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31일 오전 ‘우주 발사체’라고 주장하는 물체를 쏘아 올렸지만, 결국 실패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전 6시29분 북한 평안북도 동창리 일대에서 남쪽 방향으로 발사한 이른바 우주 발사체 1발이 백령도 서쪽 먼바다 상공을 통과해 어청도 서방 200여km 해상에 비정상적으로 낙하했다고 밝혔다.
앞서 북한은 이달 31일 0시부터 다음 달 11일 0시 사이에 인공위성을 발사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한국 정부는 미국과 협력해 발사체를 추가 분석 중이며,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개최했다.
NSC 상임위원들은 이번 발사가 성공 여부와 무관하게 유엔 안보리 결의에 대한 중대한 위반이자 한반도와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심각한 도발이라며 규탄했다.
백악관 NSC도 이날 성명을 통해 “북한이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해 (발사체를) 발사한 것은 다수의 유엔(UN)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행위”라며 강력 규탄했다.
북한은 왜 ‘발사 실패’ 인정했을까?
북한은 발사 실패 사실을 공식 인정하며 빠른 기간 내에 2차 발사를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발사 후 약 2시간30여 분 만에 국가우주개발국 발표 내용을 인용해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국가우주개발국은 “31일 6시27분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예정되였던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신형위성운반로켓 ‘천리마-1’형에 탑재해 발사했다”고 밝혔다.
이어 “’천리마-1’형은 정상비행하던 중 1계단 분리 후 2계단 발동기(엔진)의 시동 비정상으로 하여 추진력을 상실하면서 서해에 추락했다”고 설명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실패를 빠르게 인정한 데는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있다고 분석했다.
양 교수는 “북한이 실패를 인정함으로써 정상국가를 지향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원인을 스스로 규명할 만큼의 기술력을 갖고 있다는 걸 알리려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마지막으로는 보완 후 재발사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면서도 과거 사례를 참고했을 때 2차 발사까지 한 달 정도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예상했다.
북한이 인공위성 발사 통보 후 발사체를 쏘아 올린 건 지금까지 총 4차례로 집계된다. 이 중 2차례는 궤도 진입에 성공했으나, 위성으로서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북한이 위성을 탑재했다고 주장하는 발사체를 쏜 것은 2016년 2월 7일 ‘광명성 호’ 발사 이후 약 7년 만이다.
군사위성? 아니면 탄도미사일?
이번 발사체가 북한의 주장처럼 군사정찰위성이 아닌 탄도미사일이라는 시각도 있다.
양 교수는 북한이 서해위성발사장을 이용했다는 점을 들어 이번 발사체가 위성 발사체일 가능성이 더 높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이미 탄도미사일을 실전 배치하는 상황에 인공위성을 위장해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은 설득력이 좀 떨어진다”고 밝혔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 교수도 “일본에서 (이번 발사체가) 탄도미사일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북한의 불법성을 더 부각하기 위한 것”이라며 위성 발사체 쪽에 무게를 실었다.
하지만 추진체에 실린 물체가 다를 뿐, 위성 발사체와 탄도미사일의 핵심 기술이 같기 때문에 두 가지를 아예 별개로 보긴 힘들다.
박 교수는 “(이번에 북한이 쏘아 올린) ’천리마-1’형이새로운 형태의 탄도미사일일 가능성도 있다”며 “하지만 기존에 있는 액체연료 기반 백두산 엔진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자세한 정보가 좀 더 있어야 판단이 될 것 같다”고 했다.
‘대피 안내’ 문자에 시민들 ‘긴장’
북한이 발사체를 발사한 후 서해 최북단인 인천 백령도뿐만 아니라 서울에도 경계경보가 발령되면서 많은 시민이 긴장감 속에 아침을 맞았다.
오전 6시32분 서울 지역에 경계경보가 발령되면서 혼란이 빚어졌다. 서울 시민들은 “대피할 준비를 하시고, 어린이와 노약자가 우선 대피할 수 있도록 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문자를 받았다.
서울 내 일부 지역에선 수 분 간 사이렌 소리까지 울리면서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이후 행정안전부는 경계경보가 발령된 지역은 백령도뿐이며, 서울시에서 경보를 잘못 보낸 것이라고 정정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회사원 권혜민씨(31)는 “아침에 일어나서 씻으려는데 민방위 경보 같은 사이렌 소리가 울렸고, 경보 문자를 받았다”며 “대피 준비하라는 얘기에 씻지도 못하고 가족들과 어디로 대피해야 하는지 얘기하며 우왕좌왕하다가 평소보다 늦게 출근 준비를 했다”고 말했다.
16개월 된 아이를 키우는 김모씨(33)는 “원래 뉴스를 잘 안 봐서 북한이 위성 발사하는 줄 모르고 있었는데, 갑자기 아무 설명 없이 대피하라는 재난문자가 오니 너무 무서웠다. 그때부터 너무 무서워서 짐을 싸기 시작했다”고 토로했다.
“원래 (우리나라에서) 전쟁이 날 걸 믿지 않았는데,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한국도 침공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그래서 이번에 ‘북한이 진짜로 쳐들어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더 무서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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