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성 추문과 부패 의혹에도 불구하고 총리를 4차례나 지냈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전 총리가 지난 12일(현지시간) 향년 86세로 별세했다.
지난 4월 만성 골수 백혈병(CML)에 따른 폐 감염으로 입원 치료를 받은 바 있던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밀라노의 산 라파엘레 병원에서 결국 눈을 감았다.
장례 예정일인 14일이 국가 애도의 날로 선포된 가운데 이탈리아 국방부 장관은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죽음은 “엄청난 빈자리”를 남겼다고 추모했다.
억만장자 언론 재벌 출신인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집권 내내 온갖 성 추문과 비리에 시달렸음에도 전후 이탈리아 최장수 총리 재임 기록을 세웠다.
중간중간 총리직에서 물러났을 때도 있으나, 1994~2011년 사이 총 4차례에 걸쳐 총리를 지낸 인물이다.
게다가 지난해 9월 다시 상원의원에 당선되며 정치 일선에 복귀하기도 했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끌던 중도우파 성향의 ‘전진이탈리아(FI)’당은 조르지아 멜로니의 ‘이탈리아형 제들(Fdl)’당이 결성한 우파 연합에 참여해 현재 멜로니 총리가 이끄는 연정에 참여하고 있다.
한편 이번 별세 소식에 이탈리아 정치계에서도 추모가 잇따르고 있다.
멜로니 총리는 영상 메시지를 통해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투사”였으며, “이탈리아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하나”라고 애도했다.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는 마음이 “아프다”면서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우정”, “조언”, “너그러움”에 감사하다고 밝혔다.
귀도 크로세토 국방부 장관은 “(그의 죽음으로) 한 시대가 끝이 났다”고 평하며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죽음은 ‘엄청난 빈자리’를 남겼다”고 덧붙였다.
이탈리아 정부는 장례식이 거행될 14일을 국가 애도의 날로 선포했다. 장례식은 밀라노 대성당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탈리아 총리실 대변인은 언론 인터뷰에서 “12일부터 전국의 공공건물에 조기를 게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애도를 표한 또 다른 인물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있다. 푸틴 대통령은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를 “진정한 친구”라고 부르며, 성명을 통해 그의 “지혜”와 “균형 잡힌 시각과 먼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을 항상 존경했다고 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또한 프랑스 국민을 대신해 유가족과 이탈리아 국민들에게 애도의 뜻을 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현대 이탈리아사의 주요 인물”이었다면서, “1994년 첫 선거에서 당선되던 순간부터 마지막까지 상원의원으로 재직하는 등 오랜 기간 정치 현장의 선두에 있었다”고 평가했다.
카린 장-피에르 미 백악관 대변인은 이탈리아는 미국의 주요 동맹국이며,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해 여러 미 행정부와 긴밀히 협력했다”고 평했다.
한편 산 라파엘레 병원 의료진은 지난 4월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희귀 혈액암, 만성 골수 백혈병(CML) 등 앓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2020년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 이후 여러 건강 문제를 겪던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정확한 사인에 대해선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된 바 없다.
1936년 밀라노에서 태어난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진공청소기를 판매하며 모은 돈으로 건설업에 뛰어들었다. 이후 TV 방송국, 출판사, 광고 대행사 등을 포함한 언론 제국을 건설하며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억만장자가 됐다.
아울러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전설적인 프로축구 클럽 ‘AC 밀란’의 구단주로 국제적인 인정을 받기도 했다. 그는 1990년대 정치에 입문하기 전인 1986년, AC 밀란을 사들이며 파산 위기로부터 구해냈다.
현재 ‘레알 마드리드’의 감독이자 전 AC 밀란 선수 및 감독 출신인 카를로 안첼로티는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에 대해 “신의가 있고, 지적이며, 진실한 사람”이었다고 기억했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소유하에 AC 밀란에서 챔피언스 리그 2차례 우승을 차지한 바 있는 안첼로티 감독은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축구 선수로, 그다음에는 코치로서” 자신의 축구 여정에 중요한 인물이었다고 평가했다.
한편 정치인으로서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에 대한 평가는 양극단으로 엇갈린다. 사업적 감각과 포퓰리즘적 열정으로 지지자들로부터 찬사를 받기도 했으나, 법치주의를 무시했다는 비난을 받기도 한다.
게다가 집권 내내 뇌물, 탈세, 미성년자 성매매 등 각종 스캔들과 법적 문제에 직면하기도 했다. 여러 차례 유죄판결까지도 받았으나, 고령의 나이와 공소시효 만료 등으로 감옥행을 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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