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구 온난화는 해수 온도를 상승시킬 뿐만 아니라, 바닷속 산소량을 떨어뜨려 연쇄 효과를 만들어낸다.
중국 남동부 연안에서 특정 물고기가 폭증하고 있다. ‘봄베이 덕(한국어로는 물천구라고 불린다)’이라는 특이한 이름의 어류다. 이 물고기는 몸통은 길쭉하고 입은 벌어져 있으며 젤리 같은 식감을 갖고 있다. 최근 연구선이 이 연안 밑바닥을 저인망 그물로 훑으니, 이 물고기는 시간당 200kg 넘게 올라왔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그 양이 10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 수산학 연구원, 다니엘 파울리는 이러한 변화를 두고 “무시무시하다”고 말했다.
파울리는 이 같은 대량 침입의 원인이 이 곳 바다의 산소 농도가 극히 낮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적은 산소를 견딜 수 없는 어종은 이곳을 떠났다. 그리고 생리적으로 적은 산소에 잘 대처할 수 있는 어종인 봄베이 덕이 유입된 것이다.
봄베이 덕은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개체수 증가에 기뻐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봄베이 덕 유입에서 중국 및 전 지구의 암울한 미래를 발견한다. 대기가 따뜻해지면서, 전 세계 바다의 산소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로 인해 많은 생물종이 서식지를 옮겨야 하는 처지가 됐다. 학계에서는 많은 지역에서 종의 다양성이 줄어들고 있는데, 이런 곳엔 결국 가혹한 환경에 대처할 수 있는 소수의 생물종만 남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생태계 다양성의 부족은 복원력의 부족을 뜻한다. 때문에 파울리는 “해양 탈산소화는 큰 문제”라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수온이 더 올라가고 산소는 줄어든 미래의 바다에는 어종 다양성이 더 적을 뿐만 아니라, 물고기의 성장이 저해돼 크기가 작을 것이라고 말한다. 설상가상으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박테리아는 더 많아질 것이다. 파울리는 물고기가 산소가 풍부한 바다로 이동하면서 열대 지방 바다는 텅 빌 것이며, 이미 극지방에 살고 있는 특수 어류는 멸종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해양 산성화와 온난화는 언론이나 학계의 주목을 어느 정도 받고 있지만, 산소 문제는 충분히 주목받지 못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지난 4월에 전 세계 해수면 평균 온도가 역대 최대(21.1℃)를 기록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은 전 세계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이 소식은 분명히 해양 생태계에 좋지 않은 소식이다. 다만 학계에서 온난화, 산성화, 탈산소화라는 세 가지 영향을 비교했을 때 산소 부족으로 인한 결과가 가장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가장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네덜란드 라드바우드 대학 생태생리학자 윌코 베르버크는 “(탈산소화가 가장 파괴적이라는 것은) 놀랄 일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산소가 부족하면, 다른 문제는 안 중요하죠.” 다른 동물처럼 어류도 숨을 쉬어야 살 수 있다.
전 세계 해양 산소 농도는 1960년과 2010년 사이에 2% 이상 떨어졌다. 다음 세기에는 1960년 수준 대비 최대 7%까지 내려갈 것으로 학계에선 예상한다. 일부 지역 상황은 더 심각하다. 북동 태평양의 최상단 지역은 이미 산소를 15% 이상 잃었다.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2019년 해양 특별 보고서에 따르면, 1970년부터 2010년까지 전 세계 바다에서 ‘산소 최저 구역’ 비중은 3%에서 8% 로 늘었다. 산소 최저 구역에선 큰 물고기는 개체수를 늘릴 수 없고 해파리만 번성한다.
산소를 감소시키는 요인은 크게 3가지다. 첫째, 물리학 법칙 상 따뜻한 물에는 차가운 물보다 용존 기체가 적다(따뜻한 탄산음료가 차가운 탄산음료보다 탄산이 적은 게 바로 이 때문이다). 지구가 따뜻해지면서 바다의 표층수는 산소 및 다른 용존 기체를 잃게 된다. 지금까지 수심 1000m 이내 바다에서 용존 산소 손실이 일어난 것 중 약 절반 가량이 이런 과정을 거친 것이라 한다.
수심이 더 깊은 곳의 산소 농도는 표층수와 심해수를 섞어주는 해류에 크게 좌우된다. 이 역시 기후 변화의 영향을 받고 있다. 온난화로 빙하가 녹으면 바다에 신선하고 밀도가 낮은 물이 늘어난다. 이 물은 표층수가 더 깊은 곳에 있는 물과 섞이는 것을 방해한다. 또한 적도에 비해 극지방의 대기 온난화 속도가 빠르다보니, 해류를 일으키는 바람도 약해진다. 이런 요인때문에 수심의 깊은 곳의 산소 농도가 관리되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물속 박테리아가 산소를 소비한다. 박테리아는 해저로 가라앉는 식물성 플랑크톤과 다른 유기물을 먹고 산다. 박테리아와 관련된 영향은 해안선에서 많이 나타난다. 육상의 비료가 바다로 흘러들면 해안선을 따라 해조류가 번성한다. 이 해조류는 다시 산소를 잡아먹는 박테리아의 먹이가 된다. 이로 인해 악명 높은 멕시코만과 같은 ‘데드 존’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미세 플라스틱 오염의 늘면 저산소 문제도 악화될 수 있다고 말하는 연구자들도 있다. 이 이론에 따르면 보통 동물성 플랑크톤은 식물성 플랑크톤을 먹는다. 하지만 이들이 식물성 플랑크톤 대신 미세 플라스틱을 먹으면, 식물성 플랑크톤이 증식한다. 늘어난 식물성 플랑크톤은 해저로 떨어지는 과정에서 산소를 먹어치우는 박테리아의 먹이가 돼, 박테리아 증식에 기여하는 것이다.

UN ‘지속 가능한 개발을 위한 해양 과학 10년 계획(2021-2030)’의 일환으로 설립된 과학 단체 ‘글로벌 해양 산소 네트워크’는 1960년대 이후 외해(육지와 인접하지 않은 넓은 바다)의 저산소 수역 면적이 414만 제곱킬로미터까지 늘어났다고 밝혔다. 캐나다 면적의 절반이 조금 넘는 크기다. 2021년 연구에 따르면, 2080년쯤이면 전 세계 바다의 70% 이상에서 눈에 띄는 탈산소화가 나타날 것이다.
2018년 수백 명의 연구자들이 산소 손실과 관련된 ‘키엘 선언’을 통해, 오염과 온난화를 제한하려는 노력과 함께 산소 손실 문제에 대한 인식 제고를 촉구했다. 현재 연구자들은 모든 데이터를 통합하고 맵핑(데이터를 일정 기준에 따라 가공해 의미 파악을 쉽게 만드는 작업)하기 위해 ‘전 세계 해양 산소 데이터베이스 및 ATlas(GO2DAT)’ 구축 작업을 진행중이다.
‘GO2DAT’의 운영위원회에 참여중인 MIT 생물지리화학자 앤드류 배빈은 2021년에 태평양에서 산소가 극도로 낮은 지역을 맵핑했다. 배빈은 “분명 우려스러운 상황”이라며 10년 정도 후에 맵핑 작업을 반복해 상황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확인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저산소 지역은 강력한 온실가스인 메탄이나 아산화질소를 만들어내는 무산소 박테리아가 서식지가 되곤 하는 문제가 있다.
용해도와 혼합, 미생물학이라는 세 요소의 고유한 영향을 평가하는 모델을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배빈은 “이 중 어느 하나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 모든 요소를 종합해 고려하려면 예측을 만들어내는 것이 매우 어려워집니다.” 예를 들어, 한 모델에 따르면 열대 지방에서는 산소를 고갈시키는 생물학적 요인과 산소를 공급하는 해양 혼합의 균형이 바뀌면서 2150년경까지는 산소 수치가 낮아진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다시 높아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이는 잠재적으로 열대 어종에게는 좋은 소식일 것이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기후 모델은 예상보다 빠르게 감소중인 해양 산소 농도를 과소평가해온 것으로 보인다.
분명 산소 농도의 변화가 해양 생물에 미치는 영향은 복잡하면서도, 좋지 않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따뜻한 물에 사는 물고기는 신진대사가 활발하고 더 많은 산소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송어는 수온이 24℃일 때 5℃일 때보다 5~6배 더 많은 용존 산소가 필요하다. 따라서 바닷물이 따뜻해져 산소가 부족해지면, 많은 해양 생물은 이중의 타격을 받는다. 배빈은 “어류는 많은 산소가 필요한데, 특히 우리가 즐겨 먹는 몸집이 큰 어류가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현재 열대 지방 바다에는 리터당 약 6밀리그램의 산소가 있고, 추운 극지방 바다에는 리터당 11밀리그램의 산소가 있다. 일부 해역에서 종종 일어나는 상황처럼 농도가 리터당 2밀리그램 이하(60~80% 감소)로 떨어지면, 공식적으로 산소가 너무 부족해 많은 생물종이 살지 못하는 ‘저산소 바다’가 된다. 하지만 미세한 감소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파울리는 어류는 점성이 있는 물에 미미하게 녹아 있는 산소를 끌어와야 하기 때문에, 호흡을 위해 사람보다 수십 배의 에너지를 소비한다고 말했다.
저산소의 영향은 높은 고도에서 두통과 잠재적으로 치명적 혼란 상태를 겪게되는 등산과 비슷하다. 어류는 종종 저산소 수역을 벗어나려고 하지만, 탈출하지 못하면 행동이 느려진다. 낮은 산소 농도는 어류의 성장, 번식, 활동 수준, 생존 등 거의 모든 부분에 영향을 미친다. 다수의 유전적 및 대사적 변화는 어류가 에너지를 보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그것도 오직 일정한 한계 내 변화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영향은 일반적으로 몸집이 큰 어류가 더 크게 받는다. 몸의 부피 대비 아가미 비율이 더 커서 세포에 산소를 공급하기가 더 어렵기 때문이다. 남획은 이미 바다 내 몸집이 큰 어류의 개체수를 감소시켰다. 베르버크는 탈산소화로 이런 상황이 더 악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베르버크는 산소 농도의 소량 감소가 장기적으로 일으키는 영향은 저산소의 단기적 영향보다 평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때문에 연구자들은 이에 대한 더 많은 연구를 시급히 촉구한 것이다. 베르버크는 “장기간에 걸친 경미한 저산소의 경우, 이에 대한 연구는 많지 않지만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산소가 7% 줄어) 에너지가 지속적으로 7% 감소한다면, 이것이 쌓여 상당히 큰 결핍이 될 겁니다.”

더 많은 산소를 찾기 위한 어류의 이동은 이미 진행중이다. 깊은 바다에 사는 어류는 더 차갑고 산소가 풍부한 바다로 내려가기도 하고, 볼락같이 수심 수백 미터에 사는 물고기는 숨을 쉬기 위해 수면으로 올라오기도 한다. 1995년부터 2009년까지 캘리포니아 지역 산호초 어류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산소 농도가 감소함에 따라 23종의 어류가 10년마다 평균 8.7m씩 수면으로 올라왔다. 열대 북동 대서양에선 산소 감소로 참치 서식지가 줄어들었다. 1960년부터 2010년까지 전체적으로 참치 서식지의 15%가 사라졌다고 한다.
베르버크는 온난화와 탈산소화는 종종 함께 진행되지만, 두 가지 효과가 항상 모든 곳에서 완전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 결과 어류가 다양하게 번성하기에는 너무 덥거나 산소가 너무 부족한 지역이 뒤섞여, 탈출 경로가 뒤엉키게 된다. 학계는 현재 여러 어종을 두고 예상되는 미래를 그리는 한편, 온도와 산소가 미래의 서식지 분포를 바꿀지, 그리고 이러한 범위가 어떻게 겹칠지 등을 연구중이다.
일단 숨을 쉴 수 있는 바다에 도착한 어류는 어떤 먹이가 있는지와 어떤 포식자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베르버크는 “산소 부족이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계기가 되겠지만, 그 다른 곳도 무주공산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곳에서 다른 동물을 만날 것입니다. 그럼 이동으로 인해 생물종 간의 경쟁적 상호작용이 바뀌겠죠.” 파울리는 현재 남극의 바다가 따뜻해지면서 게들이 남극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보호 수단이 없는 연체동물을 잡아먹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량 파괴가 일어날 것입니다.”
파울리에 따르면, 지난 세기 동안 해양 생물에 대한 가장 큰 압력은 남획이었으며, 이로 인해 어류의 수가 크게 감소했다. 그런데 이제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그는 인류가
남획을 통제할 수 있다면, 향후 수십 년 동안 해양 생물에게는 기후 관련 압력이 가장 큰 문제일 것이라고 했다.
파울리는 온난화와 산소 손실의 추세를 따져보면, 수천 년 후 바다의 운명이 맞이할 격동의 종착지는 “생물이 살 수 없는 수프”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미 바다에 저산소 구역이 산발적으로 존재하는데, “전 세계의 모든 죽은 구역이 하나로 합쳐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는 “그것이 바로 종말”이라며, 우리가 온실가스 배출을 통제하지 못한다면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을 예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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