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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가 폭염에 적응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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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를 조감한 위성 이미지를 보면 뱀처럼 굽은 파란색 곡선이 있다. 이미지에 강렬한 붉은색, 선명한 주황색, 밝은 노란색 등으로 표현된 지점 사이에서 이 곡선은 시원한 안도감을 준다.

이 파란색 곡선은 블타바강을 나타낸다. 2022년 6월 폭염이 체코 수도를 강타했을 때, 이 강은 프라하 주민들의 시원한 휴식처였다. 이미지 곳곳에서 보이는 녹색 지점은 공원이다. 이 역시 지난 여름 최고 45℃에 이를 정도로 뜨거웠던 지표면의 또 다른 안식처였다.

프라하를 찍은 이 이미지는 우주에서 촬영한 도시 열 지도다. 녹지 공간과 백색 도로, 수자원이 도시에 미치는 영향이 이 지도에 드러난다. 즉 이러한 공간은 자연 그대로의 방식으로 도시를 식혀줘, 도시가 치명적인 폭염에 대응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다.

온난화가 전 세계에서 진행되고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계속 늘고 있다. 그러다보니 극단적 기후 현상이 나타나는 지역을 도식화하는 게 도시 계획을 세우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해졌다. 2022년 유럽에서 2만 명 이상이 폭염과 관련해 목숨을 잃었고, 영국의 기온은 사상 처음으로 40℃를 넘어섰다. 올해 6월 스페인에선 수은주가 44℃까지 오른 지역이 나왔다. 대서양 건너 편 미국의 도시가 처한 상황도 그다지 좋지 못하다. 지난 2주간 텍사스에서만 최소 13명의 폭염 관련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기상학자들은 극심한 폭염이 미국 남부로 확산되고 43℃를 넘는 기온이 일상화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지속적으로 촬영중인 이 이미지는 도시 내 지표면 온도가 극도로 높은 곳만 아니라, 대조적으로 공원이나 수 자원 시설을 통해 보다 시원한 지역도 보여준다. 한 연구에 따르면, 공원에서 도보 10분 거리 이내 지역은 그 외 지역보다 온도가 3℃정도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표면 온도 모니터링’이라 불리는 이 프로젝트를 이끄는 NASA 제트추진연구소의 대기 과학자 글린 헐리는 “이 이미지는 분명 의미있는 자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데이터는 뜨거운 지역과 취약한 지역을 찾아내고, 도시 온도 완화 전략의 효과를 평가하는 데 활용할 수 있습니다.”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헐리와 그의 연구팀은 지역 시의회와 꾸준히 협력하고 있다. 시의회는 이 데이터가 담긴 ‘에코스트레스 지도’를 지속 가능한 도시 계획 및 에코스트레스 완화 계획 수립에 활용하고 있다.

헐리는 “시 측에선 이미지를 사용해 도시에서 매우 뜨겁고 사람들이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지역을 특정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시 관계자들이 가장 뜨거운 지역을 찾아낼 수 있도록 돕고, 그들은 가장 더운 곳 도로에 특수한 보도 코팅 페인트를 칠했습니다.” 이 페인트는 태양열을 흡수해 열을 유지하는 기존의 아스팔트 표면과 달리, 태양열을 반사한다.

그런 다음 헐리는 같은 지역을 위성으로 다시 촬영해 그 효과를 정량화했다. 그 결과 코팅을 하면 도로 온도가 1~2℃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헐리 연구팀의 데이터를 사용해, 시의회는 도로를 더 많이 칠하기 위한 자금 600만 달러를 캘리포니아 주로부터 추가 지원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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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협업이 흔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도시가 기후 변화 대응 계획을 만들 때 위성 이미지를 사용하다면, 충분히 늘어날 수 있다.

에코스트레스 장치는 데이터를 연중 수집한다. 미국 도시는 4일에 한 번, 유럽 도시는 3~5일에 한 번 정도 촬영한다. 연구팀은 런던, 파리, 아테네, 뭄바이, 멜버른 등 전 세계 10개 도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유럽우주국과 협력해 극심한 폭염 속에서 파리, 프라하, 밀라노의 데이터를 수집했다.

지도는 인구 밀도가 높은 지역의 온도를 진한 빨간색으로 표시하고, 인구 밀도가 낮은 지역은 노란색 음영으로 표시한다. 숲이나 물이 있는 지역은 녹색으로 표시한다. 초목이나 물이 많을수록 기온이 더 낮다는 것을 보여주는데, 일부 지역에서는 최대 12℃까지 온도차가 난다.

2022년 베이징에 있는 과학자들은 위성 열 지도 데이터를 사용해 도시 공원의 냉각 효과를 조사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공원은 낮 동안엔 도시의 다른 지역보다 천천히 가열되고, 물이 있는 녹색 공용 공간은 공원 내부나 다른 주변 지역 보다 더 큰 냉각 효과를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스페인 바스크 기후변화센터의 적응 연구 그룹 책임자인 마르타 올라자발은 시 당국이 이 지도를 통해 더 나은 폭염 대비 계획을 세울 수 있다고 말했다. 도시 경관 변화가 어떤 효과를 가져오는지 명확하게 보여주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또한 기후 변화로 치명적 폭염이 더욱 빈번해 질 것이기 때문에, 이 같은 열 지도는 도시를 시원하게 만드는 데 점점 더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 지도는 열에 많이 노출된 도시 공간을 진단하는 데 매우 유용합니다.” 그녀는 이 정보를 취약 인구 및 인프라 데이터와 결합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텍사스 오스틴에서는 이미 이러한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올라자발은 최근 유럽 도시 167곳의 도시 온도 변화에 대한 적응 계획을 평가해 지난 5월 발표한 연구에 참여한 바 있다. 이 연구는 폭염에 대처하기 위한 계획이 실제로 점점 개선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녀는 “자원을 가진 북반구의 글로벌 도시에서 좋은 사례가 많이 나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뉴욕의 지붕 페인팅, 베를린의 녹지 및 생물 다양성 증진, 바르셀로나의 교통량 감소와 도시 내 녹지 공간 통합을 위한 도시 디자인 실험 등을 예로 들었다. “하지만 인프라가 취약하고 복원력이 낮은 중소도시와 남반구 글로벌 도시는 자원과 폭염 대처 조치가 분명 부족한 상태였습니다.”

녹지 공간을 더 많이 만들고, 도로를 따라 더 많은 나무를 심고, 콘크리트 표면을 흰색으로 칠하는 것은 ‘도시 열섬’에 대처하기 위해 도시가 시행하고 있는 대표적 조치다. 도시 열섬은 도시가 주변 시골 지역보다 훨씬 더워지는 현상으로, 때로는 15℃ 정도 더 온도가 높아지기도 한다. 이 현상은 도시의 열이 밀집된 인프라로 인해 더디게 발산되며 나타난다. 노인, 어린이, 저소득층, 육체 노동자와 같은 취약 계층에게는 특히 위험하다.

도시 계획 담당자들은 폭염에 혁신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틀에 박힌 생각에서 벗어나야 했다. 유럽에서 폭염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가장 높은 파리는 주민들이 공원과 숲, 수영장, 박물관 등의 피난처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쿨 아일랜드’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쿨 아일랜드는 나무로 덮여 자연적인 시원함이 있는 산책로로 연결된다. 그 위치는 파리가 2019년에 개발한 ‘익스트레마라’는 지도 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일부 공원은 연중무휴 24시간 개방된다. 시에서는 지하 냉각 네트워크도 3배로 늘릴 계획이다. 2004년부터 2007년까지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시행된 폭염 대응 계획을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폭염 대응을 통해 일 평균 사망자가 2.52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폭염에 이름을 붙이기 시작한 최초의 도시, 스페인 세비야에선 시장이 ‘그늘 정책’의 일환으로 도시 전역에 더 많은 차양 설치, 매년 5000그루 나무 심기, 공공 분수 증설을 주문했다. 네덜란드 로테르담의 시 당국은 90만 제곱미터가 넘는 옥상에 녹색 식물을 심어 도시를 식힐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한편 그리스 아테네의 최고 열 책임자인 엘레니 마이리빌리는 로마 시대의 수로를 개조해 도시에 물을 공급하는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 그리스의 또 다른 지방 도시인 아카르네스에서는 특별히 개발된 쿨링 지붕과 포장 도로를 만들고 있는데, 향후 긍정적인 결과가 기대되고 있다.

헐리는 자신의 팀이 개발 중인 신기술이 도시 계획에 더 큰 도움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헐리의 연구팀은 2028년에 더 높은 해상도의 이미지를 촬영하는 위성을 발사할 계획이다. 이 기술은 지붕 녹화의 영향 등 폭염 대처 조치의 보다 세밀한 효과를 파악하는 데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올라자발은 “앞으로는 전 세계 어디서나 열 모니터링과 이에 대한 대처가 정책적으로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시의 기후 비상사태는 이미 공중 보건 측면의 비상사태가 되었습니다. 더 지체하지 말고 적절한 자원과 계획을 마련해야 합니다.”

CP-2022-0043@fastview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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