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코소보에서 세르비아계 주민들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평화유지군이 충돌한 가운데 세르비아계 주민이 다수인 북부 지역에서 긴장을 고조시키지 말라는 권고를 무시한 코소보에 대해 미국 정부가 30일(현지시간) 대응 조치를 밝혔다.
미 정부는 코소보 정부가 북부 지역에 알바니아계 시장을 “무리하게” 앉혔다고 비판하며 현재 유럽에서 진행 중인 미국 주도 군사 훈련에 코소보는 참가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지난 30일 코소보 북부 즈베칸에선 경찰과 NATO 평화유지군이 세르비아계 주민들과 충돌해 부상자가 발생했다.
당시 시위대는 세르비아계 인구가 대부분인 즈베칸에 알바니아계 시장이 부임하는 것에 불만을 품고 정부 청사에 침입하고자 했다.
NATO 측은 즈베칸에서의 충돌로 평화유지군 30명, 시위대 52명이 부상당했다면서, 코소보에 추가로 병력 700명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위기 사태는 세르비아계 주민들이 북부 지역 지방선거 참여를 거부했던 지난 4월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세르비아계 주민들의 보이콧으로 투표율이 4% 미만까지 떨어지며 알바니아계가 지방 의회를 장악하게 됐다.
한편 미국과 마찬가지로 유럽연합(EU) 또한 코소보 당국이 북부 지역의 긴장을 부채질하고 있다며 비난하는 한편, 민족 간 긴장감을 고조시킬 일체의 행동에 대해 경고했다.
남유럽 발칸반도에 자리한 코소보는 세르비아계와 대다수인 알바니아계 주민 사이 수년간의 긴장 관계 끝에 결국 2008년 2월, 세르비아로부터 독립을 선언했다.
미국과 주요 EU 국가들은 코소보의 독립을 인정하나, 러시아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세르비아는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코소보 내 세르비아계 주민들 또한 코소보의 독립 인정을 거부하긴 마찬가지다.
코소보 전체로 보면 인구의 90% 이상이 알바니아계이나, 북부 지역은 세르비아계가 다수를 차지한다.
한편 제프리 호베니어 코소보 주재 미국대사는 세르비아계 주민이 다수인 북부 4개 지방에서 알바니아계 시장을 강제로 앉히기로 코소보 당국이 결정했을 때부터 “이러한 결과는 예견돼 있었다”고 일갈했다.
코소보의 강력한 동맹국이기도 한 미국은 알빈 쿠르티 총리에게 이러한 강경한 행동 방침을 바꾸라고 “강력히 권고”했으나 코소보 측이 이러한 충고를 무시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코소보는 유럽 내 NATO 군사 훈련인 ‘디펜더 유럽 23’에 참여할 수 없게 됐다고 통보했다.
호베니어 대사는 미국이 이외에도 다른 조치 또한 고려하고 있다면서, 코소보는 EU와 NATO 회원국들과 사이 결속을 다지고 국제사회에서 보다 더 인정받고자 하는 노력을 보이는데 “열정이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세르비아와 코소보 정상은 이번 폭력 사태에 대해 서로 책임을 전가했다.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은 쿠르티 총리가 이번 소요 사태에 대해 “단독으로”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 반면, 쿠르티 총리는 즈베칸의 시위대가 “세르비아 정부의 지시를 받은 극단주의자들”이라고 주장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NATO 사무총장은 폭력 사태는 “반드시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코소보의 NATO 평화유지군을 향한 이유 없는 공격”을 강력히 규탄했다.
그러나 북부 지역 세르비아계 주민들은 무장한 채 정부 청사 건물에 침입해 세르비아 국기를 내리는 코소보 경찰들을 막지 못했다며 NATO 평화유지군을 비난했다.
한편 이번 NATO의 결정으로 코소보의 평화유지군은 크게 늘어나게 됐다. 추가로 투입되는 병력 700명은 현재 코소보에 이미 주둔 중인 3800명에 합류할 예정이다.
이에 더해 예비 대대가 투입돼 필요시 7일 이내 배치될 수 있도록 대기할 예정이다.
평화유지군의 임무는 코소보의 모든 주민들의 안전과 이동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으로, 민족과 관계없다. 따라서 이번에 새롭게 병력이 추가된 평화유지군은 이번 소요 사태 이후 양측으로부터 상당한 기대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조지 로버트슨 전 NATO 사무총장 또한 세르비아가 코소보에 긴장을 조성하고 있다며 비난했다.
코소보를 방문하고 돌아온 로버트슨 전 사무총장은 BBC 라디오 4 ‘월드 투나잇’과의 인터뷰에서 “세르비아가 현실을 인정하기 전까진 NATO가 코소보에서 완전히 철수할 일은 없다”고 설명했다.
로버트슨 전 사무총장은 코소보 당국에 대한 미국의 “경고”를 언급하며, “상식과 냉정한 외교가 필요하다”고도 덧붙였다.
“코소보 당국이 훨씬 더 나은 대처를 보여줬어야 했다고 생각한다”는 로버트슨 전 사무총장은 “미국 등 자신들과 가까운 국가들이 현재 매우 날카롭게 경고하고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며, 자신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한 로버트슨 전 사무총장은 코소보와 세르비아 모두를 비난하며, 두 국가 모두 “조심스럽게 앉아 양국 국민을 위해 자신들이 원하는 미래가 어떤 모습인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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