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이 11년 만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비상임이사국으로 진출하면서 한미일 3각 안보 공조 강화에 더욱 박차가 가해질 전망이다.
한국은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현지시간 6일 개최된 비상임이사국 선거에서 투표에 참여한 192개 회원국 중 180개국의 찬성표를 얻었다. 이로써 한국은 2024년~2025년 임기의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으로 선출됐다.
전체 10개 비상임이사국 중 5개국을 지역별로 선출하는 이번 선거에서 한국은 아시아 태평양 그룹 단독 후보로 나서 당선됐다.
1개국을 선출하는 중남미에서는 역시 무경합 단독 후보로 출마한 가이아나(191표)가 당선됐고, 2개국을 선출하는 아프리카에서는 시에라리온(188표)과 알제리(184표)가 당선됐다.
이번 선거에서 1개국이 할당된 동유럽 지역에서는 슬로베니아와 벨라루스가 ‘서방 대 러시아의 대리전’ 양상으로 경합을 벌였고, 서방의 지지를 받은 슬로베니아가 153표 대 38표로 승리했다.
한미일 3각 공조 강화
앞서 지난 2022년 치러진 비상임이사국 선거에서는 일본이 아태 지역 단독 후보로 2024~2025 임기로 당선됐다.
이로써 2024년에는 한국과 일본이 함께 비상임이사국으로 활동하게 된다. 또 여기에 상임이사국인 미국을 포함해 최근 3각 공조를 강화하고 있는 한미일 3국이 앞으로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응하는 움직임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화여자대학교 북한학과 박원곤 교수는 “북한이 앞으로도 계속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고 발사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한국 입장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 불법성을 계속 이야기해서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임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또 “그러한 논의가 핵심적으로 진행되는 장이 바로 유엔 안보리이기 때문에 한국은 계속해서 일본, 미국, 나아가 또 다른 상임이사국인 영국, 프랑스 등과 함께 북한에 대한 문제제기를 계속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이번 비상임 이사국 진출은 1996~1997년, 2013~2014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한국은 안보리 이사국이 아닌 기간 북한의 미사일 발사나 인권 상황을 규탄하는 관련 회의 등에 한반도 문제 당사국 자격으로만 참여해 왔지만, 이번에 이사국에 합류하면서 해당 이슈들에 대한 한국의 입장을 국제사회 논의에 보다 적극 표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황준국 주유엔대사는 한국의 유엔 안보리 진출이 확정된 후 특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1997년 이후 처음으로 한미일 3국이 동시에 안보리 이사국이 됐다”면서 “과거와 달리 동북아 국제 정세에서 갈등과 대립이 심해졌다, 3국이 같이 안보리에서 북한 문제를 직접 다룬다는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 일본도 한국의 안보리 입장을 환영하는 메시지를 냈다.
미국 국무부는 VOA에 전한 논평에서 “한국은 유엔 안팎으로 미국의 가까운 동맹”이라며 “북한 및 인권 상황을 포함한 다양한 국제사회 과제들에 대한 유엔 논의에 있어 한국의 협력을 높게 평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7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납치·핵·미사일 등 북한에 대한 대응을 비롯해 안보리에서 한미일 협력을 한층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러시아 대북제재 거부권 행사 계속될 듯
하지만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 미사일 대응 관련 한미일 공조가 강화한다고 해도 안보리 차원의 추가 대북 제재는 당분간 요원해보인다.
유엔 안보리는 특정 국가 등에 제재를 부과하거나 무력 사용을 승인하는 등 국제법적 구속력을 가진 결정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유엔 기구로, 5개 상임이사국과 2년 임기의 10개 비상임이사국으로 구성된다.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5개 상임이사국은 거부권, 즉 비토(veto)를 행사할 수 있어 특히 강력한 권한을 갖는다.
하지만 북한 문제에 있어서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을 필두로 한 서방국 입장과 대립해 왔기 때문에 최근 수년간 안보리 차원의 대북 결의안은 불발을 거듭했다.
안보리는 지난 2017년 만장일치로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 2397호에 따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면 자동으로 대북제재를 강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후 미국 및 서방 국가와 중국과 러시아 간 지역 안보 이슈에 대한 갈등이 심화됐고,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에 대한 안보리 차원 추가 제재에 계속 거부권을 행사했다.
한국 황 대사는 이에 대해 “우리가 안보리에 들어간다고 해서 중국이나 러시아가 갑자기 입장을 바꾸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갑자기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안보리에서 미국과 일본뿐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와도 계속 소통하면서 협력의 폭을 넓혀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 교수는 한국이 안보리 이사국에 합류하면서 북한 문제뿐 아니라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대만 해협 문제 등 러시아, 중국과 미국, 서방국가들 간 갈등이 첨예한 여러 국제 문제에서도 “이전보다 자주 분명한 입장을 표명을 표명해야 하는 상황이 계속 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것이 한국으로서 부담이 될 수도 있지만 잘 대응한다면 그만큼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발언권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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