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과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이 지난 3일(현지시간) 요르단강 서안 지구 북부 제닌 난민촌에서 격렬한 교전을 벌였다.
3일 새벽 이스라엘군이 무인기 공격을 감행하며 서안 지역에선 수년만에 가장 광범위한 군사 작전을 시작했다.
이스라엘 측은 제닌 지역이 “테러범들의 은신처”가 되는 걸 막기 위한 작전이었다고 설명한 반면, 팔레스타인 측은 이를 전쟁 범죄라며 비난했다.
아울러 이스라엘군 측은 작전 종료 시점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가 없지만, “몇시간 혹은 며칠 간” 이어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이날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9명이 숨지고 100명이 부상당했다고 밝혔다.
제닌 지역은 고착화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리더십과 이스라엘의 점령에 큰 불만을 품은 신세대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의 거점이 된 도시다.
이곳 지역 주민들이 이스라엘을 상대로 여러 공격을 이어가면서 지난 1년간 이스라엘군 또한 제닌에서 여러 번 군사 공격을 감행했다. 다른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전투원들도 이곳을 은신처로 삼아왔다.
서안 지구에서 마지막으로 대규모 군사 작전이 진행된 건 2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002년 ‘제2차 인티파타(팔레스타인 봉기)’ 당시 이스라엘군은 제닌 지역을 전면 습격한 바 있다. 당시 10일간 치열한 전투 끝에 팔레스타인 전투원과 민간인 최소 52명, 이스라엘군 23명이 사망했다.

군사 작전이 시작한 지 20시간이 넘은 3일 밤에도 여전히 제닌 내부에선 이스라엘 군인 수백명이 작전을 이어가는 모습이었다.
1만8000여 명이 밀집한 제닌 난민촌에선 머리 위로 무인기가 윙윙거리는 소리가 이어졌으며, 총성과 폭발음 또한 꾸준히 들려왔다.
해당 난민촌은 현재 이스라엘 군사 지역으로 선포됐다.
불이 붙은 타이어에서 뿜어져 나오는 매캐한 연기가 도심을 떠도는 가운데 팔레스타인 청년 일부는 거리에 나와 문을 닫은 상점 가까이 서서 난민촌 방향을 초조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현재 이스라엘군이 난민촌의 전화 통신망과 전기 공급을 차단하면서 내부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쉽지 않다. 또한 팔레스타인 의료진은 난민촌에 있을 부상자 수십명에게 접근하고자 애쓰고 있다.
한편 난민촌 정문 옆 팔레스타인 병원의 분위기는 암울했다.
한 남성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형제의 친구를 마주쳤다. 다가가 몇 마디 하지도 않았는데 땅으로 쓰러졌다. 이에 나도 도망쳤으나 결국 총알 2발을 맞았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남성은 난민촌에서 “대량 학살”이 자행됐다고 주장했다.
“난민촌엔 아이들과 민간인이 있지만, 저들(이스라엘군)이 내보내주지 않고 있다”는 이 남성은 “전기도 끊겼고 저들이 우리의 도로도 다 파헤쳐 놨다. 난민촌은 파괴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제 인도주의 의료 구호 단체 ‘국경없는 의사회(MSF)’의 조바나 아르세니예비치는 BBC에 총상을 입거나 혹은 폭발 장치에서 튄 파편으로 부상을 입은 환자가 90명 넘게 몰린 병원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스라엘군은 자신들이 정확한 첩보에 따라 작전을 수행하고 있으며, 민간인에게 해를 입히려는 건 아니라고 주장했으나,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번 사태에 휘말린 모습이다.
3일 밤 이스라엘군의 허락으로 팔레스타인 가족 약 500명이 난민촌을 떠났다. 항복의 표시로 손바닥을 들거나 임시로 만든 백기를 흔드는 이들도 있었다.
시민들은 BBC에 몇몇 남성과 십대 소년들은 군인들에 의해 저지당해 난민촌에 남겨졌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군의 무인기는 가장 먼저 어느 아파트를 겨냥했다. 이스라엘인들을 공격한 팔레스타인인들의 은신처이자, ‘하마스’나 ‘이슬라믹 지하드(PIJ)’ 등 팔레스타인 무장단체로 구성된 ‘제닌 여단’의 “공동 작전 지휘 센터”로 사용되던 건물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추가적으로 무인기 공습이 이어졌으며, 여단 규모의 병력 또한 제닌에 배치됐다.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이는 “대태러 작전’으로 무기를 압수하고, “마치 (골치 아픈) 벌집이 돼버린, 이곳이 (테러범들의) 안전한 피난처라는 생각”을 깨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지난 1년반 동안 이스라엘인을 노린 공격 약 50건의 배후가 제닌 출신 팔레스타인인들이라고 밝혔다.
한편 난민촌 내부에선 무장한 팔레스타인인들이 반격을 시작했으며, ‘제닌 여단’은 “우리는 마지막 숨이 끊어지기까지, 최후의 총알 1발마저 소진할 때까지 (이스라엘) 점령군에 맞서 싸울 것”이라면서 “모든 파벌과 무장 단체는 한 마음 한 뜻으로 싸울 것”이라고 선언했다.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밤사이 발생한 무인기 공격으로 사망한 3명을 합해, 이스라엘군에 의해 사망한 이들이 모두 9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사망자는 모두 젊은 남성 혹은 10 후반 남성으로 알려졌으며, 일부는 무장단체 소속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보건부는 부상자 중 20명은 상태가 심각하다며, 추후 사망자 수가 늘어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서안 내 라말라 지역 인근에서 벌어진 관련 시위 도중 이스라엘 측 총격으로 팔레스타인 1명이 추가로 사망했다고도 덧붙였다.
한편 이스라엘군은 제닌에서 살해된 팔레스타인인들은 모두 무장단체 소속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 작전으로 무장단체 소속 50여 명을 체포했으며, 이들의 무기와 탄약도 압수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3일 저녁 제닌은 “테러리스트들의 둥지”라면서 이곳에 이스라엘군이 들어가 “민간인의 피해를 최소화”하며 작전을 이어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조용함과 안전을 회복하고자 필요한 만큼 계속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무함메드 샤타예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총리는 “지금 벌어지고 잇는 일은 난민촌을 완전히 지우고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이곳에서 이주시키려는 시도”라면서 이번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에 크게 격노했다.
한편 이웃국 요르단 또한 이번 작전은 “명백한 국제 인도주의법 위반”이라고 비난했으나, 미국은 “(이스라엘 당국이) 하마스, 이슬라믹 지하드 및 다른 테러리스트 단체들로부터 국가 안보와 국민들을 지킬 권리”를 지지한다고 표명했다.
엘리 코헨 이스라엘 외교장관은 제닌 지역을 벗어나 군사 작전을 확대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으나, 이미 팔레스타인의 항의 시위는 하마스가 장학한 가자 지구까지 번졌다.
제닌에서 이러한 군사 작전이 더 오래 지속될 수록, 상황이 더 광범위하게 확대될 위험은 커질 수 밖에 없다.

최근 몇 달간 서안 지구에선 폭력 사태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달 20일엔 서안 지구에서 몇 년 만에 이스라엘군이 헬리콥터를 동원해 제닌 지역을 공습하면서 팔레스타인 7명이 숨졌다.
다음 날엔 ‘팔라스’ 전투원 2명이 이곳에서 남쪽으로 40km 정도 떨어진 엘리 난민촌 근처에서 이스라엘인 4명을 사살했다.
이후 인근 투르무사야 지역에선 이스라엘 정착민 수백 명의 난동으로 팔레스타인 남성 1명이 총에 맞아 숨졌다.
그 주엔 제닌 출신의 팔레스타인 전투원 3명이 이스라엘의 무인기 공격으로 사망했다.
한편 올해 초 이후 이스라엘군 혹은 정착민에 의해 서안 지구 및 동예루살렘 지역에서 살해당한 이들은 팔레스타인 전투원과 민간인을 합해 140명 이상이다. 가자 지구에선 36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스라엘과 서안 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측의 공격으로 밝혀진 사건, 혹은 팔레스타인의 공격임이 분명한 사건으로 사망한 이들은 이스라엘인 24명, 외국인 2명, 팔레스타인 노동자 1명이다. 비번이었던 군인 1명과 이스라엘 보안군 1명을 제외하면 모두 민간인이었다.
추가 보도: 루스디 알루프, 로버트 그리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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