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기에게 세 사람의 유전 물질을 전달하는 기술을 통해 태어나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 이와 함께 이 아이들이 어떤 권리를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 논쟁도 시작됐다.
치명적인 미토콘드리아 질병을 막기위기 위해 3인의 DNA를 활용하는 획기적인 불임 치료법이 있다. 이 치료법을 통해 세계 여러 국가에서 건강한 아이가 태어났고, 최근 영국에서도 이런 사례가 나왔다.
이 새로운 기술은 ‘미토콘드리아 대체 요법’이라고 불리며, 희귀 유전 질환으로 아이를 잃은 부부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그러나 이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인간 유전자 변형 등 시술 과정에 대한 여러 우려가 반대의 근거로 활용된다.
미토콘드리아 기증을 통해 태어난 최초의 아이가 올해로 7살이 됐다. 이와 함께 이 기술이 점점 더 널리 사용되면서, 규제 당국과 부모들은 아이의 정체성 및 태생과 관련된 윤리적 문제를 맞닥뜨리게 됐다.
주요 윤리적 문제 중 한 가지는 ‘아이들이 미토콘드리아 기증자 신원을 알 권리를 가져야 하는가’다.
전문가들은 정자 기증이나 난자 기증 같이 이미 잘 자리잡은 사례가 이 문제를 푸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아이들의 정서적 안정을 위한 최선책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한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 안에 있는 특별한 공간이다. 음식에서 나오는 에너지를 신체에 쓸 수 있는 형태로 변환한다. 하지만 미토콘드리아에 질병을 일으키는 결함이 있으면, 이 기능을 수행할 수 없다. 우리는 어머니에게 미토콘드리아를 물려받기 때문에, 여성이 결함이 있는 미토콘드리아를 가졌다면 그것이 자녀에게도 이어질 수 있다.
미토콘드리아 대체 요법은 건강한 미토콘드리아가 들어 있는 다른 여성의 난자를 기증 받아, 아이 부모의 DNA와 결합하는 체외수정 방법이다.
이 요법을 거쳐 만들어진 배아는 부모의 DNA를 가지고 있지만 난자 기증자의 유전 물질(약 0.1%)도 소량 가진다. 미토콘드리아 자체에 기증자의 DNA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태어난) 아기를 “세 부모” 아기가 아니라 “3인” 아기, 즉 아버지, 어머니, 난자 기증자가 있는 아기로 간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시술 요법을 둘러싼 법과 제도는 아직 만들어지는 중이다. 영국은 미토콘드리아 대체 기술을 허용하는 법과 규정을 개척하며, 이를 명시적으로 합법화한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다. 호주도 2022년에 이 시술을 합법화했다.
미국에서는 이 시술이 사실상 금지돼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안전성 우려를 밝힌 후, 미토콘드리아 대체 기술을 사용한 임상 연구는 법적으로 진행이 불가능한 상태다. 캐나다도 이 시술을 금지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규제 없거나 느슨한 국가를 통해 이러한 규제를 우회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2016년에 미국에 사는 한 요르단 부부가 미토콘드리아 대체 시술을 통해 남아를 출산했는데, 당시 시술의 일부는 멕시코에서 진행됐다.
부모의 DNA와 달리, 기증자의 미토콘드리아 DNA는 머리카락이나 눈 색깔, 성격 등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이러한 점과 미토콘드리아 기증자의 유전 물질이 극소량이라는 사실이 법과 제도에 영향을 준다.
영국에서는 미토콘드리아 기증 치료에 사용하기 위해 난자를 기증하는 여성은 이를 통해 태어난 자녀의 유전적 부모로 간주하지 않는다. 기증자의 익명성을 보장하며, 태어난 아이가 기증자의 신원을 확인할 수 없다. 그러나 아이가 16세가 되면, 미토콘드리아 기증자 개인 및 가족의 병력 정보 등 일부 신원이 노출되지 않는 정보는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정자 및 난자 기증은 현재 오직 영국에서만 기증자의 신원 공개가 가능하다(자녀가 18세가 되면 기증자의 신원 확인을 신청할 수 있다).
영국 랭커스터 대학교의 의료 윤리를 강의하는 존 애플비는 미토콘드리아 기증을 법적으로 익명으로 처리하기로 한 영국 규제 당국의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는 영국에서 미토콘드리아 기증을 통해 임신이 된 아이는 정자 및 난자 기증 사례와 마찬가지로 기증자의 신원을 알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까지의 심리적 증거에 따르면 기증된 난자, 정자 또는 배아로 임신이 된 일부 사람들은 기증자에 대한 신원 정보를 아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증자에게 감사하고 싶어서, 다른 형제자매를 찾고 싶어서, 또는 기증자와 유전적 연관성이 있으니 만나고 싶어서 등 다양한 이유를 들곤 합니다.”
그에 따르면, 이러한 의견 중 상당수가 기증자의 난자 일부를 사용하는 미토콘드리아 기증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나올 수 있다. 유전적으로 연관되어 있다는 것만이 이유는 아니다.
“기증자와 연락을 원하는 사람들의 동기에 대해 우리가 아는 바에 따르면, 미토콘드리아 기증자가 ‘누군가에게 끔찍한 질병으로부터 자유롭게 해주었다’는 사실이 만나고 싶은 커다란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새로운 형태의 가족에 대해 수십 년간 누적된 연구에 따르면, 아이들은 생물학적 기원과 유전적 관련성 같은 문제에 대해 과거에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유연하게 대처한다. 또한 태생 및 기증자를 통한 임신 등을 자녀와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는 게 자녀의 정신적 안정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케임브리지 대학 가족 연구 센터에서는 난자 기증을 통해 태어난 아이들을 유아기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추적 조사하는 종단 연구를 진행 중이다.
연구는 아이들이 자신의 생물학적 기원에 대해 알게 되었을 때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기증된 난자를 이용해 아이를 낳은) 어머니와의 관계는 어떤지 등 아이들의 정서적 상황과 정체성, 관계에 대해 다양한 질문을 던진다. 2023년에 발표된 가장 최근 단계의 연구는 아이가 20세가 되었을 때 수행된 연구다. 이에 따르면, 이들은 부모와 좋은 관계를 맺고 있으며 심리적 행복 수준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주도한 케임브리지 대학 가족 연구 센터의 전 센터장이자 명예 교수인 수잔 골롬복은 미토콘드리아 기증 후 태어난 아이들에게도 비슷한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난자 기증의 경우 기증자에게 받는 유전자가 50%인 반면, 미토콘드리아 기증을 통해 태어난 아이는 난자 기증자의 미토콘드리아 DNA만 있기 때문에 임신 방법으로 인해 아이들이 심리적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지는 않습니다.”

골롬복은 이 연구를 통한 중요한 발견은 난자 기증을 통해 태어난 아이들이 어렸을 때 기증을 통한 임신에 대해 부모에게 듣는 게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미토콘드리아 기증의 심리적 영향은 그다지 크지 않은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 아이들도 임신에 대한 개방적 태도를 통해 긍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정자 기증을 통해 구성된 가족에 대해서도 비슷한 연구도 진행된다면, 개방성의 이점을 더욱 분명하게 해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3인의 체외수정 아기들이 언젠가 기증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를 가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미국 ‘국립 레즈비언 가족 연구’의 수석 연구자이자 정신과 의사인 나넷 가트렐(Nanette Gartrell)은 “미토콘드리아 질환으로 아이를 잃을 뻔한 부모들이 이제 건강한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잠재적 옵션을 갖게 된 것은 대단한 일”이라고 말했다.
1980년대에 시작된 이 연구는 정자 기증을 통해 자녀를 임신한 레즈비언 어머니 그룹을 추적하고, 성인이 된 자녀의 발달과 정신적 상황을 추적 연구했다. 가트렐은 이 연구 결과가 기증자를 통한 임신에 대한 개방성 대 비밀성 문제와 관련하여 중요한 교훈을 담고 있다고 했다.
가트렐은 “성 소수자 부모가 보조 생식 기술을 통해 임신한 아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임신 사실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연구에 참여한 어머니들은 자녀에게 자신의 기원에 대해 항상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성인이 되었을 때, 연구에 참여한 기증자 자녀 중 약 절반은 기증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답했으며, 20%는 더 친해지기를 바란다고 했다.
흥미롭게도 긍정적인 관계를 맺은 사람들은 기증자의 친절한 성격이나 부모와 기증자가 대화를 많이 나눴다는 사실 등 유전적 연관성 이외의 요소를 강조하는 경향이 있었다. 일부 참가자는 닮은 점을 찾는 것이 기증자를 만나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라고 했고, 다른 이들은 일반적인 호기심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 참가자는 기증자를 만나기 전 “태생이 가진 알 수 없는 신비함”을 느꼈다고 썼다.
정자 기증을 통해 임신한 아이에게 아이의 출생과 관련해 비밀과 공개가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와 폭넓은 지식을 바탕으로, 가트렐은 정자 기증 사실을 숨기는 것보다 공개하고 적당한 시기에 기증자와 연락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아이에게 더 유익하다고 주장한다. 그녀는 “인간은 가능한 한 자신의 유전적 기원을 알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가트렐에 따르면, 미토콘드리아 기증의 경우엔 자녀가 기증자를 알고 싶어하는 다른 이유도 있을 수 있다. “치명적 질병을 막아준 미토콘드리아 기증 사실을 아이에게 알리는 것은 중요합니다. 이 정보가 과학자들이 현재 이해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어린이에게 의학적 효과를 가져다 줄 있기 때문입니다. 정신과 의사이자 연구자로서 저는 이러한 공개가 심장 수술을 통해 아이가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아이에게 알리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미토콘드리아 기증 치료라는 선구적 절차는 완전히 새로운 영역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른 생식 기술에 대한 연구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아이는 자신의 태생에 대해 대중이 받아들이는 것보다 훨씬 담담할지도 모른다. 다만 ‘대중이 이 기술을 얼마나 빨리 받아들일 것인가’는 국가마다 다를 것이다. 보통의 체외수정에 대한 사회적 태도가 아직도 다양한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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