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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직자들이 번아웃을 겪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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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앞에서 찌푸리고 있는 남성의 모습

Getty Images

근로자들이 번아웃을 겪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여러 데이터나 주변 이야기 등을 살펴보면 고용 시장은 불안정해졌고, 기업들은 고용 동결을 넘어 대규모 인원 감축에 나섰으며, 예산을 삭감하고 있다. 그리고 근로자들, 특히 청년 근로자들이 타격을 입고 있다.

하지만 이게 전부는 아니다. 직업을 잃고 적극적으로 새 일자리를 찾아 나서는 이들도 번아웃을 겪고 있는 것이다.

구직 사이클을 좌절감을 안겨다 주며 구직자들의 시간을 소모하게 하지만, 결국 성과 없이 끝날 때도 있다. 구직자들은 네트워킹을 하고,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작성해 제출하고, 인터뷰를 보고, 2차 인터뷰를 보며 희망을 품지만, 기업들은 딱딱한 불합격 메시지만을 전달하거나 아예 감감무소식일 때도 있다.

그러면 이 사이클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구직 전문 플랫폼 ‘링크드인’은 최근 ‘근로자 자신감 지수’ 연구를 통해 미국 근로자 및 구직자 3만여 명을 대상으로 이들의 자신감을 조사했다. 미래에도 일자리를 유지하거나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을 것 같냐는 질문을 주고 +100점(매우 자신있음)부터 -100점(매우 암울함)까지 점수를 매겨달라고 요청했다.

그 결과 올해 1월 기준 적극적인 구직자들은 보통 +36점을 매겼다. 그러나 그로부터 4달 뒤인 올해 5월, 해당 점수는 +27점으로 하락했다.

한편 이리나 곤잘레스(37)를 통해 이러한 구직자들의 어려움을 느낄 수 있었다. 디지털 플랫폼의 편집자로 일하던 곤잘레스는 지난 1월, 해고 물결이 일며 일자리를 잃었다. 1달 치 월급 정도만 받고 떠나야 했던 곤잘레스는 다행히 바로 다른 일자리를 구할 수 있었으나, 이내 이 일자리에서도 떠나야만 했다.

곤잘레스는 실업자 신세가 돼 재정적으로 힘들다고 토로했다. 게다가 실직으로 인해 스트레스 받았을 뿐만 아니라 기분이 너무 씁쓸하고 속상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도 다시 구직활동에 뛰어들어야 했으나, 너무 지친 나머지 그럴 수가 없었다는 설명이다.

“매일 구인 게시물 수십 개를 검색하고 저장하던 ‘링크드인’에 들어갔지만, 그 어느 곳에도 지원할 수 없었어요.”

“침대에서 나와 뭐라도 하려고 노력했어요… 그러나 불가능했어요. 일어날 힘이 없었습니다. 끔찍했죠.”

그러다 마침내 곤잘레스는 용기를 내 침대 밖으로 나왔다. 곤잘레스는 자신에게 맞는 자기소개를 써보기로 했다. 우선 하루 1시간은 자신이 “좋아했던” 일에 대한 자기소개서를 작성했으며, 최대 3시간 정도는 “사랑했던” 일에 대한 자기소개서를 적었다.

그러면서 곤잘레스는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자리가 많다고 느꼈다. 이후 면접도 보고, 후속 이메일도 받아보고, 심지어 기술 시험을 칠 기회도 얻었다는 곤잘레스는 기업들이 종종 아무런 소식도 주지 않을 때도 있었다고 전했다.

한편 ‘미국 인사 관리 협회’ 소속 전문가 존 두니에 따르면 올해 기준 평균 구직 기간은 5개월이며, 이는 근로자가 지닌 기술에 대한 시장 수요에 따라 달라진다고 한다. 수요가 별로 없는 산업군이라면 구직 기간은 5개월보다 훨씬 더 길어질 수 있는 것이다.

아일랜드 더블린에 거주하는 바산트 셰누다(26)는 3년간 이어진 구직 활동에 결국 번아웃을 겪었다고 밝혔다. 독일에서 대학을 나온 셰누다는 졸업을 앞둔 2018년 처음 구직 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테크 분야 대기업 중 셰누다를 받아주는 곳은 없었다. 이에 한발 물러서 경험을 더 쌓고자 또 한 번 인턴 생활에 뛰어들었다.

그렇게 정규직 제안을 받았다. 그러나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이 전 세계를 덮치고, 이내 대규모 해고 바람이 불며 위기가 찾아왔다. 정규직 입사가 9개월 연기된 것이다.

다행히 셰누다의 구직 활동은 해피 엔딩으로 끝났다. 2021년 “꿈의 직장”이라 불리는 곳에 안착한 것이다. 그러나 이에 이르기까지 무척 노력해야 했으며 어려움도 많았다.

“장기간 이어진 구직 시간뿐만 아니라 기업들의 비자 지원 거부, 경험이 부족하다는 사유, 코로나19 팬데믹 등 여러 상황으로 ‘실직 번아웃’이 찾아왔다”는 셰누다는 “정말 좌절감이 들고 무서웠다. 독일에 단기 비자로 온 사람으로서 코로나19 기간 언제든지 추방당할 위기였다. 게다가 실업자가 되면서 살던 곳에서 퇴거당하기도 했다.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라고 설명했다.

“온갖 위험과 불확실성 속에 외국에서 갓 대학을 졸업한 22살짜리 청년에겐 더더욱 스트레스받는 시간이었죠.”

우울하게 소파에 누워있는 여성의 모습

Getty Images
일부 구직자들은 구직 활동을 해도 소용이 없어지면서 의지가 꺾이고 우울감까지 느낀다고 토로했다

또한 수년간 구직 활동을 하며 커리어에 대한 자신감도 사그라들어갔다. 셰누다는 처음 테크 기업에 지원했을 때만 해도 자신은 긍정적인 자세와 함께 기대감에 들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1주일에 무려 5곳에 지원할 때도 있었다. 이에 “속상하면서도 커리어에 대한 자신감을 빠르게 잃어갔다”는 셰누다는 “(그러면서도) 지난 3년간 구직 활동을 멈출 수 없었다. 너무 많은 위험이 따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가장 최악은 언제였을까. 셰누다는 어떤 기업과 4개월 동안 인터뷰를 무려 6번 봤는데, 결국 불합격했다는 형식적인 메시지만 받게 됐을 때라고 회상했다.

“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길을 잃은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 제 정신 건강은 완전히 망가졌죠. 정말 우울했습니다. 압박감에 체중도 줄었습니다.”

한편 미 뉴욕의 구직 사이트 ‘몬스터’ 소속 커리어 전문가 비키 살레미는 노동 시장이 점점 더 위축되는 상황에서 구직자들이 생각을 조금 바꿔 자신의 커리어 옵션을 점점 확장해야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각종 혜택이 따라오는 정규직 일자리 얻기가 “최우선 계획”이라면, “자신이 지닌 기술이 녹슬지 않도록 유지하고, 생활비를 벌고, 사람을 만나고, 집 밖에 나와 무언가에 몰두할 수 있는 시간제 일자리 혹은 아르바이트 자리”도 고려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살레미는 하루하루 규칙적인 생활 습관을 구축하고, 구인 공고 확인이나 이메일 전송 등 구직 활동에 몰두하는 시간을 따로 정해둔다면 번아웃으로 향하는 길을 막을 수도 있다고 제안했다.

구직이란 여전히 시간이 오래 소요되는 과정이라는 살레미는 고통받고 있는 이들에게 “일자리 검색과 네트워킹에 몰두하더라도, 온종일 이에 몰입되진 말라”고 조언했다.

한편 현재 뉴스레터 창작 플랫폼 ‘섭스택’에서 ‘알파 세대(2010년대 출생한 세대)를 키우는 법’ 코너를 운영하는 곤잘레스는 이러한 실직 번아웃을 극복하는 덴 시간이 걸린다는 걸 깨달았다고 전했다.

여전히 정규직 일자리를 얻지 못했다는 곤잘레스는 여전히 채용 공고를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한편 프리랜서로 전환했다. 곤잘레스는 지금도 스트레스는 여전하다면서 “(구직 활동은) 정말 속상하고 날 뒤흔들어 놓는다. 며칠 동안 꼼짝 못 하게 만든다”고 토로했다.

한편 셰누다는 자신이 과거 구직 활동 중 자기 자신을 더 잘 돌봤어야 했다면서, 3년간 이어진 구직 활동으로 인한 피해를 복구하고자 여전히 애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시엔 생존이 가장 중요했었지만, 그 과정에서 내 모든 걸 소모하지 않도록 내 감정을 다스리고, 일기를 쓰고, 명상하는 등의 시간을 가졌다면 좋았을 뻔했다”는 것이다.

한편 ‘미국 인사 관리 협회’ 소속 두니는 상황이 더 나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 2021년~2022년 고용 확대 이후 여전히 많은 기업이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으나, 여전히 여러 국가에서 일자리 자체는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불확실한 경제 상황 속 여전히 고용시장이 얼어붙었다고 느끼는 이들이 많다.

새로운 일자리를 찾기 위해선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그게 현실이다. 그러나 아무리 어렵더라도 자신의 건강을 지키고, 생활의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는 게 살레미의 조언이다. 그러면서 특히 일자리에 대한 구직 문의가 쇄도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선 구직자들이 인내심을 길러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CP-2022-0043@fastview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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