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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우드가 여전히 ‘성차별적이고 시대 역행적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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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여성이 나오는 장면

SCREENSHOT FROM YOUTUBE
영화 ‘푸쉬파’ OST이자 텔루구어에서 힌디어로 더빙된 곡 ‘오오 안타바’는 지난해 성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인도 힌디어 영화 산업인 ‘발리우드’는 종종 남성들의 세계로 묘사되곤 한다.

이는 오랫동안 지적됐던 문제이나, 최근 발리우드 영화 안팎에서 성차별이 얼마나 만연한지 보여주는 새로운 연구가 발표됐다.

규모가 무려 21억 달러(약 2조7000억원)에 이르는 발리우드에선 매년 영화 수백 편이 쏟아져 나오며, 전 세계 인도인들에게 엄청난 사랑을 받는다. 그렇기에 발리우드의 영화와 스타들이 팬들의 사고방식에 미치는 영향은 가히 엄청나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 발리우드 영화는 여성혐오와 성 편견을 조장하는 등 시대 역행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뭄바이의 ‘타타 사회과학 연구소(TISS)’ 소속 연구진은 최초로 힌디어 영화 내 심각한 가부장적인 편견에 대해 수치를 매겨보고자 했다.

연구진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유행하기 직전인 2019년 가장 흥행한 영화 25편을 선정했다.

또한 2012년 발생한 이른바 ‘델리 여대생 버스 집단 성폭행 사건’ 이후 느껴지는 변화가 있는지 살펴보고자 2012~2019년 사이 발표된 여성 중심 영화 10편도 선정했다. 끔찍했던 해당 사건 이후 인도 사회가 분노했고, 이에 여성을 노린 범죄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는 등 새로운 법이 도입된 바 있다.

2019년 히트작으로는 ‘워’, ‘카비르 싱’, ‘미션 망갈’, ‘다방 3’, ‘하우스풀 4’, ‘아티클 15’등의 영화가 선정됐다. 여성 중심 영화로는 ‘라지(2018)’, ‘퀸(2013)’, ‘부르카 속 립스틱(2016)’, ‘내 생애 첫 번째 마가리타(2014)’ 등이 선정됐다.

연구진은 선정된 영화 속 거의 2000명에 달하는 인물들의 직업 등을 분석하는 한편, 성 편견, 성관계 시 동의, 성희롱 등 몇 가지 요소를 기준으로 영화를 분석했다. 아울러 영화 속에 얼마나 많은 성소수자 및 장애인 캐릭터가 등장하는지, 이러한 캐릭터에 대한 묘사는 어떠한지도 분석했다.

또한 영화 외적인 요소로는 영화 제작에 얼마나 많은 여성이 참여했는지 연구했다.

그 결과, 여성 중심적 영화와 달리 히트작에선 계속해서 여성과 성소수자들을 깎아내리는 등 성차별적이고 시대 역행적인 특징을 찾을 수 있었다.

일례로 선정된 영화 속 전체 등장인물 중 72%는 남성 배우가, 26%는 여성 배우가 맡았으며, 성소수자 배우가 차지하는 비율은 2%에 불과했다.

영화관 앞에 길게 줄 선 인도 남성들의 모습

Getty Images
인도에선 영화 관객 대다수가 남성인 것으로 여겨진다

해당 연구를 이끈 락슈미 링엄 교수는 “발리우드에선 남성 관객이 많다”면서 이에 영화 제작자들은 “매우 강인한 여성 캐릭터는 관객에게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링엄 교수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가부장적인 색채가 사람들의 생각과 영화 줄거리 전반에 가득하고, 또 이를 통해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이를 바꾸려는 시도를 거의 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그래서 발리우드 영화계가 “공식”을 고수하게 된다는 것이다.

“주인공은 항상 상위 카스트 출신의 남성이며, 여성 주인공은 날씬하고 아름다운 외모를 자랑하죠. 그러면서도 얌전하고 수줍음이 많아 말보다는 행동으로 동의를 표합니다. 그러나 몸매가 드러나는 옷을 입고, 관습과 달리 결혼 전 관계를 허락할 정도로 현대적인 사상을 지니고 있습니다.”

한편 등장인물의 직업 설정 또한 성차별적이다. 링엄 교수는 “여성 주인공 중 42%가 직업이 있다. 이는 실제 인도의 여성 고용률인 25.1%보다 높은 수준이나, 직업 종류 면에 있어 고정관념에서 거의 벗어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남자 주인공 10명 중 9명은 군 장교, 경찰관, 정치인, 범죄 조직의 우두머리 등이었다. 반면 여성 주인공은 주로 의사, 간호사, 교사, 언론인 등으로 등장했으며, 여성 주인공은 10명 중 1명 비율로 실제 의사 결정에 참여하는 역할이었다”는 설명이다.

한편 해당 연구에 따르면 성소수자 캐릭터에 대한 묘사에도 여전히 문제가 많았다. 선정한 영화 중 그 어느 곳에서도 성소수자 캐릭터가 핵심 의사 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경우가 없었으며, 그저 성차별적인 농담의 대상으로 소모되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장애인 캐릭터에 대한 묘사 또한 문제로 지적됐다. 장애인 캐릭터는 전체의 단 0.5%에 불과했으며, 이조차도 대부분이 동정심을 불러일으키거나 극 중 웃음을 유발하는 장치로 이용됐다.

이에 대해 링엄 교수는 “영화 제작자들은 자신들이 영화에 현실을 반영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들이 보여주지 않는 현실의 단면이 너무나도 많다. 그리고 이들은 현실과 판타지 사이를 오가며 이러한 간극을 정당화한다”고 지적했다.

링엄 교수는 “영화가 실제 삶에 미치는 영향은 크기에” 발리우드의 여성과 성소수자 등에 대한 묘사 방식은 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도에선 가정 및 학교 내 성교육이 매우 부족하기에 성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과 반응은 책이나 영화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카비르 싱’과 같은 인기 영화에서 남자 주인공이 여성 주인공의 마음을 얻고자 따라다니며 괴롭히는 내용이 나오는 건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영화는 부정적인 남성성이 마치 당연한 것처럼 묘사합니다. 그래서 여성이 길거리에서 스토킹을 당하거나 괴롭힘을 당해도 모두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처럼 생각하게 하죠. 그리고 (이러한 내용에 대한) 반발도 거의 없습니다.”

비디야 발란

BBC Sport
인도 배우 비디야 발란은 영화 ‘미션 망갈’에서 가부장제에 대해 의문을 던진다

한편 링엄 교수는 이러한 틀에서 벗어난 영화도 몇 편 보인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영화 ‘미션 망갈’에서 배우 비디야 발란이 연기한 여성 로켓 과학자는 아내에게 너무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으며 아이들을 제대로 돌보지 않는다고 지적하는 남편에게 오히려 자녀 양육은 남편의 책임이기도 한 건 아닌지 의문을 던지며 반박한다.

게다가 ‘퀸’, ‘부르카 속 립스틱’과 같이 여성이 중심 역할을 맡아, 강인한 여성 캐릭터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는 영화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영화는 소수에 불과하다.

링엄 교수는 영상 매체는 “사회 담론에 새로운 대화를 이끌 수 있다”면서 “변화가 하룻밤 사이에 일어나는 건 아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링엄 교수는 코로나19와 봉쇄 조치를 통해 영화계가 앞으로 나아갈 길이 제시됐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로 사회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으며, 이러한 사회상을 변화하기 위한 다양한 콘텐츠가 제작되고 있습니다. 일례로 OTT 플랫폼에 재미있는 콘텐츠가 많이 올라오면서 인기를 끌고 있죠.”

반면 발리우드의 공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게 링엄 교수의 설명이다.

“살만 칸이나 악샤이 쿠마르와 같은 유명 남자 배우들이 나오는, 수많은 남성 중심 서사의 폭력적인 영화들이 저조한 성과를 맛봤습니다. 배우 샤룩 칸의 ‘파탄(2023)’만 제외하고요.”

따라서 발리우드 영화계는 이러한 공식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보통 발리우드 관객 대다수가 남성이기에, 이들을 위한 영화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 그런 영화를 만들지 말자는 게 아닙니다. 다양한 영화를 제작하자는 거죠.”

한편 링엄 교수는 제작진, 그중에서도 핵심 인력 중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낮다는 점 또한 발리우드 영화가 바라보는 세상이 압도적으로 남성 중심적인 이유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이번 연구에서 연구한 영화의 제작 인력을 살펴본 결과 남성은 2만6300여명이 넘었으나, 여성 제작진은 4100여 명에 불과했다.

링엄 교수는 “영화가 다양한 이들에 의해 제작되고 다양한 관객을 위한다면 이야기 또한 더 다양하고 풍부해질 것”이라고 마무리했다.

CP-2022-0043@fastview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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