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봉한 ‘인디아나 존스’, ‘플래시’, ‘엘리멘탈’이 박스오피스에서 고전하고 거두고 있다. 니콜라스 바버가 이 작품의 흥행 저조가 할리우드의 위기를 뜻하는지 살펴봤다.
인디아나 존스가 ‘언약궤(성경에 등장하는 십계명 등을 보관하는 상자)’를 찾아낼 순 있겠지만, 영화관도 채울 수 있을까? 아마 불가능한 것 같다.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 이후 15년 만에 해리슨 포드가 연기한 채찍을 휘두르는 고고학자가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로 돌아왔다. 하지만 관객들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이 영화는 개봉 첫주 주말 기준, 전 세계 박스오피스에서 1억 30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인상적인 성적이라 할 수 있지만, 버라이어티의 영화 전문 기자 레베카 루빈은 실상을 따져보면 “대단한 성과가 아니다”라고 썼다. 그녀는 이 영화가 “마케팅 비용을 빼고도 2억 9500만 달러를 쏟아부은 역대급 고예산 영화 중 하나”이기 때문에 (지금 상태로는) 극장에서 수익을 낼 가능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데드라인의 영화 담당 기자 앤서니 달레산드로의 평가는 더욱 가혹했다. 그는 “재앙과 같은 결과”라고 말했다.
슬픈 사실은 운명의 다이얼이 반전을 끌어낼 무기가 없다는 것이다. 영화는 인디아나 존스의 앞선 모험들을 재미없고 따분하고 무의미하게 재탕한다. 하지만 지난 주말 영화팬들에게 아쉬움을 남긴 영웅은 인디아나 존스만이 아니었다. 루빈에 따르면, DC의 슈퍼히어로 블록버스터 ‘플래시’는 “부끄러운” 성적을 거뒀고, 드림웍스와 유니버설의 ‘틴에이지 크라켄 루비’는 “망가졌다.” 또 다른 애니메이션 ‘엘리멘탈’은 “픽사의 기준에 못미치는 영화”였다. 가디언의 피터 브래드쇼는 엘리멘탈에 대한 리뷰에서 “픽사의 황금기가 돌아올 수 없을 정도로 멀어졌는지 의문”이라 했는데, 실제로 엘리멘탈은 픽사의 첫 번째 영화 ‘토이 스토리’ 이후 미국 박스오피스 개봉 첫주 주말 성적 중 가장 저조한 성적표를 받았다.
루빈은 전반적으로 이번 여름은 “대작영화들이 계속해서 기대에 못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여름 전에도 상황은 좋지 않았다. DC의 ‘애덤 블랙’과 마블의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는 관객들이 ‘슈퍼히어로 피로감’을 느낀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흥행에 실패했다.
이러한 추세를 역행한 유일한 작품이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다. 이 영화는 시리즈의 첫 번째 영화인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보다 훨씬 더 나은 성과를 올렸다. 하지만 최근에는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플롭버스터(flopbuster, 흥행을 노리고 엄청난 돈을 쏟아부었지만, 흥행에 참패한 영화)’가 속출하고 있다. 2019년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와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개봉한 이래 할리우드가 그 자체로 일종의 엔드게임에 접어든 것 같다.
마크 해리스는 ‘픽처스 앳 어 레볼루션 Pictures at a Revolution’의 저자다. 이 책은 전통적인 스튜디오 시스템이 흔들리던 1960년대 중반 등장한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영어명 Bonnie and Clyde’ 및 다른 급진적인 “뉴 할리우드” 작품들을 다뤘다. 그는 이번 주 트위터에 현재 영화 산업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무섭도록 뉴 할리우드 부흥 직전에 일어난 일을 연상시킨다는 글을 올렸다. “(20년 전부터) 지금까지 봤을 때, 지금처럼 뉴 할리우드 혁명이 일어나기 이전의 위기 상황과 닮은 순간은 없었던 것 같다. 더 큰 스케일, 더 긴 러닝타임, 더 부풀려진 영화들, 대부분이 20년 전에 반응이 좋았던 영화의 축소판인 상황, 영화배우의 영향력 약화에 대한 극한의 공포, 낡은 마케팅 방식이 더 많은 영화팬에게 도달하지도 못하고 만족감도 주지 못한다는 두려움, 할리우드 창의력의 절정기가 지나갔다는 두려움…. 그야말로 암흑기다!”
분명 스트리밍은 이 상황에 영향을 준 주요 요소다. 인디아나 존스의 전작 4편 모두 디즈니+에서 버튼 하나만 누르면 볼 수 있는데, 왜 표를 사서 굳이 저질 버전의 신작을 보겠는가? 게다가 유명 TV 시리즈에 엄청난 돈과 인력이 몰리고 있다. 많은 A급 스타들이 TV 시리즈로 향하고 있는 터라, 영화는 이들을 캐스팅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영국 최대 영화 잡지 엠파이어가 최근 몇 달 간 실제 영화관 개봉작이 아닌 ‘만달로리안’, ‘아소카’, ‘시크릿 인베이전’ 같은 디즈니+ TV 프로그램을 표지에 실은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문제는 TV의 커진 영향력만이 아니다. 미국 작가 조합(WGA) 소속 작가들의 파업때문에 마블의 ‘블레이드’와 ‘선더볼트’ 등 수많은 작품이 제작에 차질을 빚고 있다. AI가 영화를 제작할 수 있다는 경고는 업계를 둘러싼 불확실성을 더욱 짙게 만들었다. 스크린 인터내셔널의 박스오피스 에디터인 찰스 간트는 BBC 컬처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팬데믹 및 여러 글로벌 사안들도 이러한 현상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간트는 “2020년 팬데믹이 강타한 극장가의 회복은 모두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오래 걸리고 있다”며 “영국과 아일랜드는 2023년 박스오피스가 2022년과 비슷한 수준일 정도로 사실상 회복이 정체돼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중국도 걱정스러운데, 할리우드 영화 대부분이 중국 내 상영이 막혀 있습니다. 물론 러시아도 그렇고요.”
하지만 간트는 인디아나 존스의 초라한 성적에서 너무 많은 것을 읽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저는 인디아나 존스 신작이 전작만큼 흥행하지 못했다 해서 할리우드가 위기에 처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미션 임파서블’ 신작은 물론, ‘바비’와 ‘오펜하이머’의 맞대결을 지켜봅시다. 그러면 좀 더 명확한 그림을 갖게 될 거예요.”
이 영화 세 편이 올여름 극장가의 구세주가 될 수 있을까? 해리스는 트위터에 “이 세 영화가 모두 성공하기를 응원한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지금 위기 상황이고, 위기 때는 ‘밀물이 모든 배를 들어 올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 세 영화 중 어느 것도 선체의 균열을 고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들이 얼마나 좋은 성적을 내든, 미션 임파서블은 1966년 TV 쇼를 원작으로 한 프랜차이즈의 일곱 번째 작품이고, 바비는 1959년 출시된 인형 브랜드를 원작으로 한 영화다. 두 작품 모두 할리우드의 창의력과 추진력이 고갈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어쩌면 이 모든 상황이 영화계가 1960년대처럼 새로운 스타일의 부활로 이어질 것이라 말하는 듯하다. 하지만 아직 그런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해리스의 말처럼 “한 비즈니스는 무한정 지속될 수는 없다.” 과거 우리는 영화관을 꿈의 궁전이라 생각했다. 다만 지금은 파멸의 신전에 더 가까워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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