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메뉴 바로가기 (상단) 본문 컨텐츠 바로가기 주요 메뉴 바로가기 (하단)

북한, 남한식 ‘오빠,’ ‘자기야’ 말투 못 쓰게 손전화 앱까지 개발?

조회수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말을 듣고 있는 북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Reuters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말을 듣고 있는 북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북한이 ‘오빠’, ‘자기’ 등 한국식 말투 및 억양 사용을 막기 위해 휴대전화와 컴퓨터 등에 국가에서 지정한 괴뢰말투제거용프로그램 설치를 의무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이에 대한 처벌법을 강화해 위반할 경우 공개처형까지 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금까지 ‘평양문화어보호법’에 대한 내용이 알려지기는 했지만, 직접적으로 해당 표현이 명시된 원문 또는 원문 사진이 공개된 적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평양문화어는 북한에서 쓰이는 한국어(조선어)의 표준 규범으로, 1966년 5월 김일성 주석에 의해 명명되었다.

BBC가 입수한 평양문화어보호법 원문을 살펴보면 ‘제30조 괴뢰말투제거용프로그람의 설치의무’에 “기관, 기업소, 단체와 공민은 손전화기, 콤퓨터, 봉사기에 국가적으로 지정된 괴뢰말투제거용프로그람을 의무적으로 설치하여야 한다”고 명시했다.

또한 “괴뢰말투를 따라하면 전사회적으로 멸시 당하고 손가락질 당하면서 얼굴을 못 들고 다니게 해야 한다”, “군중투쟁모임과 공개체포, 공개재판, 공개처형 등을 통해 썩어빠진 괴뢰문화 오염자들의 기를 꺾어놔야 한다”는 등 남측 말투에 대한 혐오감 및 경계심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중국 단둥에서 바라본 북한 신의주에 대형 김일성, 김정일 부자 초상화가 세워져있다.

Reuters
중국 단둥에서 바라본 북한 신의주에 대형 김일성, 김정일 부자 초상화가 세워져있다 (자료사진)

최경희 샌드연구소 대표는 BBC에 “오빠, 자기야 등 한국식 말투 및 억양의 확산이 북한이 지향하는 혁명성, 투쟁정신 등에 맞지 않다”고 분석했다. 언어로 사람을 세뇌시키고 질서화하는 북한 체제에서 한국식 용어와 말투는 혁명성에 맞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특히 북한 사회에서 ‘님’자가 붙는 호칭은 장군님과 수령님 그리고 학교 선생님 뿐이라며, 동료들끼리 ‘님’자를 붙여가며 존중한다는 것은 북한 사회가 가장 싫어하는 ‘사적 영역의 강화’라고 최 대표는 강조했다.

아울러 이렇듯 강하게 주민들의 말투와 억양까지 통제하는 것은 결국 남한식 문화의 확산이 북한의 체제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BBC가 확인한 평양문화어보호법 원문 사진

BBC
BBC가 확인한 평양문화어보호법 원문 사진
BBC가 입수한 평양문화어보호법 원문 사진

BBC

청춘남녀들 사이 ‘오빠’ 금지

평양문화어보호법 제19조는 ‘괴뢰식부름말’을 본따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혈육관계가 아닌 청춘남녀들 사이에 ‘오빠’라고 부르거나 직무 뒤에 ‘님’을 붙여 부르면 안 된다는 것이다.

특히 소년단 시절까지는 ‘오빠’라고 부를 수 있지만 청년동맹원이 된 다음부터는 ‘동지’, ‘동무’라고 불러야 한다고 보호법은 강조했다.

22조는 ‘비굴하고 간드러지며 역스럽게 말꼬리를 길게 끌어서 올리는 괴리식 억양’을 본따는 행위를 금지한다며, 사실상 남한식 억양을 지적하고 있다. 또, 43조의 경우 일상생활에서 일부 기관명칭과 부름말을 제멋대로 줄여서 사용하는 행위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식으로 국가정보원을 ‘국정원’으로 줄여부르지 못하게 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2021년 국정원은 북한 당국이 젊은층을 대상으로 ‘남친'(남자친구), ‘쪽팔린다'(창피하다)를 비롯해 남편을 ‘오빠야’, 남자친구를 ‘자기야’로 부르는 행위 등 남한식 말투와 호칭을 강하게 단속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BBC가 입수한 평양문화어보호법 원문 사진

BBC
BBC가 입수한 평양문화어보호법 원문 사진

괴뢰문화 오염자는 ‘사형’

해당 법에 따르면 괴뢰말투로 말하거나 글을 쓰거나 괴뢰말투로 된 통보문, 전자우편을 부고 받거나 괴뢰말 또는 괴뢰서체로 표기된 인쇄물, 녹화물, 편집물, 그림, 사진, 족자 등을 만든 자는 6년 이상의 노동교화형에 처해진다. 또한 괴뢰말투를 다른 사람에게 가르쳐주거나 유포한 경우에도 최대 사형에 선고한다고 밝혔다.

‘일본말 찌꺼기’를 비롯해 비규범어로 가격표, 차림표, 안내문, 광고 등을 게시했을 경우 그리고 국가적으로 지정한 괴뢰말투제거용프로그램을 설치하지 않고 손전화기, 콤퓨터 등을 이용했을 경우에는 벌금이 부과된다.

아울러 괴뢰말투를 따라하는 현상과 적극적인 투쟁을 벌리지 않거나 무원칙하게 싸고도는 행위에 대해서는 썩어빠진 괴뢰문화를 퍼뜨리는데 동조하는 이적행위로 보고 법적으로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BBC가 입수한 평양문화어보호법 원문 사진

BBC
BBC가 입수한 평양문화어보호법 원문 사진

학생들에 대한 통제 강화

해당 법은 괴뢰말투를 박멸하기 위해 특히 학생들에 대한 교양와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고도 밝혔다.

괴뢰말투를 따라하는 것은 북한의 ‘사회주의를 내부로부터 와해시키려는 적들의 책동에 동조하는 이적행위라는 것을 명심하고 학생들에 대한 교양과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그러면서 과거 “불순출판선전물을 시청 및 유포시켰던 자, 이러저러한 구실을 대면서 직장과 학교에 나오지 않는 대상, 자주 조퇴를 하고 제멋대로 유동하는 대상들에 대한 장악통제의 시도를 높여 괴뢰출산선전물을 시정할 수 있는 자그마한 시공간적인 틈도 절대로 생기지 않게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한 “괴뢰말찌꺼기를 박멸하고 비규범적인 언어요소를 배격하기 위한 준법교양과 투쟁을 강화하며 집단 내 건전하고 혁명적인 언어생활 기풍을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교육기관 역시 학생들이 괴뢰말찌꺼기와 비규범적 언여요소들을 쓰지 않도록 정상적으로 교양하고 통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BBC가 입수한 평양문화어보호법 원문 사진

BBC
BBC가 입수한 평양문화어보호법 원문 사진

자녀가 잘못하면 부모 처벌

제33조와 57조에서는 공민의 의무, 특히 자녀 교양을 언급하고 있다. 내용을 살펴보면 부모는 자녀들이 “우리말을 적극 살려쓰도록 교양하며 손전화기, 콤퓨터 사용에 항상 깊은 관심을 돌려 자녀들의 머릿속에 자그마한 잡사상도 들어가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자녀들에 대한 교양과 통제를 바로 하지 않아 괴뢰말투를 본따는 현상이 나타나게 했을 경우 3개월 이상의 로동교양처벌은 물론 3개월 이상의 무보수로동처벌 등을 준다고 명시했다.

아울러 자녀교양을 제대로 하지 않아 자녀들이 괴뢰말투를 따라할 경우 속박 및 멸시 당하고 손가락질 당하면서 망신을 주어 머리를 쳐들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CP-2022-0043@fastviewkorea.com

랭킹 뉴스

실시간 급상승 뉴스 베스트 클릭

댓글0

300

댓글0

[뉴스] 랭킹 뉴스

  • 사진으로 보는 제75주년 국군의 날 기념 시가행진
  • 윤 대통령, 11월 영국 국빈 방문…'찰스 3세 대관식 이후 최초'
  • '지구 충돌 가능성' 소행성에서 채취한 샘플, 지구로 무사 귀환
  • 물가 계산기: '나만의 도시락'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은?
  • 북한, 5년 만에 아시안게임 출전...유도에서 첫 '남북전'
  •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리뷰: 미야자키 감독의 '마지막' 영화는 걸작이다

최신 뉴스

  • 사진으로 보는 제75주년 국군의 날 기념 시가행진
  • 윤 대통령, 11월 영국 국빈 방문…'찰스 3세 대관식 이후 최초'
  • '지구 충돌 가능성' 소행성에서 채취한 샘플, 지구로 무사 귀환
  • 물가 계산기: '나만의 도시락'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은?
  • 북한, 5년 만에 아시안게임 출전...유도에서 첫 '남북전'
  •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리뷰: 미야자키 감독의 '마지막' 영화는 걸작이다

함께 볼만한 뉴스

           
  • 1
    젤렌스키 UN 연설서 러시아 겨냥해 ‘악은 신뢰할 수 없어’

    BBC 코리아

  • 2
    일본, 사상 처음으로 인구 10명 중 1명 80세 이상… ‘전 세계 최고령’

    BBC 코리아

  • 3
    조종사 탈출 후 ‘실종됐던’ 미 F-35 전투기 잔해 발견

    BBC 코리아

  • 4
    중국 외교 사령탑 왕이, 북러 회담 직후 러시아 방문해 ‘전략 안보 협의’

    BBC 코리아

  • 5
    ‘세 자녀 모두 희소병을 진단받았습니다’

    BBC 코리아

지금 뜨는 뉴스

  • 1
    중국 군부 숙청, 시진핑에게 문제 될까?

    뉴스 

  • 2
    교권 회복 4법 국회 본회의 통과...무엇이 바뀌나

    뉴스 

  • 3
    미국의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 규모는 어느 정도일까?

    뉴스 

  • 4
    이재명 대표 두 번째 체포동의안 국회 통과… 앞으로 어떻게 되나

    뉴스 

  • 5
    '뇌에 컴퓨터 칩 심는다'… 머스크의 뉴럴링크, 임상시험 참가자 첫 모집

    뉴스 

[뉴스] 랭킹 뉴스

  • 사진으로 보는 제75주년 국군의 날 기념 시가행진
  • 윤 대통령, 11월 영국 국빈 방문…'찰스 3세 대관식 이후 최초'
  • '지구 충돌 가능성' 소행성에서 채취한 샘플, 지구로 무사 귀환
  • 물가 계산기: '나만의 도시락'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은?
  • 북한, 5년 만에 아시안게임 출전...유도에서 첫 '남북전'
  •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리뷰: 미야자키 감독의 '마지막' 영화는 걸작이다

함께 볼만한 뉴스

  • 1
    젤렌스키 UN 연설서 러시아 겨냥해 ‘악은 신뢰할 수 없어’

    BBC 코리아

  • 2
    일본, 사상 처음으로 인구 10명 중 1명 80세 이상… ‘전 세계 최고령’

    BBC 코리아

  • 3
    조종사 탈출 후 ‘실종됐던’ 미 F-35 전투기 잔해 발견

    BBC 코리아

  • 4
    중국 외교 사령탑 왕이, 북러 회담 직후 러시아 방문해 ‘전략 안보 협의’

    BBC 코리아

  • 5
    ‘세 자녀 모두 희소병을 진단받았습니다’

    BBC 코리아

지금 뜨는 뉴스

  • 1
    중국 군부 숙청, 시진핑에게 문제 될까?

    뉴스 

  • 2
    교권 회복 4법 국회 본회의 통과...무엇이 바뀌나

    뉴스 

  • 3
    미국의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 규모는 어느 정도일까?

    뉴스 

  • 4
    이재명 대표 두 번째 체포동의안 국회 통과… 앞으로 어떻게 되나

    뉴스 

  • 5
    '뇌에 컴퓨터 칩 심는다'… 머스크의 뉴럴링크, 임상시험 참가자 첫 모집

    뉴스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