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밀 반출 혐의로 기소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연방법원에서 무죄를 주장했다.
전현직 미국 대통령이 연방 검찰에 의해 형사 기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은 양복에 빨간 넥타이를 맨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올해 두 번째로 법정에 출두했으며 굳은 표정으로 팔짱을 낀 채 침묵을 지키며 앉아 있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베드민스터에 위치한 본인의 골프클럽으로 이동해 13일(현지시간) 저녁 지지자들 앞에서 입장을 밝혔다.
2024년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합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성조기를 배경으로 한 채, 지지자들에게 자신은 기밀문서를 소유하는 “모든 권리”를 갖고 있었지만 “모든 상자를 살펴볼 기회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법을 따랐다고 주장하며 확인되지 않은 일련의 주장들과 함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그의 이전 경쟁자인 힐러리 클린턴에 대한 불만을 나열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마이애미를 떠나기 전 자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 ‘트루스 소셜’을 통해 “미국 역사상 이렇게 슬픈 날에 따뜻하게 환영해 준” 마이애미에 감사를 표했다.
불과 몇 시간 전, 마이애미 시내 연방법원 13층 법정에 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차분하게 가라앉은 표정으로 변호사가 무죄를 주장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는 기밀 문건을 불법 보관하고 이를 회수하려는 정부 기관을 방해한 혐의 등 37개 혐의가 적용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변호하는 토드 블란치 변호사는 판사 앞에서 “우리는 확실히 무죄를 주장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함께 기소된 최측근 월트 나우타 보좌관에게는 6개 혐의가 적용됐으며, 보좌관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반대편에는 지난주 기소를 발표한 잭 스미스 특검을 비롯해 검찰팀 전체가 착석해 있었다.
올해 76세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국내외 이동에 대한 제한 없이 법원을 떠날 수 있도록 허가됐다. 검찰은 조너선 굿맨 치안판사에게 피고의 도주 위험이 없다고 전했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해 나우타 보좌관과 소통할 수 없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소 인부 절차가 끝난 뒤 법원을 떠나는 차량 안에서 지지자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반 트럼프 시위자가 죄수복을 입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차량 행렬 앞으로 뛰어들었다가 경호원이 쫓아내는 해프닝도 있었지만, 이외에는 대체로 평화로운 하루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경호원들은 마이애미 리틀 하바나에 위치한 인기 쿠바 레스토랑 ‘베르사유’로 곧장 이동했다. 그곳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선 수많은 지지자들이 환영을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몇몇 후원자들과 함께 기도회에 참석했고, 14일의 77번째 생일을 앞두고 생일 축하 노래를 함께 불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또 다른 변호사 알리나 하바는 법원 앞 기자들에게 이 혐의에 정치적 동기가 있다는 트럼프의 주장을 반복했다.
알리나 하바는 기자들 앞에서 “우리는 미국 역사의 전환점에 있다. 주요 정쟁 상대에 대한 표적 기소는 쿠바나 베네수엘라 같은 독재 정권에서나 볼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자행되는 일은 모든 미국 국민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소 인부 절차가 시작되기 전 법원 관계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머그숏(범인 식별용 얼굴 사진)을 찍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디지털 지문과 면봉으로 채취한 DNA 샘플 제출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 날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이 사건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명한 에일린 캐넌 마이애미 연방법원 판사에게 배정되어 있다.
9일 공개된 혐의들은 지난 8월 FBI 요원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플로리다 사유지 마러라고에서 기밀 표시 문건 100건 이상을 발견한 후 제기된 것이다.
이 문건에는 미국과 외국의 방위·무기 역량 정보와 외국의 공격에 대한 보복 계획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파일을 은닉하고 일부는 연회장과 화장실에 보관했으며, 보좌관과 공모하여 FBI의 수사를 방해했다고 주장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소된 상황은 공화당 유권자들의 지지를 약화시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BBC의 미국 파트너 CBS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공화당 예비선거 유권자 중 76%가 국가 안보를 위험하게 만드는 문건보다 정치적 동기에 의한 기소를 더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법을 집행하는 연방기관 법무부는 백악관과 독립적으로 운영돼야 한다는 규약이 있다. 지난주 조 바이든 대통령은 “나는 단 한 번도 법무부에 뭘 해야 한다는 뜻을 내비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법률 전문가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형사 고발에서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상당한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은 판결이 어떻게 나오든 대선 운동을 계속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3개월 만에 두 번째로 법정에 출두했다. 지난 4월에는 2016년 대선을 앞두고 포르노 스타에게 ‘입막음 돈’을 지급하면서 회사 기록을 조작한 혐의로 뉴욕에서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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