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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운동선수 임신 중 죽음…자간증에 대한 경각심 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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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육상의 자존심' 올림픽 단거리 선수 토리 보위가 임신 합병증으로 숨졌다

Reuters
‘미국 육상의 자존심’ 올림픽 단거리 선수 토리 보위가 임신 합병증으로 숨졌다

쌍둥이 임신 8개월 차였던 자마라 브룩스-파머는 남편과 함께 쇼핑을 갔다.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출산을 간절히 기다리던 산모에게 그날은 특별한 것 없는 평범한 날이었다. 하지만, 뭔가 이상했다.

자마라는 “아침 일찍부터 처음 겪는 극심한 두통에 시달렸다. 진통제를 먹고 잠시 눈을 붙였다. 하지만 매장에 도착한 뒤 갑자기 어지러워졌다. 벤치에서 쉬면서 남편에게는 친구와 함께 쇼핑을 계속하라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남편은 잿빛으로 변한 아내의 얼굴을 보고 상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자마라는 차로 이동하던 중 발작을 일으켜 급히 병원으로 향했다.

의사가 긴급 제왕절개를 시작할 때까지 세 번 더 발작을 일으켰다.

“그다음 기억나는 건 병원 회복실에서 깨어난 거예요.”

Jamara Brooks-Parmer in hospital

Jamara Brooks-Parmer
자마라는 임신 34주에 발작을 유발하는 치명적인 고혈압성 질환 ‘자간증’을 진단받았다.

자마라는 발작을 유발하는 치명적인 고혈압성 질환 ‘자간증’을 진단받았다.

생각도 못 한 일이었다. 자마라는 자간증 전단계인 자간전증(전자간증, 임신중독증)을 진단받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자간전증은 자간증과 비슷하지만 위험도는 훨씬 낮다.

자간증과 자간전증이란?

자간전증은 일반적으로 임신 후기에 발생한다. 초기 증상은 고혈압과 단백뇨 배출이다.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에 따르면 산모가 정기적인 산전 검진을 받을 경우 자간전증을 파악할 수 있다. 대부분의 자간전증은 아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그저 면밀한 관찰이 필요하며 출산 후에는 곧 호전된다.

하지만 자간전증을 진단받지 못하고 관찰이 이뤄지지 않으면 자간증과 HELLP 증후군이라는 훨씬 더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최근 임신 8개월 차 미국 올림픽 선수 토리 보위가 갑작스럽게 사망한 이후 자간증에 대한 인식이 확산됐다.

이 질환은 특히 미국 흑인 여성에게서 많이 발생한다. 2016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세계 육상 챔피언 토리 보위의 사망에도 이 질환이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있다.

보위의 팀 동료였던 앨리슨 펠릭스와 티아나 바르톨레타도 임신 중 자간전증을 앓았다. 보위와 마찬가지로 둘 다 흑인이다.

수치를 정확히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전 세계 임산부 중 3~8%가 자간전증을 앓는 것으로 추정된다.

증상으로는 단백뇨, 심한 두통, 시력 저하, 갈비뼈 밑 통증, 메스꺼움 또는 구토, 손·발·얼굴의 갑작스러운 부종 등이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미국 내 아프리카계 여성의 자간전증 발병률이 백인 여성보다 60% 더 높다.

아프리카계 미국인 자마라는 의료진이 일부 증상을 가볍게 넘겼다고 말한다.

Jamara Brooks-Parmer
아프리카계 미국인 자마라는 의료진이 일부 증상을 가볍게 넘겼다고 말한다.

“부기가 너무 심해서 병원에 갔더니 의사들은 ‘쌍둥이를 가졌으니 체액이 많이 고여 있을 것’이라며 일축했어요.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라는 말만 하더군요.”

자마라는 회복하는 동안 한때 목숨이 위태로웠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정신을 차렸더니 옆에 엄마가 계셨어요. 엄마는 ‘네가 아기를 가져서 너 아니면 아기, 또는 모두를 잃을 뻔했다’고 말씀하셨죠.”

5년 뒤 2015년, 자마라는 다시 임신을 했고 첫 번째 임신과 비슷한 증상을 보였다. 하지만 이때는 상황이 더 좋았다고 말한다.

자마라의 주치의는 백인이 아닌 아프리카계 미국인이었다. 자마라는 본인부터가 첫 번째 임신보다 정보가 많았지만, 의사도 자신의 상태를 ‘더 적극적으로’ 파악해 줬다며 인종적 요소를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마라는 “임신 34주 차에 혈압이 높아지자, 이번 주치의는 바로 조치에 나섰고 딸을 분만하기까지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생명을 위협하는 이 질환들에 대해 잘 몰랐지만, 이제는 우리 공동체에서 질환에 대한 의식을 확대하려 합니다.”

흑인 여성이 마주하는 위험

에보니(36)는 ‘기적의 아기’를 소중히 안고 충격적인 임신과 출산 경험을 털어놓았다.

에보니의 딸 레인은 불과 0.88kg의 몸무게로 태어났다

Ebony Ford
에보니의 딸 레인은 불과 0.88kg의 몸무게로 태어났다

자마라는 자간증 지원 단체에서 워싱턴 DC의 에보니 포드를 만났다.

에보니(36)는 산모 건강 개선을 위해 힘쓴다. 두 달 전 둘째 아이 로만을 조산했다.

에보니는 ‘기적의 아기’를 소중히 안고 충격적인 임신과 출산 경험을 털어놓았다.

아프리카계 미국인 에보니는 5년 전 딸 레인을 임신했을 때 처음으로 자간증을 경험했다.

“임신 25주 차에 발목이 조금씩 붓기 시작했어요. 병원에 갔더니 혈압이 상당히 높았죠.”

“걱정이 되니까 혈액 검사를 하려고 했는데, 의사가 ‘괜찮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발과 손이 엄청나게 부었어요. 결혼반지를 뺄 수도 없었고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었죠.”

“시야가 흐려지기 시작했고 누군가 가슴 위에 앉아있는 것 같았습니다.”

에보니는 아직 임신 초기인 26주 차에 불과했지만,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았다.

“병원에서 제 혈압이 262/154라고 했어요. 의사는 제가 어떻게 의식이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하더군요.”

NHS에 따르면 건강한 혈압은 일반적으로 90/60과 120/80 사이다.

“가족에게 전화로 소식을 전하던 중 더 자세한 혈액 검사 결과가 나왔는데, 알고 보니 저는 완전히 장기 부전 상태였습니다.”

검사 결과 에보니는 임산부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HELLP 증후군을 앓고 있었다. HELLP 증후군은 간 수치 상승과 혈액 응고 장애를 동반하는 희귀 상태로, 패혈증과 장기 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에보니(36)와 남편 그리고 딸 레인.

Ebony Ford
에보니(36)는 ‘기적의 아기’를 소중히 안고 충격적인 임신과 출산 경험을 털어놓았다.

“병원에서는 26주 5일 차에 긴급 제왕절개 분만을 결정했는데, 이를 위해 저는 혼수상태에 들어가야 했습니다.”

“당시 저는 말 그대로 목숨이 오가는 상황이었죠. 마지막으로 기억나는 것은 남편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그저 울기만 했던 순간이에요.”

에보니의 딸 레인은 불과 0.88kg의 몸무게로 태어났다.

“제 자간전증이 간과됐던 것 같아요. 당시 의사는 제 고혈압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고, 심지어 그 주에 혈액 검사도 안 하기로 했어요. 대응에 매우 소극적이었습니다.”

에보니는 다른 아기를 갖기까지 거의 4년을 기다렸다.

이번에는 다른 의료진과 함께하기로 했다.

“새로운 의료진은 저를 위해 계획을 세우고 주의해야 할 증상을 알려줬습니다.”

“임신 30주 후반에 다시 자간전증 증상이 시작됐습니다. 아기가 더 이상 자라지 않았고 발육 상태가 하위 25% 미만인 것을 확인했어요.”

“태반에 이상이 생기기 시작했고 병원에 몇 주 동안 입원해 관찰을 받아야 했습니다. 정확히 31주가 되었을 때 호흡이 어려워지기 시작했죠.”

주치의는 올해 4월 6일 31주 차에 에보니의 분만을 결정했다. 아들 로만은 0.91kg가 조금 넘는 상태였다.

산모 사망률

자마라와 에보니는 모두 살아남았지만, 다른 여성들은 그렇지 못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매년 전 세계 여성 약 7만 명과 아기 50만 명이 자간전증 관련 합병증으로 사망한다.

영국 옥스퍼드대학 산부인과 교수 마누 바티쉬는 “자간증은 성장 중인 아기에게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태반에서 발생한다”고 말한다.

“산모가 발작을 일으키면 산모를 안정시키고 아기를 분만하고 모체의 안전을 확보하기가 매우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임신 중 생명 활동과 관련해 흑인 여성에게 몇몇 특이점이 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아프리카에 사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 영양이 부족합니다. 다양한 영양소와 미네랄도 부족하죠. 또한 인종적 소인과 흑인 혈통으로 인해 이 질환을 겪을 위험이 더 높습니다.”

구조적 인종 차별, 암묵적 편견, 산전 관리의 질적 차이

Professor Manu Vatish
바티쉬 교수는 임상에서 실제로 인종 차별, 암묵적 편견, 산전 관리의 질적 차이를 목격했다

미국 보건부는 구조적 인종 차별, 암묵적 편견, 산전 관리의 질적 차이 등 여러 요인이 높은 발병률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바티쉬 교수는 임상에서 실제로 그런 차별을 목격했다고 말한다.

“흑인 및 아시아계 출신에 대한 무시가 존재하죠. 제가 임상에서 일한 대부분의 기간에 실제로 목격했습니다.”

“이들의 걱정은 일축됩니다. 백인들만큼 시의적절한 통증 완화 조치를 받지 못합니다.”

“직원들의 행동도 흑인과 아시아계 여성의 불이익을 가져오는 경향성을 보여요. 그런 행동이 만연해 있죠.”

에보니는 자신의 우려를 잘 들어준 고마운 산전 의료진이 있어서 운이 좋았다고 말한다.

“저는 항상 여성들에게 걱정을 잘 들어주는 의료진을 택하도록 조언합니다.”

“한 번의 소극적인 진료가 제 목숨을 앗아갈 뻔했어요.”

CP-2022-0043@fastview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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