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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유린 실태 취재하던 러시아 언론인과 변호사, 괴한들에 폭행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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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에 청록색 염료를 뒤집어쓰고 머리가 삭발 된 여성의 모습

SERGEI BABINETS/CREW AGAINST TORTURE
옐레나 밀라시나와 알렉산더 네모프는 치료를 위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러시아 독립 언론 ‘노바야 가제타’ 소속 유명 언론인 옐레나 밀라시나와 변호사 알렉산더 네모프가 지난 4일(현지시간) 러시아 체첸 공화국에 도착한 지 얼마 안 돼 복면을 쓴 괴한에 심하게 폭행당했다.

밀라시나는 체첸 그로즈니 공항에서 멀지 않은 지점에서 타고 있던 차에서 끌어 내려져 파이프로 구타당했다고 밝혔다. 또한 밀라시나의 머리를 밀고 녹색 염료를 들이부었다고 설명했다.

밀라시나는 과거 체첸의 악명높은 지도자 람잔 카디로프로부터 살해 위협을 받은 바 있다.

함께 이동 중이던 변호사 알렉산더 네오프 또한 부상당했다.

당시 밀라시나와 네오프는 카디로프를 비판했다가 다른 나라로 망명한 세 아들의 어머니인 자레마 무사예바(53)의 선고 재판에 참석하고자 이동 중이었다. 그러나 이번 습격으로 심리에 참석할 수 없었고, 무사예바는 징역 5년 6개월 형을 선고받았다.

러시아 연방 북캅카스 연방관구에 속한 체첸 공화국은 2007년부터 카디로프가 권력을 잡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충실한 동맹이자,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지하는 카디로프는 체첸에서 살인, 납친, 고문 등을 지시한 혐의로 국제사회에서 비난받는 인물이다.

한편 밀라시나와 네오프에 따르면 갑자기 차량 3대가 다가오더니 복면을 쓴 남성 10명 정도가 이들을 덮쳤다고 한다. 밀라시나는 이들이 공항에서부터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로즈니의 한 병원에 입원한 밀라시나는 체첸 내 인권 문제 관계자에게 “전형적인 납치였다”면서 “우리를 꼼짝 못 하게 한 뒤 운전자를 차 밖으로 내던지고, 우리에 머리를 숙이게 하고, 내 손을 묶고, 무릎 꿇게 한 뒤 머리에 총을 겨누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변호사 협회에 따르면 네모프 또한 괴한들은 이들을 “길가에 내동댕이치고, 얼굴과 온몸을 발로 차기 시작했으며, 다리를 칼로 찔렀다”고 증언했다고 한다.

밀라시나에 따르면 이후 이들은 어느 산골짜기로 끌려가 파이프로 구타당했다고 한다. 그곳에서 괴한들은 휴대전화 잠금을 풀라고 강요했다. 밀라시나는 자신이 지정한 휴대전화 비밀번호가 너무 복잡해서 구타당하는 동안 칠 수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밀라시나는 고문에 반대하는 러시아 비정부기구 ‘CAT’의 세르게이 바비네츠에 “괴한들은 (비밀번호를 치기 힘들어하는 나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들이 이해했을 땐 이미 내게 녹색 염료를 들이붓고 내 머리카락을 밀어버린 후였다. 나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고 전했다.

해당 염료는 소독제로도 쓰이는 물질로,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 등 다른 러시아 내 반체제 인사들도 이 염료로 공격당한 바 있다.

병원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는 네오프와 밀라시나

CREW AGAINST TORTURE
네오프와 밀라시나는 체첸을 떠나기 전 그로즈니의 한 병원에서 우선 진료를 받았다

밀라시나는 이번 폭행으로 뇌를 다쳤으며, 손가락 3개가 골절됐다는 진단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의료진은 손가락 골절은 아니라고 정정했다. 네오프 또한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CAT’는 자상을 입은 네오프의 다리를 담은 사진을 공개했다.

밀라시나는 파이프로 구타당하는 건 “매우 고통스러웠다”면서 이는 보통 억류자들에게 사용되는 고문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러시아 크렘린궁은 매우 심각한 사건이라며,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러시아에서 현재 활동 금지당한 인권 단체 ‘메모리얼’은 러시아 당국과 체첸 당국이 “함께 행동한다”는 것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일갈했다.

한편 밀라시나는 지난해 2월 러시아를 빠져나왔다. 카디로프가 “우리는 언제나 테러리스트와 그 공범들을 없애왔다”며 밀라시나를 테러리스트로 낙인찍었기 때문이다.

밀라시나는 지난 2020년에도 또 다른 변호사 마리나 두브로비나와 한 차례 공격받은 적 있다.

체첸 내 인권 유린에 대해 조사하는 밀라시나는 체첸에서 비슷한 일을 하다 살해된 두 여성의 모습을 닮아 있다.

‘노바야 가제타’ 동료였던 언론인 안나 폴리트코프스카야는 2006년 모스크바에서 살해당했으며, 친구이자 인권운동가인 나탈리아 에스테미로바는 2009년 그로즈니에서 납치된 뒤 총에 맞아 사망했다.

밀라시나 또한 지난주 BBC 우크라이나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카디로프 세력이 살해 협박을 “쉽게 현실로 옮길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1년에도 몇 번씩 카디로프가 저나 ‘노바야 가제타’ 동료 기자들의 주소를 알아내 위협하고 있기에 익숙합니다 … 카디로프는 마치 자신이 체첸의 소유자인 것처럼 행동하죠.”

구금된 자레마 무사예바

CREW AGAINST TORTURE
자레마 무사예바는 사기죄 및 경찰과 폭행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인권 단체들은 해당 혐의가 조작됐다며 비난했다

‘국제 앰네스티’는 “비겁한 공격”이었다며 이번 사건을 비난하는 한편, 러시아 당국에 “가해자들을 신속히 검거해 정의의 심판을 받도록 하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이들의 안전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인권감시기구 ‘유럽평의회’ 소속 둔자 미야토비치 위원은 “이번 사건이 ‘노바야 가제타’ 소속 기자들과 협조자들에게 발생하고 있는 공격 패턴의 일부라는 점에 매우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평의회 회원국들에 “러시아 연방 내 언론인들을 지지하고 (이번 사건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카디로프는 대통령이었던 아버지가 암살된 지 3년만인 2004년 푸틴에 의해 체첸의 대통령직을 물려받은 인물로, 2015년 러시아 야당 지도자 보리스 넴초프 살해와도 연관돼 있다.

또한 카디로프는 지난해 우크라이나에 ‘카디롭씨’로 알려진 군대를 파병했는데, 해당 부대는 온갖 잔혹한 일을 저지르며 악명을 쌓았다.

한편 밀라시나와 네오프가 참석하고자 했던 재판의 당사자 무사예바는 과거 온라인상에서 카디로프의 인권 유린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난한 뒤 체첸을 떠나 망명길에 오른 세 청년의 어머니다. 판사 출신인 남편 또한 한 때 카디로프에 맞서다 구금된 이후 체첸을 떠났다.

지난해 무사예바마저 그로즈니에서 북쪽으로 1800km 떨어진 곳에서 체첸 보안군에 의해 구금됐을 당시, 카디로프는 무사예바의 가족 모두가 “감옥에 있거나 지하에 (숨어) 있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CP-2022-0043@fastview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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