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군이 반격 작전으로 일부 영토를 탈환하고 있는 가운데, BBC는 탈환 지역에 대한 접근권을 얻은 최초의 언론사 중 하나로 직접 탈환지를 찾았다.
우크라이나가 되찾은 동부 도네츠크의 마을 4곳 중 네스쿠흐네 마을은 가장 치열한 전투가 일어난 곳이다. 이 과정에서 우크라이나군 6명이 전사했다.
‘네스쿠흐네’라는 지역명은 우크라이나어로 ‘지루하지 않다’는 뜻이다. 그러나 지난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본격적으로 침공한 지 몇 주 만에 점령당한 지역이기에 분명 아이러니한 이름이다.
네스쿠흐네는 러시아가 점령했던 지역에서도 우크라이나 쪽을 향해 돌출된 최전선에서도 최북단 지점이다.
BBC 취재진은 호위를 맡은 군인 아나톨리와 함께 군용 트럭을 타고 곳곳이 파손된 도로를 따라 네스쿠흐네로 향했다.
그런데 이번 탈환은 지난해 취재진이 목격한 탈환과는 다르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
우선 민간인을 찾아볼 수 없었다. 사람이 살았던 유일한 흔적이라곤 폭격으로 파괴된 약국과 식품점이 전부였다.
또한 복잡한 참호 연결망도 없었다. 강 위로 임시로 만들어 둔 나무다리만이 우리가 오랫동안 러시아 점령지였던 이곳으로 향하는 데 필요한 전부였다.
또한 작은 총알구멍이 나 있지 않은 건물이 없었다. 이곳에선 근접전이 많이 벌어졌다.
아나톨리는 바깥에서 오래 머무르는 걸 원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군은 울창한 나무줄기나 버려진 정원 등에 숨어 주기적으로 박격포를 쏘아댔다. 아나톨리에 따르면 산등성이 너머로 여전히 러시아군이 세 군데 정도 남아있다고 한다.
갑자기 연기 기둥이 3곳에서 솟아올랐다. 우리가 계속 움직여야 한다는 신호였다. 러시아군이 ‘그라드’ 미사일로 맞대응한 것이다.
이렇듯 승리와 함께 이 지역을 해방시켰다는 이번 주 우크라이나 당국의 주장에 비해 이곳의 실제 상황은 훨씬 더 유동적이었다.
일례로 바로 어젯밤까지만 해도 러시아군은 반격에 나섰다. 우크라이나 관료들 또한 인정한 부분이다.
아직 초기 단계인 우크라이나의 반격 작전의 성과는 생각만큼 엄청나진 않다.
네스쿠흐네의 상황만 두고 보더라도, 당장 모든 지역이 바로 완전히 탈환돼 곧바로 자유를 얻진 못할 것이다.

한편 네스쿠흐네에 살았다던 주민들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지원을 받은 분리주의자들이 도네츠크와 인근 루간스크 지역의 넓은 땅을 차지했던 지난 2014년에도 네스쿠흐네는 잠시 점령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당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를 불법으로 합병했다.
그 후 이 작은 마을은 다시 우크라이나가 지배했다가, 작년 침공 이후 또 한 번 러시아군 손에 넘어가게 됐다.
이번 주 초 우크라이나군인 2명이 네스쿠흐네의 어느 파괴된 건물에 파란색과 노란색의 우크라이나 국기를 게양하는 영상이 온라인상에 올라왔다.
근처에서 여전히 요란히 울리는 포격 소리도 함께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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