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이 지난 28일(현지시간) 국제무대에서 자국의 이익을 주장하기 위한 국내법적 근거를 담은 ‘대외관계법’을 제정했다. 이에 따라 시진핑 국가주석의 권력은 더욱더 막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법에 따르면 중국의 이익에 “해가 되는” 방식으로 행동하는 주체는 처벌할 수 있다. 그러나 정확히 넘지 말아야 하는 선이 무엇인지는 명시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다음 달 1일 발효될 이번 법으로 중국이 공격적인 외교 태세가 드러난다고 설명했으나, 실제로 얼마나 적극적으로 시행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우선 중국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외국인 투자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자크 드리즐 미 펜실베이니아대 법학 및 정치학 교수는 해당 법의 대부분 내용이 “상대적으로 의미 없는 형식적인 표현에 불과하며, 이미 익숙하다”면서도, 중국은 더 강한 외교 정책을 내세울 것이며, 미국에 대해서도 더 적극적으로 반 발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중국 국영 언론 ‘환구시보’는 이번 대외관계법을 “서방 패권에 대응하기 위한 중국의 법적 도구를 풍부하게 만들어줄 핵심 단계”라고 평가했다.
‘카네기 차이나’ 소속 비상주 학자인 자-이안 종 박사는 이번 법은 “(국제 사회에서) 협력을 통해 얻는 이익이나 경제적 이익은 유지하면서도, 강요와 압박을 더욱 높이는 방식으로 자신들의 이익을 적극적으로 추구하려는 중국의 의도가 담긴 ‘신호'”라고 분석했다.
인도 싱크탱크 ‘탁샤실라 연구소’ 소속으로 중국 연구를 이끄는 마노즈 케왈라마니는 중국 지도층이 경제 발전 추구와 국가의 안보 및 이익 보호 간 “본질적인 긴장 관계”를 밟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제 발전 추구와 국가의 안보 및 이익 보호 간)의 밀고당기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편 서로 보복성 무역 제재를 주고받는 등 미-중 관계는 특히 최근 몇 년간 악화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중국 당국은 올해 미국 컨설팅 기업들의 중국 현지 사무실을 급습해 폐쇄해버리는 등 서방 기업에 대해 여러 조처를 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대중국 무역 및 기술 규제 확대에 대한 보복 조치로 해석된다.
또한 중국 당국은 지난달 미 최대 메모리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사가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며 해당 기업이 만든 제품을 금지하기도 했다.
한편 종 박사는 이번에 새로 제정된 대외관계법으로 국제 질서가 중국의 입맛에 더 맞게 흘러갈 수도 있으나, 다른 외국 정부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법 제정에 따라) 외국 기업은 중국 시장 유지나 자사의 정치적 입장 등의 공식적 입장을 재고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미 중국 당국이 여러 외국 기업을 압수수색하고 조사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대외관계법은 이러한 행보의 법적 근거가 돼 준다”는 설명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번 법으로 인해 중국 당국이 반드시 더 강력한 조치를 취한다는 보장은 없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CEO,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등 최근 몇주 사이 미국의 주요 기업 경영자들이 중국을 방문해 중국이 미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에 대해 강조한 바 있다.
한편 이번 대외관계법 제정과 관련해 어떤 부분을 주목해야 할까. 해당 법이 중국의 외교 관계를 이데올로기적으로 어떻게 정의하는지 특히 눈여겨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해당 법은 “중화인민공화국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고 주권, 통일성, 영토 보전을 보호하고, 경제 및 사회 발전을 촉진하고자 대외 관계를 수행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중국은 시진핑, 마오쩌둥, 덩샤오핑의 정치 이념과 마르크스-레닌주의 이념을 바탕으로 외교 관계를 수행하고 있다고도 적고 있다.
즉 이번 대외관계법은 외교 정책을 지시하는 주체가 국가가 아닌, 집권 공산당임을 처음으로 서면화하고 있는데, 이는 시 주석의 권력이 더욱더 강화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드리즐 교수는 “[이 법은] 대외 관계에 대한 중국 공산당의 리더십을 매우 명시적으로 기술하고 있다”면서 “국가에서 당으로, 그리고 당에서 시 주석으로 권력이 이동하는 시 주석 시대의 흐름을 강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관영 신문인 ‘인민일보’에 지난 29일 실린 사설에 따르면 중국 외교 사령탑 왕이 주임은 이번 법에 대해 “외교에 대한 공산당 중앙위원회의 중앙집권적이고도 통일된 리더십을 강화하기 위한 주요 조치”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케왈라마니는 이번 새 법으로 인해 오히려 외교 정책에 대한 논의를 탄압해 다른 의견을 내기조차 힘들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법의 진정한 전반적인 의미에 대해선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며, 법원이 어떻게 해석하는지, 또 위반 시 어떤 처벌이 내려질지 밝혀진 뒤에야 이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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