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연방수사국(FBI)이 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1983년 미국 방문 당시 암살 시도 정황이 있었다는 내용의 문서를 지난 22일(현지시간) 공개했다.
해당 파일을 통해 당시 미국 내 여왕 경호를 도운 FBI가 아일랜드의 무장단체 ‘아일랜드공화국군(IRA)’ 관련 위협에 어떻게 대처했는지 살펴볼 수 있다.
제보자는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어느 경찰관이었다.
문서에 따르면 여왕과 남편 필립 공이 캘리포니아주 방문을 약 1달 앞둔 1983년 2월 4일, 경찰관은 자주 드나들던 아일랜드 술집에서 어느 남성의 전화 통화 내용을 듣게 된다.
이 경찰관은 “북아일랜드에서 고무탄에 맞아 사망한” 딸에 대한 복수를 꿈꾸고 있다고 이 남성의 말을 그대로 FBI에 신고했다.
경찰관은 “그 남성은 엘리자베스 여왕을 해치려는 계획을 꾸미고 있다”면서 “여왕 일행이 탄 영국 왕실의 요트 ‘브리타니아’호가 금문교 사이를 지날 때 요트 위로 무언가를 떨어뜨리거나, 이에 실패할 경우 여왕이 방문하기로 한 요세미티 국립공원에서 암살을 시도하려고 한다”고 알린다.
이에 미 비밀경호국은 “브리타니아호가 가까이 다가올 때 금문교 보도를 폐쇄할” 계획을 세우게 된다.
요세미티 국립공원 관련 암살 시도에 대해선 미 당국이 어떤 조처를 했는지 불분명하나, 1달 뒤 여왕 부부는 예정대로 요세미티 국립공원을 방문했다.
FBI는 이 남성의 체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발표하지 않았다.
한편 102페이지에 달하는 이번 문서는 미 언론이 제출한 ‘정보의 자유법’ 기반 요청에 따라 기밀 조치가 해제되며 22일 FBI의 공식 웹사이트 ‘더 볼트’에 게재됐다.

한편 1983년 미 서부 방문뿐만 아니라 여왕이 미국을 방문할 때마다 북아일랜드 분쟁으로 긴장이 고조됐을 때가 많았다.
일례로 앞선 1976년 여왕은 미국의 독립선언 200주년 기념행사 참석차 뉴욕주 뉴욕시를 방문한 바 있다.
그런데 이번에 공개된 문서에 따르면 당시 어느 조종사가 “잉글랜드여, 아일랜드에서 나가라”라고 적힌 사인을 들고 뉴욕시 배터리 공원 상공에서 소형 비행기를 조종해 소환장이 발부됐다고 한다.
FBI는 이러한 잠재적인 위협은 물론 물리적인 위협에 대해서도 경계를 유지했던 것으로 보인다.
1976년 여왕의 아버지인 조지 6세의 6촌 동생이자 필립 공의 외삼촌이기도 했던 루이스 마운트배튼 경은 아일랜드 슬라이고 해안에서 IRA의 폭탄 테러로 사망한 바 있다.
이후 1989년 여왕이 미 중동부 켄터키주를 개인적으로 방문하기 전 FBI에선 “영국 군주 일가를 노린 IRA의 위협 가능성은 항상 존재 한다”는 내부 문건이 작성됐다.
또한 해당 문건엔 “보스턴과 뉴욕 당국은 IRA 관련 위협을 계속 예의주시하고, 즉시 켄터키주 루이빌 당국에도 정보를 제공해달라”고 적혀 있다.
경마 사랑이 남다른 것으로 알려진 엘리자베스 여왕은 루이빌에서 열리는 세계적 경마대회 ‘켄터키 더비’ 등을 즐기고자 생전 켄터키주를 여러 번 방문한 바 있다.
이후 1991년 또 한 번 미국을 국빈 방문한 여왕은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과 ‘볼티모어 오리올스’팀의 야구 경기 관람이 예정돼 있었다.
당시 FBI는 비밀경호국 측에 “아일랜드 단체들”이 경기장에서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면서 “아이리시 단체 하나가 그랜드스탠드석 입장권을 대거 예약했다”고 경고했다.
한편 FBI는 NBC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주 공개된 문건 외에도 “추가 기록”이 존재할 수 있다고 밝혔으나, 추가 공개 일정은 언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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