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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 축제: 도시를 떠나 지리산 산골에서 여는 축제는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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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서울 도심과 대구 등 주요 도시에서 ‘퀴어축제’ 행사를 두고 잡음이 있었다. 특히 앞서 17일 대구 도심에서 열린 퀴어축제는 경찰과 행정 당국이 이례적으로 충돌하는 혼란 속에 열렸다. 축제가 열린 도로 일대가 큰 혼잡을 빚으며 시민들이 불편을 겪기도 했다.

도심에서 열리는 퀴어퍼레이드는 해를 거듭할수록 논란과 갈등도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도시를 떠나 한적한 산골 마을에서 퀴어축제를 열면 어떨까?

실제 귀농 청년 상글, 칩코, 꼬리(가명)는 지난 3년간 지리산 자락에 있는 전라북도 남원시 산내면에서 ‘산내 성다양성 축제’를 벌여왔다.

‘너네, 올해도 무지개 축제하니?’

칩코는 지리산 산골 자락이 “퀴어축제 열기 안전한 곳”이라고 느꼈다.

“(산내 성다양성 축제에는) 혐오 세력이라는 게 딱히 없었어요. 주민분들이 그냥 저희가 놀게 내버려 뒀어요. 오히려 공간이나 음향기기 같은 것도 빌려주시고 나중에는 ‘너네 올해도 무지개 축제하냐’면서 알아봐 주셨죠.”

그는 주민들의 지지가 큰 힘이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이 있는 분들은 마을에서 이런 축제가 열린다는 것 자체에 자부심을 가진다고 했다”고 밝혔다.

산내면은 젊은 귀농·귀촌 인구가 수백 명에 달한다. 그렇지만 도시에 비하면 고령층 비율이 높은 것은 마찬가지. 지난해 기준 산내면 주민 수는 2085명, 그중에서도 60세 이상이 절반에 가까운 903명이다.

상글은 “시골 같은 경우에는 지역 주민들이 서로를 이미 다 알고 있다. 특히 우리 같은 젊은 친구들은 훨씬 더 눈에 띈다”며 “그래서 (주민들이) 우리를 성소수자에 대한 어떤 편견을 갖고 보기에 앞서 한 명의 사람이자 청년으로 먼저 봐주신 다음에 퀴어라는 정체성도 천천히 받아들여 주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모두가 퀴어축제의 취지를 잘 이해하고 지지한 것은 아니다.

칩코는 “퀴어가 뭔지 잘 모르시거나 관심이 없으신 경우도 있었고, 민소매 옷을 입은 사람들이 길을 돌아다니는 게 불편하다며 경찰에 신고한 주민들도 몇 분 있긴 했다”고 말했다.

축제를 기획한 세 명을 비롯해 참가자들도 주민을 이해하고 배려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곳에서 정말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나를 표현했냐’고 묻는다면, 잘 모르겠어요. 저 같은 경우 웃통을 까고 싶어도 참고 옷을 한껏 여미고 했거든요. 그런데 이걸 ‘표현을 억눌렸다’고도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냥 (주민들을) 이해하는 마음으로 그렇게 한 것도 있어요. ‘굉장히 당황스러우시겠다, 엄청 이해하시기 어렵겠다’ 이런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들이 본 도심 속 퀴어축제는?

국내 퀴어축제는 2000년 서울에서 처음 개최된 퀴어문화축제가 대표적이다. 이후 인천, 대구, 부산, 제주 등 다양한 지역에서 개최되고 있다.

귀농 청년 상글, 칩코, 꼬리도 귀농 전, 서울이나 다른 도시에서 열린 퀴어축제에도 참가했다.

하지만 퀴어축제에는 항상 논란과 잡음이 따라왔다. 축제를 반기는 사람들과 꺼리는 사람들이 충돌하면서다.

오는 1일 서울 중구 을지로 일대에서 개최하는 서울퀴어문화축제는 서울광장 사용 여부를 두고 한차례 논란이 일었다. 서울퀴어축제는 코로나19로 인해 오프라인 행사가 개최되지 않은 2020년, 2021년을 제외하고 지난 8년간 서울광장에서 열렸지만, 이번에 장소 허가를 받지 못했다.

서울시는 서울퀴어축제 측과 한 기독교계 단체가 당일 광장 사용을 중복 신청했기 때문에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기독교계 단체의 어린이·청소년 관련 행사 개최를 허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 17일 열린 대구퀴어문화축제에서는 축제 참가자들의 ‘도로 점용’ 여부를 두고 지자체와 경찰의 법 해석이 엇갈렸다. 현장에서는 대구시 공무원들과 경찰이 몸싸움을 벌이는, 이례적인 일까지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인천에서 나고 자란 꼬리는 이번 대구퀴어축제에 참여한 대구 지역 성소수자들이 입었을 마음의 상처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 또한 2018년 제1회 인천퀴어문화축제가 열렸을 때 비슷한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그때 갈등이 엄청 심했어요. 그 여파로 퀴어축제를 반대하는 종교단체 및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세력이랑 용역업체 사람들이 축제 참가자들이랑 몸싸움하게 되는 상황까지 벌어졌죠. 그때 그 일의 여파로 어떤 분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고요.”

당시 언론보도에 따르면 인천퀴어축제 개최에 반대하는 1000여 명(경찰 추산)에 달하는 시위대가 행사장을 점거하고 축제 참가자들과 몸싸움을 벌이면서 여러 명이 입건되고 축제가 사실상 무산됐다.

“인천이 제 고향이라 그런지, 이 경험이 저한테 너무 큰 충격과 두려움으로 다가왔어요. 어린 시절 오며 가며 봤던 시장에 있는 아주머니나 지하철이나 버스 옆에 앉아 있을 그럴 사람들이 내가 있는 곳에 와서 저렇게 심한 욕을 하고 막 때리려는 걸 보니 여러 감정이 막 몰려오더라고요.”

상글은 “(퀴어축제는) 다양성에 대한 중요함과 그 가치를 공유하는 사람들끼리 만나서 놀고 환영하는 분위기라 막을 이유가 없다”며 “실제로 축제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전혀 모르면서 ‘퀴어축제를 연다’는 사실만으로, 그러니까 막아야 하기 때문에 그냥 막는 게 아닌가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밝혔다.

‘정치 아젠다’ 된 성소수자 이슈

“한국에서 성소수자 이슈는 문화 또는 사회적 이슈를 넘어, 굉장히 큰 정치적 이슈가 됐어요.”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2007년 차별금지법 제정이 무산된 이후 성소수자의 존재가 사회적으로 가시화하면서 조직적인 공격을 받게 됐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이때부터 보수·개신교 세력이 퀴어축제 때 대규모 인원을 동원해서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적인 발언과 행태를 일종의 의식처럼 행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성소수자를 비난하는 세력이 점차 확장하면서 정치적으로 핵심 의제가 됐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정치인의 성소수자 관련 발언이 자주 화제가 됐다. 지난 8일에는 홍준표 대구시장이 대구퀴어축제를 앞두고 “시민들에게 혐오감을 주는 그런 퀴어 축제는 안 했으면 한다”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퀴어축제의 경우 축제의 선정성이 자주 지적되고 있다. 축제에서 일부 참가자들이 지나치게 노출이 많은 의상을 입거나 축제 장소에서 성인용품을 판매하기 때문에 공공성을 저해한다는 주장이다.

이 교수는 퀴어축제를 비롯한 성소수자 이슈와 관련한 사회적 논란이 커지는 상황에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봤다.

“이전에는 (성소수자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무시해도 되는 유령 같은 존재였다면 이젠 그만큼 한국 사회에 중요한 이슈가 됐다는 거거든요. 이 상태가 그대로 오래가진 않을 거예요. 정치인들은 이제 뭐가 됐든 입장을 밝혀야 하고,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뜻이죠.”

상글과 칩코, 꼬리는 최근 산내면에서 멀지 않은 구례군으로 이사했다. 이들은 새로운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칩코는 “퀴어축제 날만큼은 내가 퀴어라는 사실이 자랑스러웠다”라며 “세계 수달의 날도 있는데, 그런 것처럼 1년에 하루 정도는 성소수자의 날이 있어도 되지 않나”라고 말했다.

상글은 “사실 ‘성소수자’라는 말도 애매한 것 같다. (이러한 성향이) 일종의 스펙트럼과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그래서 퀴어축제를 이분법적으로 구분해서 저 사람들한테는 해당되는데 나한테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절대 말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꼬리도 “대부분 불특정 다수에게 내가 성소수자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밝히기 너무 힘든 사회에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두려움 속에서 내 정체성을 숨기지 않아도 되는 퀴어축제 날, 그날 딱 하루가 내가 자신 있게 살아가기 위해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CP-2022-0043@fastview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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