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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 비행기 추락 사고’ 어린이 4명은 어떻게 아마존 정글에서 40일간 살아남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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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에서 구조된 아이들

Reuters

지난 9일(현지시간) 남아메리카 콜롬비아 아마존 밀림 한가운데선 군용 라디오가 지지직거리며 온 나라가 간절히 기대해온 메시지를 전해왔다.

“기적, 기적, 기적이다.”

정글에서 실종된 어린이 4명이 무려 40일 만에 모두 무사히 발견됐다는 소식이었다.

후이토토 원주민 출신이자 남매인 이 아이들은 지난달 1일 이른 오전, 경비행기 추락사고로 실종됐다.

이 사건으로 아이들의 어머니는 숨졌으나, 13세, 9세, 4세, 1세인 어린이 4명은 살아남았다. 그러나 이들이 고립된 곳은 뱀, 재규어, 모기 등이 득실거리는 정글이었다.

이에 구조 당국은 전원 사망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우려하기도 했으나, 발자국, 부분적으로 먹은 듯한 야생 과일 등의 흔적과 단서를 좇아 추락 현장에서 아이들이 살아남았을 수도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됐다.

그렇게 아이들은 6주간 온갖 역경에 맞서 살아남으며 구스타보 페트로 대통령의 말처럼 “역사에 남을 생존의 본보기”가 됐다.

콜롬비아 어린이 생존자 정글 구출 작전은 어떻게 전개됐나

‘정글의 아이들’

사실 무쿠투이 남매는 이러한 예상치 못한 시련에 그나마 준비가 돼 있는 아이들이었다.

남매의 할아버지인 피덴시오 발렌시아는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첫째 레슬리(13)와 솔레이니(9)는 정글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면서 후이토토족은 어릴 때부터 사냥, 낚시, 채집 등을 배운다고 말했다.

남매의 고모인 다마리스 무쿠투이 또한 콜롬비아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무쿠투이 가족은 함께 자라면서 “생존 게임”을 종종 하곤 한다고 설명했다.

다마리스는 “우리는 작은 캠프 같은 걸 설치하며 놀았다”고 회상했다. 레슬리는 “정글엔 독이 있는 과일이 많다는 사실도, 무엇이 먹을 수 없는 과일인지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리고 아기를 돌보는 법도 알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인터뷰 중인 피덴시오 발렌시아

Reuters
남매의 할아버지인 피덴시오 발렌시아는 손주들이 정글에서 살아남는 법을 알고 있었다고 전했다

경비행기 ‘쎄스나 206’가 추락한 직후 장녀 레슬리는 머리 끈으로 나뭇가지를 고정해 임시로 머물 곳을 지었다. 또한 비행기 잔해에서 파리나(밀가루의 일종)를 찾아내 동생들을 먹였다.

후이토토 원주민 지도자 중 한 명이자, 수색작업에 참여했던 에드윈 파키에 따르면 아이들은 이후 밀가루가 떨어지자 씨앗을 먹었다고 한다.

파키는 “패션프루트와 비슷한 ‘아비츄르’라는 과일이 있다”면서 “아이들은 비행기 추락 지점에서 약 1.5km 떨어진 곳에서 아비추르 나무를 발견해 씨앗을 찾아냈다”고 설명했다.

아스트리드 카세레스 ‘콜롬비아 가족 복지 연구소’ 소장 또한 마침 아이들이 정글에 추락한 시기는 “과일이 무르익던 시기”였기에 맺힌 과일들을 따 먹을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그렇다고 해도 정글은 아이들이 살아남기엔 무척 어려운 환경이었다.

원주민 전문가 알렉스 루피노는 10일 BBC 문도(스페인어 서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아이들은 “이 지역에서도 큰 나무들이 매우 빽빽하게 자리한, 아주 어두운 정글 한가운데 남겨졌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물에서 불순물을 거를 수 있도록 도와주는 나뭇잎들도 있지만 “독이 든 식물도 있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이 지역은 이전에 사람의 발길이 제대로 닿지 않은 지역이며, 근처 마을들도 규모가 작으며, 그조차도 정글이 아닌 강을 따라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무서운 야생동물뿐만 아니라 강렬한 폭풍우도 견뎌내야 했으며 정글에서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진 무장단체 등 여러 위협으로부터 자신들을 지켜야만 했을 것이다.

페트로 대통령은 아이들이 야생 들개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해야만 했던 순간도 있었다고 전했다.

경비행기 추락 현장

Reuters

하지만 루피노는 원주민 공동체에서 자란 장녀 레슬리는 이러한 환경에서 살아남는 데 필요한 많은 기술을 습득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남매가 사는 콜롬비아 남동부 바우페스주의 구아나노 공동체 지도자인 존 모레노는 이들 남매가 만인의 존경을 받는 원로인 “할머니 밑에서 자랐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살아남고자 조상들의 지식에 의존해 공동체에서 배운 것을 바탕으로 행동했다”는 것이다.

극적인 구조

수색 작업이 계속되면서 콜롬비아 당국엔 일처리가 더디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게다가 페트로 대통령실은 앞서 트위터로 아이들이 발견됐다고 잘못 발표하면서 비난받기도 했다.

당국은 스페인어와 후이토이어로 생존 팁이 적힌 전단 1만 장을 제작해 정글에 흩뿌렸으며, 헬리콥터는 아이들을 안심시키고자 남매의 할머니의 목소리 녹음본을 크게 틀며 날아다녔다.

한편 언론엔 알려지지 않았으나, 콜롬비아 군은 남매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수색대를 이끈 페드로 산체스 장군은 구조대가 여러 차례 아이들이 발견된 곳에서 20~50m 이내를 통과했었다고 밝혔다.

아이들이 발견됐을 때도 군인 약 150명과 원주민으로 구성된 봉사자 200명이 300㎢가 넘는 이 지역을 샅샅이 뒤지고 있었다.

산체스 장군은 수색 중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건초더미에서 바늘 찾기가 아니”라면서 “아이들이 계속 움직이고 있기에 거대한 카펫에서 작은 벼룩을 찾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1달간의 수색 끝에 지난 9일, 결국 수색견들이 아이들을 찾아냈다.

어느 구조대원과 현지 RTVC와의 인터뷰에 따르면 레슬리는 아기를 안고 있었으며, 처음으로 한 말은 “배고프다”였다고 한다. 또한 근처에 누워있던 소년은 일어나더니 “엄마는 돌아가셨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이후 아이들의 어머니가 비행기 추락 후 나흘 정도 살아있었다는 사실이 나중에 밝혀졌다. 아이들의 아버지인 마누엘 라노케는 “아내가 죽기 전, 아이들에게 ‘이곳에서 살아 나갈 방법을 찾아야 한다’라는 식으로 당부했다”고 말했다.

콜롬비아 국방부가 올린 영상 속 아이들은 높은 나무로 어두운 정글에서 헬리콥터로 옮겨져 수도 보고타의 병원으로 이송되는 모습이다.

남매의 가족은 생존 가능성이 작은데도 수색을 멈추지 않은 군 당국에 감사하며, 정부에 아이들을 하루빨리 집으로 보내달라고 청했다.

남매의 할머니는 국영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었다. 언제나 수색 작업을 지지했다”면서 “정말 기쁘다. 페트로 대통령을 비롯해 함께 고난을 견뎌 준 ‘국민들’에게 감사한다”고 전했다.

페트로 대통령은 또한 “원주민들과 군 당국의 지식이 결합해 이뤄낸 결과”라면서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평화의 길”이라며 군인들과 봉사자들의 노력을 높이 샀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정글의 아이들이자, 이젠 콜롬비아의 아이들”이라며 남매와 자연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특별히 칭찬했다.

한편 가톨릭 신앙심이 두터운 콜롬비아의 많은 사람들이 이번 구조를 “기적”이라 칭했으나, 원주민 전문가인 루피노는 아이들과 “자연과의 정신적 연결”을 강조했다.

“정글은 단순히 녹색 지대가 아니라, 이곳엔 사람들이 서로 관계를 맺고, 배우고, 도우며 고대부터 생성된 에너지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해하기 어려운 말이지만, 사람들이 서로 다른 세계관을 이해하고 배우는 좋은 기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사고로 영혼이 된 남매의 어머니가 아이들을 보호했다”며 “이제 (아이들이 구출됐으니) 비로소 안식을 취할 것”이라고 마무리했다.

추가 보도: 다니엘 파르도, BBC 문도

CP-2022-0043@fastview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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