자신을 끊임없이 시험해야만 했다”고 회상했다.

그렇게 연달아 앨범 2개를 발표했으나, 차트 진입에 실패한 티나는 훨씬 더 거친 소리를 강조한 새로운 스타일을 연구했는데, 이 덕에 영국의 유명 싱어송라이터 로드 스튜어트와도 공연하게 됐으며, 롤링 스톤스의 투어에도 또 한 번 참여하게 된다.

함께 공연 중인 티나와 믹 재거

Getty Images
친구 사이였던 티나와 ‘롤링 스톤스’의 믹 재거

그리고 1983년, 티나는 히트곡 ‘Let’s Stay Together’를 발표하며 화려하게 부활한다. 1년 뒤인 1984년 런던에서 녹음한 앨범 ‘Private Dancer’를 통해 7개 곡이 차트에 오른 티나는 대형 월드 투어도 시작한다.

그로부터 1년 뒤엔 영화 ‘매드 맥스 3: 비욘드 썬더돔(1985)’에서 멜 깁슨과 함께 주연을 맡아 출연했으며, ‘We Don’t Need Another Hero’ 등 이 영화의 사운드트랙 앨범 제작에도 참여한다.

이렇듯 연이어 히트곡을 발표하고 1980년대 여러 콘서트에서 전석 매진을 기록하는 등 티나의 커리어는 절대 주춤하지 않을 듯했다.

끈기의 아이콘

영화 ‘007’ 시리즈 중에서도 유명한 ‘007 골든 아이(1985)’의 주제곡 ‘골든 아이’를 녹음하는 등 티나는 이후로도 10년간 화려한 성공 가도를 달린다.

그렇게 20세기가 저물고 21세기를 맞아 어느덧 61세가 된 티나는 거의 은퇴를 선언하며 무대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한편 티나는 페미니스트 활동의 아이콘으로도 이름을 알렸다.

2005년에는 오프라 윈프리, 알 그린, 비욘세와 같은 스타와 조지 W. 부시 당시 대통령이 모인 자리에서 ‘존 F. 케네디센터’가 수여하는 ‘공연예술 평생공로상’을 받으며 미국 대중 음악계를 향한 헌신을 인정받는다.

그러다 2008년 가수로 돌아온 티나는 그래미 어워드 시상식에서 노래를 부르며 가수 데뷔 50주년 기념 투어를 시작했다.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한 에너지와 성량으로 티나는 다시 한번 세상을 놀라게 한다.

2013년 73세의 나이에 ‘보그’지 역사상 최고령 표지모델이 되기도 했는데, 당시 티나는 “나는 정말 늙을 때까지 나이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그리고 난 아직 늙지 않았다”는 말을 남겼다.

같은 해 티나는 27년의 연애 끝에 음반사 기업 임원인 에르빈 바흐와 스위스에서 결혼식을 올렸으며, 스위스 국적 취득을 위해 미국 시민권을 포기했다.

뮤지컬 ‘티나’에서 티나 터너 역을 맡은 에이드리언 워런을 만난 티나의 모습

Getty Images
2017년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뮤지컬 ‘티나’ 속 자신 역을 맡은 에이드리언 워런을 만난 티나의 모습

2020년 티나는 1984년 앨범 ‘Private Dancer’의 수록곡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What’s Love Got to It’을 다시 한번 발표하며 영국 탑 40위 차트에 들게 된다. 그렇게 무려 70년에 걸쳐 각 시대별 차트 진입에 성공한 첫 아티스트라는 기록을 세운다.

1년 후 티나는 자신의 노래에 대한 권리를 레코드 레이블 ‘BMG Rights’에 5000만달러(약 660억원)에 팔았으며,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다.

티나 생전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티나 터너의 생애를 담은 뮤지컬 ‘티나’가 제작되면서 티나는 주연을 맡은 배우 에이드리언 워런과 직접 만나기도 했다.

한편 언젠가 티나는 몇 년이나 이어진 학대와 고난 속에서 어떻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는지 질문받은 적 있다.

이에 티나는 “난 처음부터 끝까지 가던 길을 쭉 유지했다”면서 “왜냐하면 마음속으로 상황이 더 나아질 수 있으리라 믿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CP-2022-0043@fastview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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