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정부가 일본의 오염수 처리계획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 국제 기준에 부합한다는 ‘기술적’ 분석 결과를 내놨다. 다만 국내 비판 여론이 거센 탓에 방류 자체에 대한 공식 입장은 내놓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구연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은 1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관련 일일 브리핑에서 “현재 상태의 처리 계획을 놓고 안전성 검토를 한 결과 국제기준에 부합한다, 라는 기술적 분석을 말씀드린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본 정부의 방류계획에 대한 정부 입장은 일단 일본이 지금까지 이뤄진 것에 대해 종합적 검토를 한 다음 구체적인 방식이나 시기 등을 결정해 얘기했을 때 판단이 필요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일본, 사실상 언제든 방류 가능⋯ 8월 중 이뤄질까?
일본은 정확한 방류 시점을 공표하지 않았다. 현지 언론 등은 다음 달 방류가 유력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IAEA 최종 종합보고서는 일본이 처리한 오염수를 방류하기 전 국제사회의 비난을 피하기 위해 거쳐야 할 마지막 관문으로 여겨졌다. 일본은 앞서 방류 설비 공사와 시운전도 마쳐 절차적 준비도 끝낸 상태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지난 4일 일본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 계획이 “국제 안전 기준에 부합한다”는 내용의 최종 보고서 내용을 발표한 후 7일부터 9일까지 한국을 2박3일 일정으로 방문했다.
한국 정부는 “IAEA가 원자력 안전 분야에서 오랜 기간 전문성과 대표성을 가진 권위 있는 기관이며, 이번 보고서의 내용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일관계 전문가인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이 방류 계획을 철회하거나 크게 늦출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봤다.
최 연구위원은 “가능성은 낮지만, 변수라고 한다면 일본 내 주류 여론에서 (철회나 대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거나, 정부가 후쿠시마 인근 주민들의 이해를 얻지 못하면 방류하지 않겠다고 얘기한만큼 이와 관련한 얘기들이 계속 나오는 두 가지 상황 정도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이 주변국 반응으로 인해 계획을 변경하진 않을 것으로 본다며 “하지만 판단에 따른 책임은 일본이 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대 여론도 여전해
하지만 정부 입장과는 별개로 국내에서는 여당과 환경단체, 어민 등을 중심으로 반대 여론이 여전히 큰 상황이다.
지난달 한국갤럽이 성인 1007명을 대상으로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국내 해양과 수산물이 오염될까 걱정되는지 설문조사한 결과 ‘매우 걱정된다’(62%)와 ‘어느 정도 걱정된다’(16%) 등 부정적 응답이 80%에 근접했다.
그로시 사무총장 입국 당시에도 김포공항에 시위대 수십 명이 몰리면서 총장과 일행이 2시간 넘게 공항에 발이 묶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1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9일 그로시 사무총장과 만나 IAEA 보고서가 다핵종 제거 설비(ALPS) 성능 검증을 하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보고서 결과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했다. 또 대안 검토와 방류 일정 연기 등을 요청했다.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이날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일본 도쿄 총리 관저 앞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반대 집회에 참여한다.
이외에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는 성격이나 양, 기간에 있어서 전례를 찾기 힘든 일이기 때문에 장기적 영향을 쉽게 예측할 수 없다는 주장과, 장기간 계획한 대로 처리가 제대로 이뤄질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IAEA는 일본의 방류 계획이 잘 지켜지는지 검토하기 위해 수십 년간 일본에 상주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이 자체 검토한 내용은?
한국 정부는 중국과 달리 일본의 오염수 방류 계획에 대해 큰 우려를 표명하고 있지는 않다. IAEA와 마찬가지로 기술적으로는 국제 기준에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은 지난해 7월부터 IAEA 검증 모니터링 태스크포스(TF)에 국내 전문가를 파견했다. 여기에는 호주, 러시아, 미국, 영국, 마셜제도, 베트남 등 여러 국가의 전문가가 포함돼 있다.
지난해 8월부터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와 KINS 등을 중심으로 자체 안전성 검토를 진행해 왔다. 지난 5월에는 ‘전문가 현장시찰단’이 주요 설비 확인 및 검토를 마쳤다.
한국 정부는 지난 7일 브리핑을 통해 “일본 측의 오염수 처리 계획은 IAEA 등 국제기준에 부합함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검토한 내용도 IAEA와 크게 다르지 않다.
ALPS를 통한 방사성 핵종 정화 능력과 ALPS로 정화되지 않는 삼중수소 희석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일본의 처리계획이 계획대로 준수할 경우 처리 후 방류되는 방사성 물질의 총 농도가 국제 기준을 충족한다는 설명이다.
또 한국의 경우 해류 영향으로 후쿠시마에서 방류한 처리 오염수가 국내 해역에 도달하는 시기는 대략 4~5년에서 길면 10년 후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때 삼중수소 등 방사능 영향은 국내해역 평균 농도의 10만분의 1이라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일본의 오염수 방류 계획에 별다른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상황에서 2013년 9월 도입한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도 해제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국내 수산물 방사능 검사 확대와 더불어 “수입 규제 조치를 모든 국민이 안심할 때까지 유지할 계획”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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