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반도에 장마로 인한 인명 피해가 잇따르는 가운데 유럽 남부에서는 강력한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이 무더위는 다음주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는 이미 며칠 전부터 이례적인 고온 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이탈리아 보건부는 주말 동안 로마, 볼로냐, 피렌체 등 16개 도시에 적색경보를 발령했다.
이탈리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번 폭염은 다음주까지 계속될 전망이고, 낮 최고기온은 48℃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유럽 최고기온 지난 2021년 8월 시칠리아에서 48.8도를 기록한 바 있다.
이탈리아 기상청은 다음주 시칠리아 섬이 ‘카론’이라고 불리는 이번 폭염의 진원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탈리아 기상학자이자 기후 전문가인 줄리오 베티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탈리아뿐만 아니라 그리스, 튀르키예, 발칸 반도에서도 7월 19일에서 23일 사이에 최고 기온에 도달할 것”이라며 “이 지역을 포함한 여러 지역의 낮 최고기온 기록이 뒤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16일 적색 경보가 내려진 지역의 모든 주민들을 향해 “오전 11시에서 오후 6시 사이에 직사광선을 피하고 노인이나 취약계층은 특별히 조심해 달라”고 주문했다.
로마에서 여행 가이드로 일하는 펠리시티 힌튼(59)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치솟는 기온과 인구 과밀로 인해 도시를 여행하는 게 악몽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로마는 항상 덥지만 이번 더위는 보통 때보다 훨씬 더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덥다”며 “저와 제 가이드 친구들은 극도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고, 일부 사람들은 투어 중에 기절해 거리 사방에는 구급차들이 있다”고 전했다.
로마에 거주하는 62세의 엘레나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2003년 쯤부터 여름 기온이 눈에 띄는 변화를 보이고 있다”며 “이후 기온이 기하급수적으로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그리스는 최근 며칠 동안 40도 이상의 기온을 기록했다. 아테네의 가장 인기 있는 관광 명소인 아크로폴리스는 방문객 보호를 위해 가장 더운 날씨를 기록한 지난 15일과 16일 문을 닫았다.
스페인 카나리아 제도에서는 지난 토요일 아침 라팔마에서 발생한 산불로 최소 2천여명이 대피했으며 지금까지 4500헥타르의 땅이 파괴됐다.
카나리아 제도 지방 정부의 페르난도 클라비조 대통령은 “이번 화재로 최소 12채의 가옥이 파괴됐다”며 “화재가 빠르게 확산된 이유는 바람과 기후 조건은 물론 우리가 살고 있는 폭염 때문”이라고 말했다.
스페인 당국은 150명의 소방관을 투입해 화재를 진압 작업을 펼치고 있고, 근처에 위치한 테네리페 섬에도 화재 진압 인력을 보냈다.
유럽의 폭염은 다음 주 후반 발칸 반도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르비아와 헝가리와 같은 몇몇 국가의 낮 최고기온은 이미 35도를 상회하고 있다.
극심한 무더위 기간은 일반적으로 자연적인 날씨 패턴 내에서 발생하지만, 최근 지구 온난화로 인해 세계적으로 더 빈번해지고, 강하고 더 오래 지속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탈리아 기상학자인 베티는 “폭염은 매년 그 수와 강도가 증가하고 있다”며 “이는 명확하게 관찰할 수 있는 기후 변화의 신호들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최근 몇 년 동안 유럽의 여름은 이전보다 훨씬 더 더워졌습니다. 우리가 걱정해야 할 부분은 강력하고 장기적인 폭염이 없는 여름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제 ‘평범한’ 여름은 보기 드물게 됐습니다.”
유럽 연합의 기후 감시 서비스인 코페르니쿠스에 따르면, 지난 달은 역대급으로 가장 더운 6월이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온난화 기후로 인한 극단적인 날씨가 불행하게도 새로운 정상으로 여겨지는 실정”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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