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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오염수: ‘1년의 절반을 바다에서’… 바다가 삶인 사람들의 우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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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녀

Getty Images

“해녀는 맨몸으로 바다에 들어가기 때문에 해양생물처럼 (바닷물에) 노출돼요. 물질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바닷물을 먹어요. 입으로 먹기도 하고, 눈·코·입으로도 들어가고, 피부로도 (흡수되죠).”

40대 김은아 씨는 제주 구좌읍 월정리의 6년 차 막내 해녀다. 바다로 잠수해 미역이나 해삼, 소라 등 해산물을 채취하는 게 일이다.

일본이 후쿠시마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할 계획을 밝힌 이후, 은아 씨처럼 바다가 삶의 터전인 어촌 주민들을 중심으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오염수가 바다 생태계와 사람들의 건강에 미칠 영향에 대한 관심이 가장 크다.

앞서 정부와 국제원자력기구(IAEA), 원자력학회 등에서 후쿠시마 오염수가 바다나 국민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본이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거나, 많은 양의 오염수를 오랜 시간에 걸쳐 방류하는 탓에 장기적으로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또 과학적 연구 결과와는 별개로 국민 불안으로 인해 수산물 소비 감소는 필연적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BBC코리아가 어촌 주민들을 중심으로 점점 커지고 있는 우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1년의 절반을 바다에…’해녀는 해양생물체’

은아 씨는 1년 365일 중에 절반 이상 바다에 들어간다고 했다. 하루에 물에 들어가 있는 시간은 4~5시간 정도다.

그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경제적 문제를 넘어 생명과 직결된 문제”라고 강조했다.

“말하자면, 해녀가 (오염수 방류로 인한) 위험의 최전선에 있는 셈이죠.”

이 때문에 은아씨는 내년부터 해녀 일을 관두는 것까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많은 해녀가 물질을 계속할 것이라고 봤다.

“방사능이 지금 당장 내 눈앞에 보이는 것도 아니고 서서히 쌓여가는 거니까… 많은 해녀들은 당장 생계유지를 위해 바다에 들어갈 수밖에 없죠.”

대부분 해녀는 70대 중후반으로 연령대가 높은 편이다. 제주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제주 지역 해녀 수는 3226명으로, 이 중 90% 이상이 60세 이상이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해녀의 명맥이 끊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은아 씨는 “눈에 보이지 않는 위협이다 보니 더 두렵다”며 “당장은 영향이 나타나지 않아도 나중에 아프거나 어떤 식으로든 표출되면 어쩌나”라고 우려했다.

“제가 6년 전 바다에 들어갔을 때와 5년 전, 4년 전, 3년 전…이렇게 해가 갈수록 바다가 확연하게 달라지고 있다는 걸 느껴요. 저는 갈수록 몸이 가려워서, 요새 피부에 상처가 날 정도로 긁어요. 물론 그게 바닷물 때문인지는 확신할 수 없다고 하지만요.”

한 번 배를 타고 나가면 오랜 시간 바다에 머물러야 하는 선원들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은 바닷물을 걸러 식수나 생활용수 등으로 사용한다.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선원노련)은 성명을 내고 “오염수 방류 시 원양을 항해하는 선원들이 제일 먼저 방사성 물질의 위험에 노출된다”며 “선원들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정부와 선주의 책임 있는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소비자들이 불안해하는 건 어쩔 수 없잖아요’

고기잡이로 생계를 유지하는 어부들의 걱정도 크다.

국내에서 어업 종사 가구 수가 가장 많은 전남 지역, 그중에서도 서남단 끝자락에 있는 265개의 크고 작은 섬으로 이뤄진 전남 완도에서 어부로 일하는 50대 박희준씨.

전남은 국내에서 어업에 종사하는 가구 수가 가장 많은 곳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전남 지역 어가 규모는 1만6000가구로 전체의 37%를 차지했다.

후쿠시마 오염수가 해양 생태계와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갈리지만, 사실과 상관 없이 수산물 소비 감소는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희준 씨는 “솔직히 방사성 물질이 실제로 여기까지 오진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사람들이 불안해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지 않나”라고 토로했다.

방류된 오염수가 국내 해역에 도달하는 시점을 두고도 최소 1년 후부터 4~5년 후, 10년 후 등 다양한 전문가 의견이 나오고 있다.

송상근 해양수산부 차관은 19일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일일브리핑에서 오염수에 가장 많이 포함된 방사성 핵종인 삼중수소의 경우 “4~5년 후부터 우리 바다로 유입돼 10년 후 우리 바다의 평상시 삼중수소 농도의 약 10만분의 1 수준인 0.001 세제곱미터당 베크렐(㏃/㎥) 내외에 도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저는 오염수 방류 후 한 1년 정도 지나면 (국내) 수산물 소비가 거의 안 될 거라고 생각해요. 이게 한 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30년에 걸쳐 이뤄지는 작업이다 보니 방류할 때마다 기사가 날 거고, 사람들은 매번 불안해할 텐데 앞으로 어민들은 어떻게 합니까.”

2015년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강종호 수산정책연구실장의 조사에 따르면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후 소비자의 81%가 수산물 소비를 줄였다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그는 “여기서 고기를 중간에서 판매하는 상인들, 그러니까 유통업자들은 이제 수산물 유통 안 하겠다고 계획을 짜고 있다”며 “하지만 어민들은 하늘만 쳐다보고 있다. 여기 완도는 바다 일 외에는 다른 일자리도 별로 없다”고 했다.

“국가에서 어민들한테는 바다에 작은 쓰레기 하나 못 버리게 해요. 그래서 작은 요구르트병 하나까지도 다 들고 와야 하죠. 그런데 다른 나라가 오염수를 방류하는 데 아무 말을 안 하면 어떻게 합니까.”

희준 씨는 조업을 포기하고 지난 12일 서울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전국어민대회에 참가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목소리를 냈다. 이날 전국 어민 3000여 명이 이곳에 모였다.

‘아이에게 죄책감이 들죠’

실제로 소비자들, 특히 어린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을 중심으로 수산물 소비 우려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40대 장하나 씨는 서울에 살다가 몇 년 전 딸 두리양과 함께 제주로 이주해 왔다.

초등학교 2학년인 두리양은 “장래희망은 해녀”라며 “나이가 들어야 해녀를 할 수 있다고 들었는데, 이번에 후쿠시마 오염수가 바다에 버려지면 나중에 해녀 꿈을 못 이룰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하나 씨는 “지금은 오염수가 바닷물에 희석이 되니까 문제가 없을 거라고 하지만 30년, 또는 그 이상 누적될 피해에 대해서는 아무도 쉽게 문제가 없다고 말할 수 없지 않나”라며 “그래서 ‘괜찮다’라는 말이 굉장히 무책임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성세대로서 죄책감 같은 감정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고 걱정했다.

지난달 환경운동연합이 진행한 오염수 방류 관련 대국민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85.4%가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의 72%는 방류 이후 수산물 소비를 줄이겠다고 답했다.

한국원자력학회는 지난 20일 국민의 후쿠시마 오염수가 국내 바다와 수산물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며, 과도한 공포심이나 불안을 조장하는 행위를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양수산부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대응을 위해 올해 3693억원 예산을 편성했다. 전년 대비 약 129% 증가한 액수다.

한국 정부는 국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15일부터 매일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CP-2022-0043@fastview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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