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국 총선에서 승리한 야권의 개혁파 총리 후보가 총리 선출에서 과반 득표에 실패했다.
지난 5월 피타 림짜른랏의 전진당(MFP)은 제1당에 올랐다. 태국 유권자들이 10년 가까이 이어진 보수적 군부 통치를 거부한 결과다.
하지만 총리 선출에서는 하원에서 과반을 확보했음에도 비선출직 의원으로 구성된 상원에서는 충분한 표를 얻지 못했다. 상원의원 249명은 전부 이전 군정이 임명했다.
한편, 피타 림짜른랏 전진당 대표는 의원직이 박탈될 수 있는 법적 사건에도 휘말렸다. 피타 대표는 선거법 위반 의혹을 부인하며, 기자들에게 “의혹이 제기된 것은 맞지만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또한, “물러서지 않겠다. 이를 기회로 더 많은 지지를 얻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상원에서는 13명을 제외한 모든 의원이 기권하거나 반대표를 던져 예상대로 전진당의 젊은 대표를 좌절시켰다. 의회 밖의 군중들은 찬성표가 나올 때마다 환호를 보냈고, 반대표가 나올 때마다 한숨과 야유를 보냈다.
올해 42세의 피타 대표는 하버드를 졸업한 뒤 기술 기업 임원으로 근무했다. 선출을 위해 상·하원 전체 749명 중 절반 이상의 표가 필요했지만, 과반인 375표에서 51표 부족한 324표를 얻는 데 그쳤다.
의회는 규정에 따라 총리가 선출될 때까지 계속 투표해야 한다. 다음 주 다시 투표가 진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피타 후보가 부족한 표를 어떻게 채울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이로 인해 최근 몇 년 동안 태국에서 자주 나타난 정치적 혼란이 다시 불거질 위험이 높아졌다. 조국의 새로운 시작을 바란 수천만 태국인의 염원은 좌절된 것처럼 보인다.
한 전진당 지지자는 “민주주의에는 많은 요소가 있지만 최소한 선거는 꼭 필요하다. 그리고 그 선거는 영향력이 있어야 한다. 내 표가 더 이상 영향력이 없는데 앞으로 왜 투표를 해야 하나?”라며 씁쓸한 심정을 토로했다.
피타 후보는 불리한 의회 구성과는 별개로 총리로 향하는 길에서 또 다른 장애물을 마주하고 있다. 보수적 성향으로 악명 높은 태국 헌법재판소는 현재 피타 후보에 대한 두 가지 의혹을 검토 중이다. 하나는 피타 후보가 지금은 없는 미디어 회사의 주식을 보유 중이라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엄격한 ‘왕실모독죄’를 개정하자는 전진당의 제안이 태국 전체 정치 질서를 전복하려는 시도라는 주장이다. 이미 수백 명이 군주제를 비판한 혐의로 해당 법에 따라 투옥된 바 있다.

지난 11일 쁘라윳 짠오차 총리가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육군참모총장이었던 쁘라윳 총리는 2014년 당시 부정부패 혐의를 받던 민정 지도자를 축출하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키고 총리직에 올랐다. 2006년 이후 태국의 두 번째 군부 쿠데타였으며, 두 쿠데타 모두 강력한 친나왓 정치 명문가를 권좌에서 밀어냈다.
망명한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딸 패통탄 친나왓이 피타 후보의 연립정부에서 가장 큰 세력을 이끌고 있다.
태국 형법 112조에 규정된 이른바 왕실모독죄는 군주제 반대 발언을 이유로 징역형을 내릴 수 있다. 이는 수십 년 동안 이어져 왔으며 쁘라윳 총리 집권 하에 엄격히 적용됐다. 이 법은 언론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쁘라윳 총리의 임기 동안 풍자적인 오리 그림을 넣은 달력을 판매하거나 왕비처럼 옷을 입었다는 이유로 사람들이 투옥되기도 했다.
피타 후보는 쁘라윳 총리의 재임 기간을 태국의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표현하며, 태국의 부패와 군부 쿠데타의 악순환을 끝내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태국의 “비무장, 탈군부, 탈독재”를 위한 개혁을 약속했다.
가장 논쟁이 많았던 선거 공약 중 하나는 입헌군주제 국가인 태국에서 왕실모독죄를 개정한다는 것이다.
전진당 반대 세력은 의회에서 반대표를 던질 때 왕실모독죄 개정 공약을 그 이유로 내세웠다. 왕당파 의원들은 개혁파가 왕실 문제를 건드려 폭력 사태는 물론 내전으로 비화할 위험까지 있다며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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