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 에드워즈(61)는 지난 20년간 평일 저녁마다 BBC의 간판 뉴스 프로그램인 ‘뉴스 앳 텐(10시 뉴스)’의 진행자로 수백만 명에게 그날의 소식을 전하던 인물이었다.
그러던 에드워즈가 BBC와 영국을 뒤흔든 스캔들의 중심 인물로 확인됐다.
BBC 한 진행자가 과거 미성년자에게 돈을 주고 성적인 사진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닷새 넘게 각종 추측과 주장이 이어지고 있었다.
에드워즈는 BBC의 간판 뉴스 진행자로, 영국의 국가 중대사 관련 뉴스 보도엔 언제나 그가 있었다.
지난해 9월 전 세계 시청자 수백만 명에게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서거 소식을 알린 목소리의 주인공도 에드워즈였다.
이후로도 이례적으로 10일간 편성됐던 추모식, 장례 준비, 장례식 관련 보도를 도맡았으며, 왕실 결혼식과 찰스 3세의 대관식도 에드워즈의 목소리를 통했다. 역대 영국 총선 결과 또한 마찬가지였다.
한편 에드워즈의 아내 비키 플린드는 지난 12일(현지시간) 남편을 대신해 남편이 최근에 제기된 스캔들의 당사자임을 밝히는 성명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에드워즈가 심각한 정신 건강 문제로 고통받고 있었으며, 최근 입원 치료를 받게 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남편은 이후 건강을 회복하고 준비가 됐을 때 이번 사건에 대한 응답을 내놓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팀 데이비 BBC 사장은 직원들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지난 며칠간 개인의 삶이 대중에게 공개된다는 게 뭔지 다시 한번 느꼈다”면서 “이 모든 것의 중심엔 사람과 이들의 가족이 있다”고 적었다.
의혹의 내용은?
영국 일간지 ‘더 선’은 지난 7일 BBC의 한 진행자가 당시 17살이던 인물에게 수천 파운드를 주고 몇 년간 성적인 사진을 건네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현재 20살이 된 그 청년의 어머니와 진행한 인터뷰를 실었다. 그 어머니는 자녀가 걱정된다며 자녀는 이 돈을 받아 코카인을 샀다고 전했다.
이후 며칠간 더 선과 BBC 뉴스는 추가적으로 제기된 의혹에 대해 보도했다.
BBC 뉴스 또한 마치 다른 언론기관인 것처럼 독립적인 시선으로 보도를 이어 나갔다.
그러던 지난 9일, BBC 측은 더 선이 폭로하기 몇 주 전 이미 관련 불만 사항을 접수한 바 있다고 인정하며, 남성 직원 1명에게 정직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런데 다음날인 10일, 당사자 청년의 변호를 맡은 변호인은 더 선의 주장이 “헛소리(rubbish)”라며 의뢰인과 BBC 진행자 간에는 그 어떠한 불법적인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 후 더 선과 BBC 뉴스는 이 진행자가 이 청년에게 “위협적인” 메시지를 보냈다는 주장, 코로나19 봉쇄 기간 다른 사람을 찾아갔다는 주장, BBC 직원에 부적절한 메시지를 보냈다는 주장과 의혹 등을 추가로 보도했다.
그러던 지난 12일, 런던광역경찰청이 증거를 검토한 결과 범죄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고 밝히는 한편 BBC는 이제 자체적인 내부 조사를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사건이 빠르게 전개됐다.
이후 같은 날(12일) 휴 에드워즈의 아내가 성명을 발표하며 해당 진행자의 정체가 드러나게 됐다.

실명이 공개되지 않았던 이유는?
수정헌법 제1조를 통해 언론 및 출판의 자유를 광범위하게 보호하는 미국과 달리 영국엔 이런 법 조항이 없다.
이에 영국 언론은 의혹에 휩싸인 인물에 대한 보도 시 개인정보 보호법과 명예훼손법에 영향을 받는다.
게다가 지난해 영국 대법원은 범죄 혐의점이 인정돼 정식으로 기소돼 법원에서 재판받기 전 단계인, 즉 사법 당국으로부터 아직 조사받는 이들 또한 사생활을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에드워즈는 경찰의 공식적인 조사를 받은 적도 없는 상황이다.
한편 영국의 명예훼손법은 거짓으로 인한 막대한 명예 훼손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이는 미국 유명 배우 조니 뎁이 자신을 “아내 폭력범”으로 지칭한 영국 타블로이드 신문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이용한 법으로도 유명하다.
당시 타블로이드 신문의 증인은 조니 뎁의 전 부인인 엠버 허드의 증언에 의존했는데, 뎁은 런던 명예훼손 법정에서 결국 패했다. 그런데 마치 양국 간 법적 지형 차이를 보여주듯, 뎁은 미국에서 이어진 거의 동일한 소송에선 승소해 전 부인으로부터 합의를 끌어낸 바 있다.
이렇듯 언론사가 에드워즈의 이름을 직접 밝히지 않은 이유는 사생활 보호법이나 명예훼손법에 의해 고소당할 수 있는 법적 위험이 컸기 때문이다.
게다가 또 다른 당사자인 청년이 더 선이 제기한 의혹을 부인하면서, 해당 진행자의 실명 공개에 더욱 신중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번 사건이 철저히 검토되는 이유는?
이번 사건 이전에도 BBC는 앞서 몇 차례 세간의 이목을 끄는 여러 위기에 봉착한 바 있다.
일례로 지난 2018년 유명 가수 클리프 리처드에 대한 거짓된 의혹을 보도해 논란이 됐으며, BBC 내 간판 진행자였던 지미 새빌의 아동 성폭행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었는지 등에 대해 지적받기도 했다. 또한 1990년대 논란을 일으킨 다이애나비와의 인터뷰를 어떻게 확보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일었다.
영국 국외에서 BBC의 주요 수입원은 광고다. 그러나 영국 내에선 공적인 수신료를 지원받아 제작된다. 이는 TV를 소유한 모든 가정에 부과되는 의무적인 요금이다.
이를 바탕으로 BBC는 뉴스, 스포츠, 드라마, 시사 프로그램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해 각 가정에 제공하며, BBC 라디오 방송은 영국 전역에 송출된다. 아울러 BBC는 스트리밍 플랫폼, 뉴스 및 스포츠 웹사이트, 일기예보 앱 등도 운영 중이다.
이렇듯 영국 내에서 BBC는 공적 자금을 지원받기에 BBC와 BBC 직원들은 그 행실에 대해 철저히 조사받을 수밖에 없다. 또한 이는 자연히 수신료, BBC의 성과, 영국 미디어 환경에서 BBC가 차지하는 지배적인 위치 등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지게 된다.
향후 예상되는 상황은?
우선 에드워즈의 아내에 따르면 에드워즈는 나설 수 있을 때 직접 나서 이번 사건에 대해 반응하겠다고 한다.
또한 BBC는 경찰이 범죄 혐의점은 없다고 했으나, 자체적인 조사는 이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BBC가 해당 혐의에 대해 언제, 무엇을 알게 됐으며, 이에 대해 어떻게 반응했는지에 대해선 아직 의문으로 남아 있다.
더 선은 BBC와 협력하겠다고 밝히면서, 에드워즈에 대해 추가로 혐의를 제기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데이비 사장은 “매우 복잡한 여러 상황으로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BBC가 BBC 관련 뉴스를 다루는 방식은?
BBC 기자들이 이번 사건과 같은 BBC 관련 뉴스를 다루는 방식은 다른 언론 기관과 동일하다.
그리고 다른 기관과 마찬가지로 BBC 또한 사건과 관련해 BBC 경영진이나 BBC 서비스에 설명을 요구하고, BBC 언론 담당 부서에 공식 성명을 요청하게 된다.
BBC 기자들은 소위 ‘도어스테핑(현관문 앞에서 정보를 얻는 행위)’으로도 알려진 깜짝 인터뷰를 위해 고위 경영진을 찾아가기도 하며, 게리 리네커 진행자 출연 정지 논란 때처럼 데이비 사장 등 경영진과의 인터뷰를 제안받기도 한다.
BBC는 BBC 내부에서 사건이 발생할 경우, 이를 얼마나 공정하게 보도하는지에 대해 BBC 안팎에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바라보고 있음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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