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저 너머 밖에 진실이 있다면 미 의회는 알고자 한다.
지난 26일(현지시간) 미 연방하원은 흔히 ‘UFO(미확인비행물체)’로 더 잘 알려진 ‘UAP(미확인비행현상)’에 대한 기념비적인 위원회를 소집했다.
이는 정부 최고위층 단계에서 UFO 관련 의문스러운 목격담에 대해 정밀 조사 및 청문회를 진행할 가치가 있음을 가장 진지하게 인정한 사건이다.
공화당 소속 팀 버쳇 하원의원은 위원회 청문회 서두에서 우리 의원들은 “작은 녹색 인간들을 데리고 오려는 것도, 청문회장에서 비행접시를 날리려는 것도 아니”라고 했으나, 청문회 도중 증언은 때때로 미지의 세계로 빗나가는 모습이었다.
총 2시간에 걸쳐 이어진 청문회에선 증인 3명이 나와 기존 물리학을 거스르는 물체들과 조우했던 경험을 털어놨다.
이들은 공군 조종사들이 이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 어려워하며, 내부 고발자들은 보복당하곤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비행물체에서 회수된 생물학적 물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들 증인 모두 이러한 이상 현상이 잠재적으로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음을 인정했다.
한편 이번 청문회에선 폭탄 발언이라고 할 만한 중대 발언도, 외계인의 존재를 입증하는 확실한 증거도 나오지 않았으나, 의회가 증인들을 불러 청문회를 열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주목할만하다.
자리에 참석한 의원들과 증인 모두 UAP와 관련해 군이 더 투명한 태도를 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번 청문회에서 증인으로 나선 전직 미 해군 사령관 데이비드 프레이버는 2004년 “틱택(미국의 민트맛 사탕으로, 흰색 알약 모양이다)” 같이 생긴 UAP가 조종사들이 알 수 없는 방식으로 움직였다는 목격담을 다시 한번 언급했다.
해당 장면을 담은 영상은 이후 2017년 공개됐으며, 2년 뒤 미 해군이 이에 대해 공개적으로 발언한 바 있다.
프레이버는 “우리(조종사들)가 당시 조우했던 그 비행체는 현재 오늘날 우리가 지닌 기술보다 훨씬 뛰어났다”면서 “향후 10년간 개발될 예정인 그 어느 비행체보다 훨씬 뛰어났다”고 덧붙였다.
전직 미 공군 소속 군사정보 담당자인 데이비드 그러쉬 또한 증인으로 나서 정부 당국이 이러한 정보를 억압하고 내부 고발자들을 처벌했다는 식의 발언을 했다.
그러면서도 기밀보호법으로 인해 더 이상 이에 대해 더 자세히 설명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인간인가 아니면 인간이 아닌 존재인가’
한편 공화당 소속 낸시 메이스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하원의원은 청문회 도중 증인 그러쉬에게 지구의 것이 아닌 시신에 대해 알고 있는 바를 자세히 설명해달라고 요청했다.
메이스 의원은 정부가 회수한 UAP에서 “생물학적인 존재”가 있었는지 물었다.
이에 대해 그러쉬는 자신이 이전에 했던 언론 인터뷰 내용을 언급하며 “(추락한 UAP의) 잔해와 함께 생물학적 존재가 회수된 바 있다”고 답했다.
이후 메이스 의원이 이 생물학적 존재가 인간이었는지, 아니면 인간이 아닌 존재였는지 묻자, 그러쉬는 ‘인간이 아닌 존재였다. 그리고 이는 직접적인 지식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 이뤄진 평가였다”고 답했다.
또 다른 질의응답에서도 그러쉬는 자신이 외계인의 시신을 개인적으로 본 적은 없다고 밝혔다.
한편 증인들은 군인이나 일반 시민들이 설명하기 힘든 일을 목격한 후 이를 보고할 수 있는 공식적인 신고 경로가 마련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미 해군 전투기 조종사 출신으로 증인으로 나선 라이언 그레이브스는 “조종사들이 일자리를 잃지 않고 (UAP 목격을) 보고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레이브스는 조종사들의 UAP 보고 활동 지원 단체인 ‘ASA’을 설립해 활동 중이다.

한편 이러한 요구에 대해 의회 또한 이번 회기 종료 전까지 승인하려는 용의가 있는 듯했다.
민주당 소속의 로버트 가르시아 캘리포니아주 하원의원은 “UAP의 정체가 무엇이든 간에 우리 군과 민간 항공기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면서 “그렇기에 UAP에 대한 신고를 줄일 게 아니라 더 장려해야 한다. 우리가 이해하는 바가 많아질수록 더 안전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외계인의 무능함’
이렇듯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이번 주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으나, 일부 소수 의원은 외계인 및 관련설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일례로 공화당 소속 에릭 벌리슨 미주리주 하원의원은 조종사들이 외계 물체를 봤다는 주장의 허점을 찾고자 시도했다.
벌리슨 의원은 지구에 오기까지 수십억 마일을 비행할 수 있는 존재들이 지구에 추락할 만큼 “무능하다”는 건 믿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UAP가 사실 군사 관련 항공기일 가능성, 혹은 외국 정부 기관이 숨겼던 비밀 기관 프로그램의 일부일 수도 있는 가능성도 있는 건 아닌지 물었다.
한편 소수의 음모론자 혹은 UFO 팬들이 은밀히 얘기하던 내용으로 치부되던 상황에서 오늘날 여느 국가 안보 문제처럼 하원 청문회의 진지한 주제로 다뤄지기까지 UFO 문제에 대한 미 정부의 태도는 UFO의 속도처럼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제 미 정부는 이를 정책적 문제로 점차 받아들이고 있으며, 이번 청문회는 TV에 방영되기까지 했다.
시간은 지난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 ‘뉴욕타임스’가 미 국방부가 UAP 조사를 위한 비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하며 이와 관련한 문제가 불거지게 된 것이다.
그리고 당시 해당 프로그램을 지원하던 인물 중엔 네바다주 상원의원이었던 해리 리드 전 원내대표가 있었다. 네바다주는 ‘51구역’이 자리한 곳이다.
아울러 미국의 UFO 관련 민간 과학 연구소 ‘TTSA’ 뿐만 아니라 뉴욕타임스 또한 UAP와의 설명할 수 없는 조우를 보여주는 영상 3개를 공개했다.
그 뒤부터 미군 또한 비록 이러한 UAP의 기원에 대한 추측은 거절하면서도 이러한 조우가 있었다는 사실은 인정하고 있다.
현재 UAP 즉 ‘UFO’로 알려진 물체에 대한 조사는 미 의회에서 초당적인 이슈가 됐다. 민주당과 공화당 의원 모두 이와 관련된 조사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군에 투명한 자세를 보여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미 ‘정보위원회’는 비밀스러운 국방부 프로그램에 대한 청문회를 개최했으며, 미 ‘항공우주국(NASA)’은 지난달 초 UFO 실체 규명을 위한 공개회의를 주최하기도 했다.
대통령 또한 마찬가지다. 민주당 출신이었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공화당 출신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모두 공개 인터뷰에서 이에 대한 언급을 한 바 있다.
존 커비 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 또한 이와 관련해 열린 마음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해군과 공군 조종사들이 언급하고 보고한 내용 중 미확인비행현상(UAP)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이 무엇인지에 대한 답은 갖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예외적으로 TV로 중계된 이번 26일 자 청문회에서도 의원들은 당면한 주제에 대한 질의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민주당 소속 재러드 모스코위츠 플로리다주 하원의원은 “많은 미국인들이 이 문제에 매우 관심이 있다”면서 “(다만) 인간이 아닌 존재의 기원 가능성이 우리를 하나로 모으는 힘이 돼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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