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서울시 전역에 경계경보가 발령되면서 많은 시민이 혼란에 빠졌다. 정부는 이번 일을 계기로 민방위 경보 및 훈련 체계를 손볼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일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는 민방위 경보 발령과 관련한 재난문자 발송 문구 개선 방안과 향후 민방위 훈련 계획을 국민 의견 수렴과 전문가 자문 등의 과정을 거쳐 종합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지난 31일 오전 6시29분쯤 평안북도 동창리 일대에서 남쪽 방향으로 이른바 ‘우주 발사체’ 1발을 발사했다. 발사체는 백령도 서쪽 먼바다 상공을 통과해 어청도 서방 200여km 해상에 떨어졌다.
북한의 발사는 실패로 돌아갔지만, 서해 최북단인 인천 백령도뿐만 아니라 인구 약 1000만에 달하는 서울시 전역에 ‘대피 준비를 하라’는 내용의 재난문자와 함께 경계경보가 울리면서 많은 시민이 영향을 받았다.
‘위기관리 콘트롤타워’ 부재?
서울에 발령된 경계경보가 적절했는지를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행안부는 이를 ‘오발령’이라고 판단했으나, 서울시는 ‘적극 행정’이라는 입장을 보이면서 정부 부처와 지자체 간 견해차를 드러냈다.
민방위기본법과 관련 규정 등에 따르면 행안부 장관은 공군사령관으로부터 민방공 경보 발령을 요청받아 경보를 발령한다.
민방위 경보는 민방공 경보와 재난 경보로 나뉘는데, 민방공 경보에 해당하는 경계경보는 화생방무기를 포함한 적의 항공기·유도탄 또는 지·해상전력에 의한 공격이 예상될 때 발령하는 경보다.
민방위사태가 발생한 경우 시장 등 자치단체장도 경보를 발령할 수 있지만, 군과 행안부와의 협력을 전제하고 있기 때문에 완전한 단독 행위는 불가능하다.
서울시는 31일 오전 6시30분, 행안부 산하 중앙민방위경보통제소(중앙통제소)로부터 백령면 대청면에 실제 경계경보를 발령했으며 경보 미수신 지역은 자체적으로 실제 경계경보를 발령하라는 지령 방송을 수신했다고 밝혔다.
서울시의 경계경보 발령에는 나름의 근거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경보 미수신 지역’을 두고 해석 차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보 미수신 지역을 ‘백령도 내부’로 한정한 것이 아니라 ‘백령도 외부’까지 넓혀 고려한 것이다.
서울시는 오전 6시41분쯤 서울 전역에 경계경보를 발령했다.
서울에 1분간 경보 사이렌이 울렸고, 시민들은 “국민 여러분께서는 대피할 준비를 하시고, 어린이와 노약자가 우선 대피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내용의 재난문자를 받았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대피해야 할지 모른 채 당혹감을 표했다.
어떻게 개편돼야 하나
이번 일을 계기로 제대로 된 경보 체계를 갖추고 국민들도 대피 요령을 숙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행안부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진 않았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특임교수는 BBC 코리아에 “최근 (민방위 경보 체계) 일원화 얘기가 계속 나오지만, 행안부가 모든 걸 결정한다고 해서 모든 게 해결되는 게 아니”라며 “중앙 정부와 지자체가 (민방위 관련해서) 제대로 된 토론을 통해 역할을 잘 분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전 정부 시절 국민안전처 민방위 관련 자문위원으로 참여했다는 박 교수는 지금까지 여러 정부가 국민 불안을 조장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무사안일주의에 빠져 민방위 관련 논의를 제대로 진행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또 실제 위기 상황에서는 중요 인프라가 파괴되는 등 예상치 못한 사태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국민 개개인이 대피 요령을 숙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재난문자 내용이 지나치게 단순했다며, 더 자세한 내용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 교수는 “일본의 경우 구별로 대피소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따른 재난문자 내용도 다르다”며 “대피소 위치와 대략적인 행동 요령까지 안내해준다”고 말했다.
최근 행안부도 재난문자 내용을 구체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공 교수는 정부나 지자체가 재난문자 및 경보 시스템을 개선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며, 개인 차원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자기 집에서 가장 가까운 대피소를 직접 찾아가 보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문이 잠겨 있거나 물품이 제대로 구비돼 있지 않은 등 대피소로 이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대피소가 어디 있는지 파악하는 걸 넘어서 실제로 그곳까지 가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최소한 이중문이 설치돼 있는지, 식수를 비롯해 어떤 물품이 비치돼 있는지, 오염 물질을 제거할 수 있는 샤워 시설이 구비돼 있는지 등을 확인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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