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의 실권자 중 하나로 손꼽히는 공안 장관을 풍자한 영상을 SNS에 올린 시민이 반국가 선동 혐의로 징역 5년 6개월 형을 선고받았다.
다낭에서 쌀국수 노점을 운영하는 부이 뚜언 람(39)은 지난 2021년 자신의 SNS에 영국 런던의 고급 레스토랑 셰프의 트레이드마크 제스처를 흉내 낸 장면을 올리면서 유명해졌다.
이보다 앞서 또 람 베트남 공안 장관은 해당 레스토랑에서 금박을 입힌 고가의 스테이크를 먹은 것이 알려져 논란이 된 바 있다.
‘솔트 배’라는 별칭으로 더 잘 알려진 터키 출신 스타 셰프 누스레트 괵체가 당시 서빙 장면을 SNS에 올리며 온라인상에 퍼지게 됐다.
베트남에선 정부를 비판하거나 반대하는 의견을 용납하지 않는다.
부이 뚜언 람에 대한 재판과 선고는 단 하루만에 끝났다. 다낭 법원에서 징역형이 선고된 이후 람의 변호사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람은 석방된 이후에도 4년간 보호관찰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문제가 된 영상 속 람은 과장된 방식으로 스테이크에 소금을 뿌리는 괵체의 유명 제스처를 따라 하며 쌀국수에 파를 뿌린다.
앞서 베트남 현지에선 또 람 장관이 해당 식당에서 무려 2000달러(약 260만원)에 달하는 스테이크를 먹는 장면을 담은 영상이 공개되며 큰 논란이 된 바 있다. 많은 베트남인이 런던 소재 칼 마르크스의 무덤을 방문한 직후 공산당 고위 관료가 자신의 월급보다 비싼 요리를 먹는 모순에 분노한 것이다.
이후 부이 뚜언 람은 이러한 영상을 올리며 인기를 끌었고, 운영하던 쌀국수 노점의 매출 또한 덩달아 크게 상승했다.
그러나 결국 부이 뚜언 람은 지난해 9월 체포된 이후 현재까지 구금됐으며, 노점 또한 문을 닫았다.

사실 부이 뚜언 람은 과거 10여년 간 정치 운동가로 활동했으나, 이로 인해 호치민에서 일자리를 잃고 고향인 다낭으로 돌아와 쌀국수를 팔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부이 뚜언 람은 여권도 압수당한 탓에 2014년 이후부턴 출국도 불가능하지만, 당국에 의해 기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소장에 따르면 부이 뚜언 람은 페이스북과 유튜브에 각각 영상 19개, 25개를 게시해 “국가 지도력에 대한 국민의 신뢰에 영향을 끼친” 죄로 기소됐다.
그가 올린 영상 중에서도 특히 유명해진 ‘솔트 배 패러디’ 영상이 직접적으로 언급되진 않았으나, 이후 불거진 논란이 베트남 당국의 심기를 건드리며 체포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국제 인권 감시 기구 ‘휴먼 라이츠 워치’의 필 로버트슨 또한 “비록 기소장이 과거 페이스북에 올린 영상을 문제 삼고 있을지라도 속아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베트남 공안 당국은 감히 자신들의 장관을 조롱한 부이 뚜언 람에 복수하고자 합니다.”
“(부이 뚜언 람이 솔트 배 흉내를 내며 올린) 파 뿌리기 영상은 온라인상에서 널리 퍼져나갔고 베트남 국민들은 이를 반겼습니다. 이는 국가 당국이 무력과 거짓된 신념을 이용해 없애버리고 싶어 하는 민주주의 운동의 창의성을 다시 한번 보여줍니다.”

한편 부이 뚜언 람은 재판 2주 전까지 변호사와 접촉할 수도 없었으며, 아내 레 띠 탄 람은 재판에 참석할 수조차 없었다.
레 띠 딴 람은 BBC 베트남어 서비스와 인터뷰에서 자신과 세 딸은 남편이 체포된 이후 단 한 번, 그것도 단 10분 동안만 볼 수 있었다고 전했다.
“우리 가족은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순 없었습니다. 남편은 작별 인사 전 딸들과 함께 노래를 불렀습니다.”
“재판 소식도 남편에게 들었습니다. 아니었다면 전혀 몰랐을 겁니다.”
3일 전 레 띠 딴 람은 남편의 편지를 전해주고 싶다는 낯선 이의 전화를 받았다. 남편이 작은 쪽지에 써서 누군가 전달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땅으로 던진 편지가 아내에게 실제로 전달된 것이다.
“1월에 쓴 그 편지에서 남편은 자신의 신념을 믿기에 유죄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는 레 띠 딴 람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남편은 우리에게 용기를 북돋아 줬다. 그리고 만약 이 종이를 제가 받으면 기적이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법정에서 어떤 선고가 내려지든 제 남편은 죄가 없기에 전적으로 반대합니다. 제 남편이 하루든 1년이든, 10년이든 감옥에 있다는 것 자체가 오히려 범죄입니다.”
현재 베트남에서 공산당을 비난하는 의견을 표명하거나 당의 독점적 권력을 위협하는 듯한 행동을 한 혐의로 수감된 이는 최소 170명에 이른다.
일례로 지난달에는 유엔(UN)으로부터 난민 인정을 받은 베트남 출신 반체제 블로거 두옹 반 타이가 태국에서 납치되는 사건이 있었다. 해당 납치 사건의 배후로 짐작되는 베트남 국가 요원들은 다른 국가에서도 유사한 납치 사건의 배후로 손꼽힌다.
또한 최근 베트남의 석탄발전 의존에 반대하는 운동을 펼치다 탈세 혐의로 수감된 기후 운동가 응우이 티 칸, 당 딘 바흐, 마이 판 로이, 바흐 흥 두엉은 유죄 판결을 받고 투옥됐다. 이는 일반적인 탈세 범죄자들에 비해 높은 형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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