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얀마 군부가 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던 아웅 산 수치(78) 전 국가고문을 가택연금으로 전환했다. 미얀마의 민주화 운동가이자 노벨 평화상 수상자이기도 한 수치 고문은 지난 2021년 2월 군부 쿠데타로 축출된 이후 수감됐다.
교도소 소식통은 BBC 미얀마어 뉴스에 수치 고문이 지난 24일(현지시간) 수도 네피도의 정부 건물로 이송됐다고 밝혔다.
지난 1년간 독방에서 보냈던 수치 고문은 쿠데타 이후 비공개 군사 재판을 통해 총 징역 33년 형을 받아 복역 중이었다.
그리고 지난 2년여간 수치 고문의 신변에 대해선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
한편 수치 고문의 가택 연금 전환과 관련해 비록 미얀마 군부가 이를 공식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실제로 전환됐다면 이는 민주적으로 선출된 지도자를 석방하라는 강한 요구에 군이 반응했다는 긍정적인 신호일 수 있다.
AFP 통신은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소식통을 통해 수치 고문의 가택연금 전환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앞서 수치 고문이 투병 중이라는 소문이 돌았으나, 군은 이를 부인했다. 이번 주 초 수치 고문이 지내던 네피도 교도소의 한 소식통은 BBC에 수치 고문의 건강 상태가 양호하다고 알렸다.
이번 달 태국 외무장관은 수치 고문을 직접 만났다고 밝히면서도, 더 이상의 세부 사항은 공개하지 않았다.
BBC 미얀마어 서비스는 군부가 수치 고문과 티 쿤 미얏 하원의장 간 만남을 주선했다고 보도했으나, 군은 이 둘이 만난 적 없다며 부인했다.
쿠데타 이후 미얀마는 내전의 소용돌이에 휘말렸고, 이 과정에서 수천 명이 목숨을 잃었다. 국제 사회가 군부에 제재를 가했으나, 폭력 사태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한편 수치 고문은 올해 6월까지만 해도 가택 연금 상태로 지내다 교도소 독방으로 옮겨졌다.
수치 고문은 자신에게 적용된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며, 인권 단체들 또한 나서 수치 고문에 대한 재판이 엉터리라며 비난하고 있다.
미얀마 독립 영웅인 아웅산 장군의 딸이기도 한 수치 고문은 과거 군사 독재에 대항하는 민주화 운동 지도자로 부상한 인물이다. 이후 ‘민주주의민족동맹(NLD)’당을 공동 설립했으나, 1989년 군부에 의해 가택 연금에 처해지게 된다.
이후 수치 고문은 국제 사회에서 민주주의를 이끄는 아이콘으로 자리 잡게 된다. 2010년 마침내 가택 연금에서 풀려났을 때도 미얀마는 물론 전 세계가 이를 축하했다.
그러나 이후 수치 고문은 자신의 정당이 정권을 잡은 기간 미얀마 당국이 로힝야족을 대상으로 잔혹 행위를 저질렀다며 유엔 국제사법재판소(ICJ)가 집단학살 의혹을 제기했을 당시 미얀마 당국을 옹호하며 비판받았다.
로힝야족은 이슬람교도 소수민족으로, 이들 중 거의 100만 명이 최근 몇 년간 미얀마를 떠나 이웃국 방글라데시에서 난민으로 살고 있다.
댓글0