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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미용실 폐쇄: 아프가니스탄 여성 세 명의 마지막 방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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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7월 8일, 탈레반 정권에 의해 폐쇄 당하기 전 카불의 한 미용실 모습

Getty Images
미용실은 아프간 여성들에게 편안한 분위기 속 이야기를 나누는 휴식 장소였다

“혼자서 집을 나설 수는 없었지만, 남편을 설득해 1년에 2~3번씩 미용실을 갈 수 있었어요.”

미용사와의 대화는 스물 세 살 자르미나를 지탱해주는 것이었다. 그녀는 억압적이고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자유를 느꼈다.

그녀는 16세에 결혼했다. 그녀는 고등학교를 졸업했지만 시댁에서 대학에 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녀는 살롱 방문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버티며 살았지만 탈레반 정권은 7월 24일까지 모든 미용실에 문을 닫으라고 명령했다.

슬픈 이별

한 달 전 그녀가 마지막으로 방문했을 때 자르미나는 그녀의 머리를 짙은 갈색으로 염색하고 있었다. 청천벽력 같던 미용실 폐쇄 명령만큼 어두운 색이었다.

그녀는 “미용실 주인이 큰 충격을 받고 울기 시작했다”며 “그녀는 가족의 벌이를 챔임지는 가장”이라고 말했다. 자르미나 역시 두 아이의 어머니다.

약 6만 명의 여성이 아프가니스탄 전역에서 미용 분야에 종사한다.

자르미나는 “눈썹 정리할 때 거울도 못 봤다”며 “다들 눈물을 흘렸고 침묵이 흘렀다”고 말했다.

메이크업을 받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여성

Getty Images
미용실은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에게 기쁨과 슬픔을 편안하게 나눌 수 있는 장소였다

자르미나는 이웃 여성과 미용실에 가곤 했고 직원 중 한 명과 깊은 우정을 쌓았다.

그녀는 “과거에는 여성들이 남편에게 영향을 미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곤 했다”며 “일부는 자신의 불안감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2021년 8월 탈레반이 집권한 이후 경제위기가 서서히 잠입하며 대화 주제도 달라졌다.

자르미나는 “이제 여성들은 실업, 차별, 빈곤에 대해서만 이야기한다”고 전했다.

자르미나는 최고 지도자가 거주하는 탈레반의 보수적인 성채인 아프가니스탄 남부 칸다하르에 살고 있습니다.

그녀는 남자들이 딸이 화장을 하거나 미용사에게 가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 아프가니스탄에서 흔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대부분의 여성들은 여기에서 부르카나 히잡을 쓰고 돌아다닌다”며 “우리는 그것을 우리 문화의 일부로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그녀의 남편은 2년 전에 보수가 좋은 직장을 잃고 다른 도시에서 일자리를 찾았습니다. 자르미나는 어린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스스로도 돈을 벌고 있습니다.

탈레반의 미용실 폐쇄 조치가 있던 6월의 어느 날 집으로 걸어가면서 그녀는 자신이 잃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똑똑히 자각하며 미용실을 계속 돌아보았다.

자르미나는 “미용실에서 스스로 번 돈으로 비용을 지불하고 힘을 얻었다”며 “이제 돈은 있지만 미용실에서 돈을 쓸 수는 없다는 사실이 나를 가난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우아함과 아름다움

카불에 거주하는 22세 여성 마디나는 집에서 온라인 상의 최신 뷰티 트렌드를 따라하는 것을 즐긴다.

마디나는 “내가 아는 모든 여성들은 자신의 스타일을 개선하는 것을 좋아한다”며 “나는 최신 패션과 화장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머리 스타일 시술을 받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여성

Getty Images
많은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은 결혼식 날 우아한 메이크업을 선택한다

그녀는 미용실에 가는 것이 결혼 생활을 새롭게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그녀는 “남편은 내 머리가 다양한 색상과 다양한 스타일로 달라진 모습을 정말 좋아한다”며 “남편은 항상 나를 미용실에 데려다 주고 문 앞에서 참을성 있게 기다린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걸어나갈 때 남편이 나를 칭찬해주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덧붙였다.

그녀의 야망은 변호사가 되는 것이었지만 탈레반은 여성들의 대학 진학을 막았다. 그 밖에도 여성이 많은 역할에서 제외됐기 때문에 그녀는 일자리를 찾을 수 없었다.

마디나는 집을 나갈 때 스카프로 머리를 감싼다. 그녀의 남편과 가족 중 여성 구성원들만이 그녀의 염색된 머리를 볼 수 있다.

카불의 한 미용실에서 대기 중인 세 명의 여성들

Getty Images
탈레반의 미용실 폐쇄 조치로 약 6만 명의 여성들이 직장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그녀는 여성이 더 많은 자유를 누렸던 탈레반 집권 이전 시대를 기억한다.

마디나는 어렸을 때 엄마와 함께 미용실에 가곤 했으며 당시 미용실에 모인 여성들이 공개적으로 사는 이야기를 공유하던 것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마디나는 “살롱의 여성 직원들은 더 이상 이전처럼 치마나 청바지를 입지 않고 모두 히잡을 쓰고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항상 두려움이 존재한다.

마디나는 “누가 탈레반 지지자인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에서 정치에 대해 말하고 싶어하는 사람도 없다”고 말한다.

과거에는 신랑이 신부가 단장하는 것을 지켜볼 수 있었다. 마디나는 몇몇 남자들이 미용실 안에서 사진을 찍던 것을 기억한다. 이런 것들은 이제 모두 금지됐다.

하지만 마디나는 적어도 소중히 간직해야 할 ‘특별한 날’에 대한 즐거운 기억을 가지고 있다.

그녀는 “지난해 결혼식 전에 미용실에 가서 신부 화장을 받았다”며 “거울에 비친 제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경험이 자신을 변화시켰다며 “이루말할 수 없이 행복했다”고 덧붙였다.

숨겨진 치료법

북서부 도시인 마자르 이샤리프에 사는 스물 일곱 살 소마야에게 미용실은 반드시 필요한 곳이다.

손톱 광택제를 바르는 여성

Getty Images
탈레반 정권은 이슬람 교리에 따라 미용실을 금한다고 말한다

3년 전 그녀는 방에 있던 히터가 폭발해 얼굴에 화상을 입었고 눈썹과 속눈썹도 잃었다.

그녀는 “내 얼굴을 보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며 “내가 못생겨 보였다”고 감정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는 “눈썹이 없는 저를 보고 사람들이 비웃는다고 생각해 몇 달 동안 밖에 안 나갔다”며 “그 당시 많이 울었다”고 회상했다.

그녀는 의학적 치료로 외적 상처를 극복했지만 자존감은 미용실을 통해 회복했다.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한 후, 미용실들 문에 있던 여성들의 얼굴 사진이 까맣게 칠해진 모습

Getty Images
탈레반이 집권하자 마자 몇몇 미용실 외관이 훼손됐다

그녀는 “미용실에 가서 마이크로블레이딩(미용 문신의 반영구적인 형태)을 받았다”며 “훨씬 더 멋져 보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 눈썹을 보고 울기 시작했다, 기쁨의 눈물이었다”며 “미용실이 내 인생을 돌려주었다”고 말했다.

탈레반이 집권한 후 그녀의 마을에 있던 많은 미용실이 문을 닫았다. 탈레반이 눈만 볼 수 있는 부르카를 입지 않은 여성의 얼굴을 보여주는 것을 금지하면서 미용실을 광고하는 다채로운 포스터도 사라졌다.

소마야는 심리학 석사 학위를 가지고 있으며 정신 건강 상담사로 일하고 있다. 그녀는 탈레반이 전면적인 제한 조치를 실시한 후 자신의 서비스를 찾는 여성의 수가 급증하는 것을 목격했다.

탈레반의 미용실 폐쇄 조치에 하으이하는 아프가니스탄 여성들

Getty Images
많은 여성들잎 위험을 무릎쓰고 미용실 폐쇄 조치에 항의했다

미용실을 ‘테라피’로 이용하는 것은 그녀만이 아니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이 나라에서 많은 여성들이 안면에 부상을 입었고 흉터를 갖게 됐지만 재생 치료를 받을 경제적 여유가 없다.

“저희에게 미용실은 화장을 하는 곳 그 이상입니다. 슬픔을 숨기는 데 도움이 됐어요. 에너지와 희망을 줬죠.”

(모든 이름은 가명이다)

CP-2022-0043@fastview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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