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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앞두고 알려진 사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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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은 녹아내린 원자로 냉각에 사용했던 물을 정화 처리해 바다에 방류하겠다고 결정했다. 100만 톤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 이 물은 올림픽 규격 수영장 500개를 채울 수 있는 양이다.

Jiro Akiba/BBC
본은 녹아내린 원자로 냉각에 사용했던 물을 정화 처리해 바다에 방류하겠다고 결정했다. 100만 톤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 이 물은 올림픽 규격 수영장 500개를 채울 수 있는 양이다.

일본 동부 해안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차로 약 1시간 거리에 있는 타라치네 연구소에서 기무라 아이는 흰 가운과 장갑을 끼고 물고기 샘플을 자르고 있었다.

기무라는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1년에 네 차례씩 원전 주변 바다에서 어류 샘플을 채취한다. 2011년 쓰나미로 원자로가 침수되고 방사능이 누출된 사태 몇 달 후, 연구소가 설립됐고 이후 이들은 이 일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기무라는 과학자가 아니다. 옛날 일본어로 “어머니”를 뜻하는 ‘타라치네’라는 이름의 비영리 연구소를 운영하는 여성들도 마찬가지다.

Watch: Shaimaa Khalil visits the treatment plant to see how it works

쓰나미 이후 기무라는 지역 주민들에게 연구소를 세우자고 제안했다. 방사능 위험성에 대한 정보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아이들에게 안전한 음식을 먹일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서였다. 그들은 전문가에게 방사성 물질을 검사하고 수치를 기록하는 방법을 배웠고, 기금을 모았고, 공부를 시작했다.

타라치네 연구소는 지역 사회가 원자력 발전소 사고가 일어나리라고는 생각조차 못하고 살다가 엄청난 충격을 받았기 때문에 세워졌다. 12년이 지난 지금도 주민들은 원전에서 정화 처리한 물을 태평양에 방류해도 안전하다고 말하는 일본 정부를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

이달 초, 일본은 녹아내린 원자로 냉각에 사용했던 물을 정화 처리해 바다에 방류하겠다고 결정했다. 100만 톤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 이 물은 올림픽 규격 수영장 500개를 채울 수 있는 양이다. 물은 정화 처리 후 1000여 개의 탱크에 저장되고 있는데, 저장 용량이 다 차면 어딘가로 보내야 한다.

이 상황에서 일본 원자력 규제 당국은 발전소를 운영하는 ‘도쿄전력 홀딩스(도쿄전력)’에 방류 승인 결정을 내줬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2년간 검토한 결과 이 계획은 국제 표준을 준수하고 있으며 처리된 물이 “사람과 환경에 미치는 방사능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웃 국가인 한국도 일부 일본산 식품에 대한 수입 금지 조치를 고수하면서도, 비슷한 평가를 내렸다. 현재 중국과 홍콩도 비슷한 금지 조치를 발표한 상태다.

하지만 후쿠시마 인근 주민들은 이 상황을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타라치네 연구소 자원봉사자들이 후쿠시마 원전 주변 바다에서 샘플을 채취하고 있다

Jiro Akiba/BBC
타라치네 연구소 자원봉사자들이 후쿠시마 원전 주변 바다에서 샘플을 채취하고 있다

기무라는 “우리는 오염수가 어느 정도까지 처리되었는지 아직 모른다”며 “이것이 방류를 반대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녀는 많은 지역 주민들이 처리된 물의 방류를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도쿄전력은 60종 이상의 방사성 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물을 여과하고 있지만, 방사능이 완전히 제거되지는 않을 것이다. 각각 수소와 탄소의 방사성 동위원소인 삼중수소와 탄소14는 물에서 쉽게 제거되지 않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물징의 방사선 방출량은 매우 낮기 때문에, 대량으로 섭취하지 않는 한 위험하지 않다고 말한다. 그래서 정화된 물을 방출하기 전 바닷물로 희석해 남아있는 물질의 농도를 낮추려 하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여과 및 테스트 과정을 마친 물은 전 세계 원자력 발전소에서 방출되는 물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보이지 않는 적’

후쿠시마에는 ‘보이지 않는 적’, 많은 이들이 이를 방사능이라 부르는 이 적을 떠올리게 하는 것들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후쿠시마에 도사리는 공포와 맞서기 위해 사실을 찾으려는 노력도 있다.

재난이 발생한 후, 정부는 발전소 주변 반경 30km에 출입금지 구역을 만들고 15만 명이 넘는 주민들을 대피시켰다.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여전히 동네 전체는 텅 비어 있고 오랫동안 버려진 집의 지붕과 창문에는 풀과 이끼로 덮힌 상태다.

상점 간판은 색이 바래 희미해졌고, 좁고 황량한 거리에는 금속 벽과 사람들의 출입을 금하는 노란색 테이프가 여전하다.

타라치네 연구소만 보더라도 정부의 주장과 달리 지역 사회가 ‘보이지 않는 적’을 얼마나 두려워하는지 알 수 있다.

기무라 아이가 타라치네 연구소에서 샘플의 방사능을 검사하고 있다

Jiro Akiba/BBC
기무라 아이가 타라치네 연구소에서 샘플의 방사능을 검사하고 있다

타라치네 연구소 주 실험실에서 한 자원봉사자는 감마선 측정을 위해 양배추를 채 썰고, 다른 자원봉사자는 샘플을 검사하기 전에 물을 처리하고 있었다. 복도에는 인근 가정에서 사용한 진공청소기에서 나온 흙과 먼지 봉투가 놓여 있었다.

방 뒤쪽에서는 방사능 검사를 하기 전에 식품 샘플을 건조중이었다. 벽에는 방사능의 정도와 방사능이 얼마나 멀리 이동했는지 보여주는 다양한 색상의 표시가 있는 원전과 주변 바다의 차트 및 지도가 붙어 있었다.

이들은 샘플을 수집할 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이 보내온 자료도 검사한다. 기무라는 “어떤 가족은 검사해달라며 도토리를 가져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이쑤시개를 사용해 도토리로 팽이를 만듭니다. 정부는 그런 것들을 확인할 생각을 하지 않을 겁니다. 어떤 엄마들은 지역 공원의 방사능 수치를 측정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어요.”

이 연구소는 모든 샘플에서 스트론튬-90, 삼중수소, 세슘-134, 세슘-137 같은 방사능 물질을 측정하고 수년에 걸쳐 그 수치를 추적한다.

기무라는 “우리는 모든 조사 결과를 웹사이트에 올려 누구나 찾아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가 측정한 식품에서 방사성 물질이 점차 감소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물을 방류하면 이 수준까지 끌어올린 자연의 힘을 궁극적으로 무효로 만들게 됩니다.”

그는 논쟁의 여지가 있는 방류 계획을 커다란 퇴보로 보고 있다. 그녀는 2011년의 재난으로 인한 “감정적 상처”가 여전히 남아 있으며, 이번 결정으로 인해 그 상처가 다시 들춰지고 있다고 말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계획 일러스트

BBC

전문가들은 2년째 진행 중인 이 계획이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용이 많이 드는 발전소 정리 작업의 필수 단계라고 말한다. 발전소를 해체하려면 녹아버린 원자로 내부의 방사능 잔해물을 제거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2011년 쓰나미로 인해 발전소가 마비된 이후 원자로를 냉각하는 데 사용했던 물을 먼저 배출해야 한다.

지난 3월, 도쿄전력의 오노 아키라 사장은 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원자로 내부의 피해를 이제야 완전히 파악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시급한 과제는 발전소 주변 지역을 정화하기 위해 물을 안전하게 방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녹은 잔해를 전체적으로 냉각시켜야 하기 때문에 더 많은 물을 위한 공간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일본 과학자들과 함께 방사능 연구를 진행하고 IAEA에도 자문하는 병리학 전문가 게리 토마스는 “진짜 문제는 방사능의 물리적 실제 영향이 아니다”라며 “그것에 대한 우리의 두려움”이라고 말했다.

그는 참사 직후 서로 의견이 엇갈린 핵 활동가들 사이에서 과학이 사라졌고, 충격과 공포에 휩싸인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해 정부는 필요한 모든 예방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정치인들은 자신들이 많은 신경을 쓰고 모든 사람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사람들이 받는 메시지는 ‘이거 정말 위험하겠구나’라는 것이죠.”

공포의 긴 팔

하지만 현재는 그 두려움과 신뢰 부족을 떨쳐버리기 어렵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생계도 영향을 받는다는 점다. 어업인들은 처리된 물을 방류하면 어획물의 평판이 나빠져 가격이 하락하고,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업에 더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들은 재난 이후 이곳의 수산업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고 아직도 정부 보조금에 의존하는 상태라고 말했다.

도쿄전력 관계자 야마나카 카즈오는 원자력 발전소 내부에 마련된 넙치류 물고기가 헤엄치는 수조 2개를 가리켰다.

하나는 일반 바닷물이 담긴 수조이고 다른 하나는 바다로 방류될 물과 방사능 수치가 같은 물이 담긴 수조다. 그는 물고기를 모니터링한 결과를 설명했다. 처음에 물고기가 방사능 수치가 높은 수조에 들어가면 물고기의 삼중수소 수치가 상승하다 안정상태에 들어간다. 그러다 일반 바닷물 수조로 돌아오면 물고기가 체외로 배출한다는 것이다.

“저는 방사능 전문가이기 때문에 삼중수소가 인체와 생물체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죠. 우리 모두가 방사능이라는 똑같은 문제를 우려하고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이 데이터와 이미지가 사람들을 안심시키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3대째 어업에 종사해온 다카하시 토루는 안심할 수 없다. “저는 (방류를) 반대합니다. 이미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나고 있어요. 후쿠시마산 제품을 사지 않겠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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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그에게 방류 문제는 자신과 직접 관련된 일이다. 그는 현장에서 생선이 담긴 통을 배에서 내려 씻고 경매를 거처 시장으로 보내는 것을 준비하는 직원들을 감독하고 있다. 그는 절대로 가업을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2011년 재해가 발생하기 전과 비교하면 현재 사업 규모는 일부만 회복됐다고 말했다. “소형 보트를 모두 포함해도 여전히 매출은 연간 3억 엔 정도입니다. 이전에는 약 7억 엔을 벌었습니다.”

그는 중국과 한국이 이미 수입 금지를 발표했기 때문에 물을 방류하면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타카하시 토루(왼쪽)는 사람들의 두려움으로 인해 이미 어업이 타격을 입었다고 말했다

Jiro Akiba/BBC
타카하시 토루(왼쪽)는 사람들의 두려움으로 인해 이미 어업이 타격을 입었다고 말했다

야마나카에게 건전한 과학으로 이런 우려를 씻어낼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그는 “아무리 멋지게 포장해도 평판을 통제할 수는 없다”면서도 “우리의 노력이 언젠가는 이러한 논쟁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사람들의 신뢰를 잃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되찾으려면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CP-2022-0043@fastview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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