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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축제: 중국 정부의 단속에 음지로 밀려난 성소수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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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상하이에서 열린 '프라이드'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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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상하이에서 열린 ‘프라이드’ 축제

‘프라이드 먼스’를 맞아 전 세계에서 기념행사가 열렸지만, 중국에서는 이렇다 할 대규모 성소수자 행사가 열리지 않았다.

중국 최대 규모의 프라이드 행사는 2021년 이후 중단됐다.

주최 측인 ‘상하이프라이드’는 “예정된 모든 활동을 취소하고 향후 행사 계획 없이 쉬고 있다”고만 밝혔을 뿐 구체적인 이유를 공개하지 않았다.

중국에서 정치 시위에 참여하면 처벌받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상하이프라이드는 퍼레이드 대신 댄스파티, 공동체 달리기 대회, 영화 상영회 등을 개최했다.

지금은 성소수자 관련으로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는 몇몇 행사만 남았다. 예를 들어, “보깅 볼”은 댄서들이 모델 포즈에서 영감을 받아 동작을 선보이는 자리다.

주요 성소수자 단체 가운데 운영을 중단한 곳은 상하이프라이드만이 아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여러 단체가 문을 닫아야 했다.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인 중국에서 행동주의 탄압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2021년 중국의 인기 메시징 앱 ‘위챗’에서는 성소수자 주제를 다루던 계정 수십 개가 삭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해, 성소수자 공동체를 대표해 소송을 제기한 단체가 문을 닫았다. 중국 당국이 해당 단체의 설립자를 구금했으며, 단체 폐쇄가 석방 조건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리고 지난달에는 ‘베이징 LGBT 센터’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힘으로 인해” 가장 최근 운영을 중단했다.

상하이프라이드의 공동 설립자 레이몬드 팡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베이징 LGBT 센터가 문을 닫으면서 중국에 남은 마지막 대형 성소수자 단체가 휴식기에 들어가게 됐다”고 말했다.

팡은 상하이에서 예정했던 연례행사를 취소한 뒤 중국을 떠났다.

그는 “상하이 프라이드 지도부와 지지자들에게 엄청난 압박이 가해졌고 행사 운영이 점점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또한, “행사를 12년간 운영해 온 주최 측은 잠시 쉬면서 재충전하고 상황이 나아질 때까지 기다리자는 데 동의했다”고 덧붙였다.

중국을 떠난 또 다른 성소수자 단체 대표는 당국의 압력이 사회를 변화시키려는 이들에게 큰 타격을 입혔다고 BBC에 전했다.

이 활동가는 익명을 요구하면서 “주최자들은 구금됐고 그 친구들과 가족들은 공안의 심문을 받았다. 이로 인해 정신적으로 많은 압박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팬데믹 이전 환경은 성소수자 단체에 우호적인 편이었다. 소리를 높일 수 있었고 몇몇 소송에서 승리하기도 했다. 그런 우리 목소리가 너무 시끄러웠나 보다”라고 전했다.

변화의 밀물과 썰물

중국 전문 시장조사 업체 ‘다슈 컨설팅’은 2019년 중국 내 성소수자로 식별된 인구가 750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5%를 차지한다고 추정했다.

성소수자 단체들은 아직 중국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동성 결혼을 비롯해 여러 사안에 대해 캠페인을 벌여 왔다.

1997년 중국에서 동성애가 비범죄화됐고, 2001년 중국 정신의학회는 동성애의 정신장애 분류를 중단했다.

2019년 중국 최고 입법기관인 전국인민대표대회는 동성 결혼 합법화가 시민들의 가장 큰 요청 중 하나임을 인정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시민권 운동과 온라인 반대 의견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면서 성소수자 옹호를 위한 공간이 줄어들고 있다.

2021년에는 중국 교육부가 젊은 중국 남성들이 지나치게 “여성스러워졌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표해 큰 파장을 일으켰다.

교육부는 학교에 체육 교육을 전면 개혁하고 교사 채용 방식을 개선하도록 촉구했다.

개선 방안의 일환으로 은퇴한 운동선수나 운동선수 출신을 교사로 채용하고 축구와 같은 특정 스포츠를 “적극 성장”시켜 “학생들의 남성성을 함양”할 것을 권고했다.

그해 말, 중국 방송규제 당국은 예능 방송에서 “여성스러운” 미적 정서를 금지하고 “저속한 인플루언서”를 기용하지 않도록 지시했다.

또한, 중국 광전총국(NRTA)은 남성의 남성다운 이미지를 장려하겠다며 화장을 많이 하는 남성 연예인을 비판했다.

이러한 변화는 일부 성소수자들이 유명세를 타는 와중에도 멈추지 않았다.

20년 가까이 경찰로 근무한 마 바오리는 경력을 포기하고 게이 만남 앱 ‘블루드’를 창업해 화제가 된 인물이다.

게이 데이팅 앱을 출시한 마 바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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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 데이팅 앱을 출시한 마 바오리

마 바오리의 회사 ‘블루시티’는 2020년 미국의 나스닥 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성소수자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로서는 세계 최초로 상장에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블루시티는 지난 8월 상장을 폐지하고 비상장 기업으로 돌아갔다.

마 바오리는 후임을 지명하지 않은 채 회장 겸 최고경영자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는 인기 메시징 앱 위챗의 게시물에서 중국에서 성소수자 사업을 운영하는 데 어려움이 있음을 암시했다.

마 바오리는 “우리는 이상을 현실로 바꾸고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했다”며 “사명을 완수한 것 같아 만족스럽고 후회는 없다”고 썼다.

블루시티 웹사이트에 따르면, 블루드는 전 세계 4000만명 이상의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블루시티와 마 바오리는 BBC의 의견 요청에 바로 답하지 않았다.

런던 정치경제대학의 티모시 힐데브란트 부교수는 “이러한 문제는 사회적, 가족적 차별이 심한 나라에서 더 악화된다”고 말한다.

현재 중국 밖에서 살고 있는 레이몬드 팡은 해외에서 중국의 성소수자 공동체를 계속 지원하고 있다.

그는 “지난 10년간 상하이 프라이드 행사를 조직해왔지만 이제는 행사가 몇 개 없다 보니 다른 공동체 조직을 지원하고 행사에 참여할 기회가 더 많아졌다”고 말했다.

또한, “풀뿌리, 개인, 기업은 여전히 각자의 공간에서 응원을 보낼 수 있으며 공동체 및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게 창의적으로 다가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금은 응원을 보낼 공간이 매우 제한적이지만, 노력을 멈추면 안 됩니다.”

LGBTQ+: 엘리엇 페이지 ‘처음으로 내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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