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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준호 구속: 중국 구체적 혐의 비공개…한국 정부 역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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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국가대표 축구선수 손준호의 ‘중국 억류’가 장기화되면서 이번 사태의 배경과 중국 당국의 수사에 국제적 관심이 쏠리고 있다.

손준호는 지난달 12일 중국 상하이 훙차오공항에서 출국해 한국으로 돌아오려다가 중국 공안에 붙잡혔다. 공안은 손준호를 구류 상태에서 조사하던 중 최장 37일인 형사 구류 기간이 만료되자 지난 17일 구속 수사로 전환했다.

중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손준호의 소속팀 산둥은 최근 전 감독과 일부 선수들이 ‘승부 조작’ 혐의에 연루돼 조사받고 있었다. 손준호에 대한 공안 조사 역시 이와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확한 사실관계는 확인되지 않았다.

‘비국가공작인원 수뢰’ 혐의?

중국 공산당 외교부 왕원빈 대변인은 지난달 16일 정례브리핑에서 손준호 체포와 관련해 “최근 한국 국민 한 명이 ‘비(非)국가공작인원(비공무원)수뢰’ 혐의로 랴오닝성 공안에 구금돼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비국가공작인원 수뢰죄는 정부 기관이 아닌 기업, 단체에 소속된 사람이 재물을 불법적으로 수수한 경우 성립되는 범죄를 말한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손준호가 누구에게 어떤 리베이트나 뇌물을 얼마나 받았는지 밝히지 않았다.

산둥 타이산 홈페이지에는 당초 손준호를 포함해 수십 명의 소속 선수들의 사진과 프로필이 등재돼 있었지만, 현재 손준호의 프로필과 사진은 삭제된 상태다.

‘공정 수사 촉구’

국회에서는 손준호 조사에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BBC 코리아에 “지난달 중국 공안에 체포된 손준호 선수가 최근 37일간의 구류 기한을 꽉 채우고도 석방되지 못해 본격적인 사법처리 수순에 들어가게 됐다”며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이어 “외교부가 현지 공관을 통해 손 선수에 대한 영사 조력을 이어가면서 공정하고 신속한 조사가 이루어지도록 중국에 요청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정부는 영사 면담을 통해 손준호를 돕고 있다는 입장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손준호 선수가 중국에 구금된 이후 현지 공관 직원이 여러 차례 영사 면담을 진행했다”며 “구금 과정이나 수사 과정에서 중국 측의 인권침해는 없었다”고 밝혔다.

대한축구협회는 이달 초 손준호를 돕기 위해 협회 변호사를 중국에 파견했지만 손준호나 그의 중국 현지 변호사도 만나지 못한 채 돌아왔다.

대한축구협회 측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며 “중국이 손준호의 구금 이유조차 말해주지 않았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구체적 혐의 조속히 확인해야’

정치권에선 정부가 손준호의 구체적 혐의를 조속히 확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확한 혐의를 알아야 정상적인 방어권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국회 외통위 소속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BBC 코리아에 “각국의 법 제도가 다르고 그 나라의 법을 존중한다고 하더라도 지금 중국 당국이 우리 국민을 너무 장기간 구속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손준호 선수의 범죄 혐의가 과연 무엇인지조차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이어 “뇌물을 받았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말하는지 등에 대한 정확한 설명이 전혀 공개가 안 되고 있다”며 “정부와 국회 모두 이 사건에 대한 진상을 시급히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손준호에게 중국인 변호사를 선임해 줬다. 한국 정부는 현지 공관 직원을 통해 손준호와 영사 면담을 세 차례 가졌지만, 구체적 혐의에 대해선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다.

이 의원은 이에 대해 “외교부를 통해 알아본 결과, 중국 측은 손준호와 그의 중국인 변호사에게 혐의에 대해서는 한국 측에 얘기하지 못하도록 금지시켜놓은 것으로 파악됐다”며 “이번 영사 접견 당시 공안원을 배치해 그들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를 감시했다”고 전했다.

중국에선 일반적으로 변호사가 피고인을 접견하기 위해서는 공안 당국의 허가를 받은 뒤 공안원의 입회하에 변호인 접견이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중국은 한국과 달리 변호사가 당사자가 아닌 제3자에게 수사와 관련한 구체 사항을 알릴 수 없도록 하고 있어 정부가 수사 진행 상황 등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상민 의원은 “구체적 혐의를 알아야 방어권이 보장되는 것인데, 영사 접견 당시 혐의에 관해서 말하지 못 하도록 조치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손준호의 변호사를 한국인으로 선임하든지, 그렇지 않으면 한중 변호사가 공동으로 맡아야 한다는 점을 외교부에 지적했다”고 밝혔다.

‘비엔나협약 위반’

중국 측이 자국법을 이유로 구속된 외국인의 구체적인 혐의를 해당 국가에 알려주지 않는 건 국제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는 해석도 나왔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국 정부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협약인 ‘영사 관계에 관한 비엔나 협약’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중국도 당연히 비엔나 협약 당사국이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 국민은 영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다”며 “조력을 받으려면 혐의에 대해 구체적으로 얘기를 나누도록 해야 하는데, 그것을 금지시키는 것은 영사 관계에 관한 비엔나 협약에 대한 ‘영사 접견권’과 충돌이 된다”고 지적했다.

외교부는 영사 면담을 통해 손준호와 가족 간 연락을 포함해 손준호가 복용하는 약이나 음식물 등 필요한 물품들을 전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원목 교수는 구체적 혐의나 방어권 차원의 논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 이러한 영사 접견은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형식적인 면담은 의미가 없다”며 “영사 접견권을 국제법으로 정한 이유가 실질적인 도움을 받기 위한 것인데, 그러기 위해선 손준호의 혐의가 구체적으로 뭔지를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부연했다.

특히 최 교수는 “중국이 국내법을 이유로 영사 접견 시 ‘혐의’에 대해서 이야기를 못 하게 하는 것은 영사 접견권의 중요한 부분을 무력화시키는 것”이라며 “한국 정부가 중국에 재발 방지 요구를 할 수 있고, 이러한 정당한 요구를 거부할 경우 국제재판으로 갈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상민 의원도 “한국 정부가 자국민 보호 차원에서, 국가적 차원에서 손준호의 혐의 내용 묻고 있음에도 중국이 이에 대해 설명해주지 않는다면 보편적 국제규범에 어긋나는 일”이라며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우리 당국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영사 접견권이 보장되는 이상, 한국 정부가 국제법적 문제를 제기할 수는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회 외통위 소속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과거에는 영사 접견이 안 된 사례가 있었지만, 지금 영사 접견이 보장된다고 하면 우리 정부가 크게 문제 삼을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하 의원은 그러면서 “개인적으로 중국이 손준호 선수를 이유 없이 구금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윤상현 의원은 “국회가 우리 국민의 보호를 위해서 어떤 역할이든 해야겠지만 주어진 상황과 절차가 제대로 진행되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면서 “우리 외교부에서 손 선수의 구속 수사 전환과 관련해 현지 공관을 통해 중국 측과 긴밀히 소통하고 있고, 수사 상황은 주권 침해의 소지 때문에 공관이 확인할 수 없어 현지 변호인을 통해 조력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방어권 사실상 전무’

‘손준호의 혐의 유무와 별개로, 모든 재판이 중국 공산당의 기조 아래 이뤄지는 중국의 현실을 고려해볼 때 손준호가 중국인 변호사의 조력을 통해 법률적 논쟁이나 처우의 부당성에 대해 법적 다툼을 이어갈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양갑용 책임연구위원은 “손준호 선수는 우리 대한민국 국민이기 때문에 중요한 헌법 가치인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적극적인 국가의 조력을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성균관대 중국연구소 연구실장을 지낸 양 책임연구위원은 억울한 국민이 생기지 않도록 무죄추정의 원칙에 입각해 이 사건을 국제적으로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그는 “만약 중국이 구체적 혐의를 설명해달라는 한국 정부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면 국제인권 사무소에 이 문제를 공식적으로 제기하는 등의 방식으로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각에선 한국 정부가 이 사건에 소극적으로 대응한다면 앞으로도 한국인이 중국에서 억류 및 구속 수사를 받게 될 경우 충분한 방어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사례가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양 책임연구위원은 “지금 이 사건은 거대한 빙산의 일각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손준호가 잘못을 저질렀고 그의 혐의가 분명하다면 당연히 비판받아야 겠지만, 정확한 혐의에 대해 언급조차 안 하는 현재의 상황에선, 이 사건에 중국의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BBC 코리아는 중국 외교부에 손준호의 구체적 혐의와 여러 전문가들의 주장에 대한 입장을 요청했지만, 중국 외교부는 이에 응답하지 않았다.

손준호는 누구?

손준호는 2014년 프로축구에 데뷔해 포항-전북 등에서 활동했다. 지난 2020년에는 K리그1 MVP를 수상한 바 있다. 국가대표팀에서도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 2022 카타르월드컵 16강에 기여하며 정상급 미드필더로 활약했다. 2021년부터 중국 슈퍼리그로 진출, 산둥에서 활동해 왔다.

손준호는 이번 사건으로 축구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이하게 됐다. 법조계에선 손준호가 혐의를 인정받을 경우 중국에서 5년 이상의 징역형을 살게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CP-2022-0043@fastview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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