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반란 이후 첫 대국민 연설을 통해 반란 주동자들은 “러시아가 유혈 충돌로 질식하길” 원했다며 비난했다.
지난 24일(현지시간) 러시아 민간 용병 기업 ‘바그너 그룹’의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반란을 일으켜 러시아 주요 도시 한 곳을 장악하며 수도 모스크바로 북진하려 했으나, 24시간 만에 취소한 바 있다.
독설로 가득했던 이 짧은 연설에서 푸틴 대통령은 반란 주동자들이 “정의의 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맹세했다.
그러면서도 러시아 정규군으로 편입되거나, 벨라루스로 향하거나 러시아로 돌아오려는 바그너 용병들은 “애국자”라고 칭했다.
바그너 그룹은 민간 용병 단체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 정규군과 함께 싸우고 있다.
이번 연설에서 푸틴 대통령은 프리고진의 이름을 직접적으로 거론하진 않았다.
한편 같은 날(26일) 푸틴 대통령의 연설에 앞서 프리고진은 텔레그램에 11분짜리 음성 메시지를 올리며 무장 반란의 목표는 정권 전복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바그너 그룹을 직접 통제하려는 정부의 계획에 반발해 반란을 일으키게 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달 초 러시아 당국은 바그너 그룹과 같은 “의용 조직”에 국방부와의 계약 체결을 명령했는데, 이는 사실상 바그너 그룹을 군이 흡수하겠다는 의미로, 이렇게 되면 바그너 그룹 내 프리고진의 영향력은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또한 프리고진은 우크라이나 전쟁 중 국방부 관료들이 저지른 실수에 항의하고자 반란을 일으키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바그너 그룹은 언제나 러시아의 이익만을 위해 행동했다고 강조했다.
이번 음성 메시지는 프리고진이 반란을 취소하기로 합의한 이후 처음으로 밝힌 의견이다.
앞서 러시아 크렘린궁이 모든 범죄 혐의를 취하해주는 대가로 프리고진이 반란을 취소하고 벨라루스에 가기로 합의했다고 알려진 바 있다. 그러나 러시아 국영 언론은 정부 관료의 말을 인용해 프리고진이 여전히 조사 대상이라고 보도했다.
해당 음성 메시지에서 프리고진은 “러시아 병사의 피를 흘리지 않기 위해” 돌아섰다면서, 바그너 그룹의 진격이 멈춰 실망한 러시아 국민들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선거로 결성된 러시아 정권을 무너뜨리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영상 없이 음성으로만 전했기에 현재 프리고진이 어디에 머물고 있으며, 향후 어떤 행보를 보일지는 불분명하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짤막한 대국민 연설에서 이번 사태의 주동자들은 “법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면서 자신의 오랜 동료인 프리고진은 러시아의 뒤통수를 쳤다고 일갈했다.
이번 반란으로 푸틴 대통령이 리더십에 타격을 입었으며, 바그너 그룹에 대한 크렘린궁의 반응이 약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가운데, 푸틴 대통령은 이번 연설을 통해 다시 자신의 권위를 회복하고자 애쓰는 모습이었다.
사전 녹화본으로 짧게 진행된 해당 연설에서 푸틴 대통령은 시종일관 분노에 찬 어조를 유지했으며, 입술은 꿈틀거렸다.
그러면서 푸틴 대통령은 반란을 조직한 이들은 조국과 국민을 배신한 자들이며, 유혈 및 분열 사태를 이끄는 등 결국 러시아의 적과 다름없는 행동을 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
그러면서 서방 세계는 러시아가 내부적으로 “서로 죽이길” 바라고 있다고 비난했으나, 같은 날(26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과 서방 동맹국은 바그너 그룹의 반란에 관여한 바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푸틴 대통령은 자신의 위기관리 능력 덕에 재앙을 피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여러 러시아 국민이 실제로 지난 주말 목격한 상황과는 다르며, 이에 따라 이들이 과연 푸틴 대통령의 주장을 믿을지는 확신하기 어렵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유일한 올바른 결정을 내린 바그너 그룹 지휘관과 병사들에게 감사하다”며 동족상잔의 유혈사태로 가는 마지막 선을 넘지 않은 이들”이라고 언급했다.
“이들은 [국방부 등과] 계약을 체결해 러시아를 위한 복무를 이어가거나,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도 됩니다. 아니면 원한다면 벨라루스에 갈 수도 있습니다. 내가 한 약속은 반드시 이뤄질 것입니다.”
푸틴 대통령은 무장 반란 초기 “대규모 유혈 사태를 피하기 위한 여러 조치가 취해졌다”면서 주동자들은 “자신들의 행동이 범죄임을 깨달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이번 사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고자 노력해줬다며 감사를 표했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이번 연설에서 러시아 사회가 단합력을 보였다며 높이 평가했으나, 바그너 그룹이 한때 장악하다 물러난 남부 로스토프나도누의 현지 상황은 이와 전혀 달랐다.
바그너 그룹이 철수하자 일부 지역 주민이 용병들과 포옹하고 함께 사진을 찍으며 박수를 보내는 모습이 카메라에 담긴 것이다.
푸틴 대통령 또한 이를 의식했기에 바그너 용병들에게 이들도 주동자들에게 속아 이용당했다는 식의 탈출구를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반란은 지난 몇 달간 바그너 그룹과 러시아군 수뇌부 간 갈등이 깊어지던 끝에 발생했다.
그렇게 지난 23일 밤 바그너 용병들이 우크라이나 내 전장에서 국경을 넘어 로스토프나도누로 진입하며 상황은 정점에 이르렀다. 보도에 따르면 바그너 그룹은 자신들의 군용 차량이 모스크바를 향해 북진하는 동안 로스토프나도누 군 사령부를 장악했다고 한다.
이에 프리고진은 자신들의 “정의의 행진”이 “러시아 전역의 심각한 안보 허점을” 드러냈다고 주장했다.
또한 프리고진은 루카셴코 대통령이 바그너가 “법적 관할권” 내에서 계속 운영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했다면서, 자신이 반란을 취소하는 데 필요한 중개 역할을 해줬다고 언급했다.
한편 프리고진은 바그너 용병들이 공격용 헬리콥터를 격추하며 일부 러시아 군인이 사망했음을 인정했다.
그러나 “현장에서 사망한 군인은 단 한 명도 없었다”면서 “헬기를 공격해야 해서 유감이었다. 그러나 저들이 폭탄과 미사일로 우리를 공격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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