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의 개발사 ‘오픈 AI’의 샘 알트만 CEO가 25일(현지시간) 암호화페 ‘월드코인’ 프로젝트를 출시했다.
앞서 ‘디스토피아적’이라며 비난받은 바 있는 월드코인은 안구 스캔의 대가로 디지털 자산(월드코인)을 지급하는 형식이다.
월드코인이 출시된 25일 전 세계 여러 지역에선 수천 명이 스캔너 ‘오브’를 사용하고자 줄을 서기도 했다.
BBC 또한 런던의 한 ‘스캐닝’ 현장을 찾았다. 이곳에선 사람들이 안구 스캔 이후 무료로 암호화폐를 받아가고 있었다.
한편 알트만 CEO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AI 시대에 인간과 로봇을 구분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출시 기념 서한을 통해 “월드코인은 사생활을 보호하면서도 사람들의 경제적 기회를 대폭 확대하고, 온라인에서 인간과 인공지능을 구별할 수 있는 신뢰할 만한 솔루션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월드코인 측은 월드코인 시스템을 통해 “AI가 자금을 지원하는” 보편적 기본소득 실현을 향한 길을 닦을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어떻게 가능한지에 대해선 명확하지 않다.

‘보편적 기본소득’이란 소득 등과 관계없이 모든 국민에게 정해진 생활비를 지급하는 제도를 뜻한다.
월드코인 측이 설명한 이 암호화폐 유토피아의 첫 단계는 수백만, 어쩌면 수십억 명의 홍채 스캔이다. 이들이 봇이 아닌 인간임을 증명하기 위해서다.
월드코인측은 2년 전 스캐너 테스트를 시작한 이후 전 세계 33개국의 200만명 이상의 홍채 정보가 암호화 데이터베이스에 추가됐다고 설명했다.
대부분 테스트는 유럽, 인도, 남부 아프리카에서 이뤄졌다고 한다. 비록 미국에 기반을 둔 기업이나, 규제 관련 우려로 인해 미국인들을 대상으로는 시행되지 않고 있다.
한편 이제 월드코인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출시되며 암호화폐를 거래할 수 있게 되면서, 이에 대한 인기는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월드코인은 일본에 마련된 홍채 스캔 현장에 길게 줄을 선 사람들의 사진을 공개하며 전 세계 여러 지역에 걸쳐 오브 1500개가 출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BBC 기자 또한 영국 런던 동부에 마련된 홍채 스캔 현장을 찾았다. 이곳에선 시민들이 꾸준히 찾아와 홍채를 스캔한 뒤 무료로 암호화폐를 받고 있었다.

우선 사람임을 증명하고자 얼굴과 홍채를 스캔한다. 오브의 카메라 렌즈를 10초가량 응시하면 삐 소리가 나면서 작업이 완료된다.
흥미로운 점은 원래 이 오브가 사용자에게 말을 걸도록 설정돼 있었으나, 현장 관계자에 따르면 “오싹하다”는 테스트 사용자들의 피드백으로 인해 오브의 목소리를 제거했다고 한다.
다음 단계는 홍채 스캔에 고유 번호를 부여하는 과정이다. 이를 통해 사용자가 과거 홍채를 스캔한 적 있는지 데이터베이스와 대조하게 된다.
만약 최초 스캔이라면 삐 소리가 나며 이미 등록된 206만 명과 함께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되게 된다.
이 모든 과정을 완료한 뒤 현재 1코인당 약 2달러(약 2500원) 가치가 있는 월드코인 25개를 무료로 받게 된다. BBC는 받은 이 코인을 판매해 아동 자선 단체인 ‘BBC 칠드런 인 니드’에 기부할 예정이다.
한편 BBC 기자가 현장을 떠나기 전까지 총 13명이 스캔을 완료했는데, 전부 20~30대 남성이었다.
모제스 세루마가(37)라는 남성은 “월드코인 출시에 대한 알트만 CEO의 트위터 게시물을 보고 찾아왔다”고 설명했다.

세루마가는 “홍채 스캔을 하면 약간의 돈을 받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됐고, 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월드코인 또한 다른 암호화폐처럼 실패할 수도 있지만 크게 성공해 가치가 올라갈 수도 있다. 난 그런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또 다른 참여자 톰(23)은 비록 홍채 스캔에 참여한 후 월드코인을 받긴 했지만, 이 토큰의 가치가 오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돈이 목적이 아님을 밝혔다.
“저소득국 시민이 아닌 이상 이 정도의 돈으로는 (프로젝트에 참여할) 충분한 인센티브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는 톰은 “또 월드코인의 가치가 더 올라갈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한편 앞서 일부 ‘오브’ 운영자(홍채 스캔 담당자)의 전략이 문제가 되는 등 이러한 스캔 과정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특히 저소득국가 국민의 참여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또한 월드코인 측은 데이터를 저장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긴 했으나, 개인 정보 보호 관련 전문가들은 홍채 스캔을 통해 수집된 민감한 정보가 잘못된 사람의 손에 들어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암호화폐 플랫폼 ‘이더리움’의 공동 창업자인 비탈릭 부테린은 월드코인 출시에 대한 기대감을 표현하면서도 잠재적인 위험성도 지적했다.
부테린은 “전반적으로 오브를 응시해 오브가 사용자의 홍채 깊숙이 스캔한다는 컨셉은 ‘디스토피아적인 느낌’을 주긴 하지만, 전문적인 하드웨어 시스템이 사람들의 사생활을 꽤 잘 보호해줄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고 적었다.
그러면서도 홍채 스캔을 이 오브에 전면으로 맡긴다면 월드코인의 힘이 너무 비대해질 수 있으며, 그렇게 되면 전 세계인들이 참여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트위터’의 설립자이자 암호화폐 애호가로도 잘 알려진 잭 도시는 월드코인 프로젝트에 대해 비난했다. 월드코인 프로젝트가 추구하는 목적이 “귀엽다”는 도시는 “오브를 찾지 않으면 오브가 당신을 찾아갈 것”이라며 다소 디스토피아적인 경고 문구를 덧붙였다.
한편 알트만 CEO는 온라인의 “악플러”들이 개발팀의 에너지를 북돋아 준다며 이러한 비난의 목소리도 환영하면서도 이번 프로젝트가 성공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알트만 CEO는 트위터에 “(이번 프로젝트가) 잘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일을 시도해보는 것이야말로 (기술이) 발전하는 방식”이라고 적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